[SE★인터뷰①] '돌아온다' 김유석, "상업 영화의 자극은 없다..가슴을 촉촉이 적셔줄 위로 가득"

정다훈 기자 2017. 12. 1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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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요즘 한국 영화를 보면 스릴, 액션, 피, 긴장감, 이런 자극이 과반수라 극장에 오면 많이 피곤하다는 관객들을 봤다. 우리 영화엔 흔하게 볼 수 있는 깡패, 검사가 나오지 않는다. 촉촉하게 가슴을 젖게 해주는 영화, 힐링이 되는 영화가 우리 작품의 정체성이다. 오랜만에 위로 받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막걸리 생각이 나고, 보고 싶은 사람에게 전화를 거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배우 김유석이 7년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엄태용 감독의 ‘아빠하고 나하고’ 이후 오랜만에 영화배우로 돌아온 김유석은 “시나리오를 받아들고 가슴이 먹먹해졌고, 이해가 안되는 지점이 단 한 곳도 없었다”며 깊은 공감을 표했다.

7일 개봉한 ‘돌아온다’(제작 ㈜꿈길제작소, 감독 허철)는 가슴 속 깊이 그리운 사람들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어느 막걸릿집 단골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제36회 서울연극제 우수작품상과 연출상을 수상한 동명 연극이 모티브가 된 작품이다.

배우 김유석
김유석이 맡은 ‘변 사장’ 역은 외딴 마을 한적한 곳에 있는 막걸릿집의 주인으로, 늘 같은 곳에서 단골 손님을 과묵하게 받아주며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베일에 싸여있는 인물이다. 특히 담담하게 대사를 내뱉으면서도 눈빛 하나로 아들과 아버지에 대한 후회와 그리움의 밀도 높은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돋보인다.

“선입견이 생길 것 같아 원작 연극을 일부러 보지 않았다”고 말한 김유석은 시나리오에 충실했다고 한다. 시나리오는 단숨에 김유석을 사로잡았다. 그는 “순간적인 감정일 것 같아 다시 한번 읽었고, 또 눈물이 터졌다. 관객들에게도 이 감정을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허철 감독과 10년지기 친구 사이인데, 허 감독이 건넨 시나리오를 보고 묵직한 감정이 뻥뻥 터졌다. 처음 느낀 감정이었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다가와 왜 이러는지거지? 스스로 궁금증이 생기더라. 다음날 마음을 가라앉히고 보는데도 어제와 같은 감정이 밀려왔다. 읽고, 또 읽은 뒤에 감독을 만났다. 이 작품 꼭 ‘하자’고 이야기 했다.”

/사진=㈜더블앤조이픽쳐스
김유석은 “변사장을 연기하면서 과거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영화에서 돌짐을 메고 산을 오르는 변사장의 모습은 지금 다시 봐도 먹먹해진다”라고 말했다. 30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오르고, 그 속에서 변 사장의 모습이 하나씩 하나씩 더 이해됐던 김유석. 영화 촬영을 하면서 더욱더 “아버지가 보고 싶었다”고 한다.

“실제로 변사장을 연기하면서 ‘사랑한다’ 말 한마디 못하고, 소주 한잔 함께 하지 못했던 아버지 모습이 떠올랐다. 아버지를 한번 만날 수 있다면 쑥스럽지만 ‘사랑한다’고 꼭 말 하고 싶다. 정말 안아드리고 싶다. 아버지가 진짜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 이번 변사장을 통해서, 제 모습뿐 아니라 아버지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발견이고, 깨달음이란 생각이 들었다.”

베테랑 연극 배우들이 모인 현장이었다. 눈으로 이야기하고 눈으로 감정을 주고받으며 섬세하게 감성을 담아낸 것. 이를 두고 김유석은 “젖어 있었다”고 표현했다.

“배우는 자기가 보고 싶은대로 보고, 느낀 대로 본다고 한다. 각자의 역할을 자기 역할에 맞게 해 내는 연극 배우들이 다 들어온 현장이었다. 특별히 자기 색깔을 내야 할 필요 없었다. 티 나지 않게 젖어 있어야 한다는 게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였다.”

‘막걸리 한 잔 하실랍니까?’ 김유석이 갑작스럽게 꺼낸 말이다. 영화 속에선, ‘여기서 막걸리를 마시면 그리운 사람이 돌아온다’ 는 말이 마법을 발휘한다. 그렇기에 김유석은 “많은 관객들이 이 말을 체험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어요”라며 소망을 밝혔다.

배우 김유석
배우 김유석
“막걸리를 마시면 그리운 사람이 돌아온다는 허무 맹랑한 말이 마치 마법처럼 작동한다. 영화 속 인물들에게서 한번, 보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몸에서 마법이 걸린 것처럼 말이다. 그 이야기가 작동이 되는 걸 발견해주셨음 한다.”

“‘돌아온다’란 제목이 낯설고 뜬금없는 제목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진행형이라 의지가 담긴 말이기도 하다. 이 작품을 만들면서 ‘돌아온다’ 외의 다른 제목이 떠오르지 않았다. ‘돌아온다’는 돌아온다란 확신이 있었다. 그렇기에 다른 불필요한 사족을 달지 않은 듯 하다. 물론 누군가 ‘뭐가 돌아와?’ 라고 의문을 제기한다면, 의문 자체가 우리 작품의 힘이 되지 않을까.”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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