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2터미널 개장 앞두고 '비즈니스 패스트트랙' 논란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내년 1월 18일 문을 여는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비즈니스석 이상 승객의 빠른 출국을 위한 '비즈니스 패스트트랙' 설치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비즈니스 패스트트랙'은 세계 주요 공항에서 이미 시행 중인 서비스로, 우리나라도 이미 10년 전부터 도입을 추진했지만 "국민 정서상 당장은 어렵다"며 매년 도입을 미뤄 오늘까지 왔다.
9일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관계 기관은 전날 김포공항에서 열린 실무회의에서 항공 현안에 대해 논의하면서 '비즈니스 패스트트랙' 문제도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인천공항공사는 적극적으로 도입을 요구했지만 국토부는 "국민 정서를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앞서 국토부와 공사는 새로 문을 여는 인천공항 2터미널에서 먼저 비즈니스 패스트트랙을 운영한 뒤 1터미널로 확대하는 구체적인 시행방안까지 마련했다.
해외 사례처럼 이용료는 승객이 아니라 항공사가 내고, 공사는 이 수익으로 교통약자 편의시설을 확충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공사는 일반 출국 게이트와 별도로 게이트 둬 빠른 보안검색과 출국심사를 가능케 하는 패스트트랙 도입을 2007년부터 추진했다.
당초 비즈니스석 이상 승객 이용까지 고려해 사업을 계획했고 관련 시설도 만들었지만, 국토부가 '위화감 조성'을 이유로 교통약자·사회적 기여자만 이용하도록 제한해 2015년 3월부터 운영 중이다.
현재 1터미널 출국장 동·서편 양쪽 끝에 설치된 패스트트랙은 보행 장애인, 7세 미만 영유아, 70세 이상 고령자, 임산부 가족, 국가유공자 등만 이용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비즈니스석 이상 승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을 위해, 공사는 승객 처리 효율성과 국제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패스트트랙 대상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전체 승객의 5%를 웃도는 일등석·비즈니스석 승객에게 패스트트랙 이용을 확대하면 일반 출국 게이트 처리 시간도 빨라지게 된다.
지난해 국제선 이용 승객 상위 20개 공항 가운데 비즈니스 패스트트랙이 없는 공항은 세계에서 인천공항이 유일하다.
한 국적 항공사 관계자는 "위험성이 낮고 해외출장·공무 등으로 출입국이 빈번한 승객의 빠른 출입국 환경을 조성하는 게 세계 공항의 추세"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위화감 조성 우려를 이해할 수 있지만, 이미 항공권도 가격에 따라 일등석·비즈니스석·이코노미석 등으로 판매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지나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른 국적 항공사 관계자는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비즈니스 패스트트랙을 운영하고 있고, 인근 경쟁 공항에서도 정착돼 호평을 받고 있다"며 "시간이 생명인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길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비즈니스 패스트트랙 도입은 세계적인 추세로, 그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폭넓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사안으로 판단된다"며 "시급히 도입하기는 부담이 있고 인천공항 2터미널 개장 후 운영 상황을 보면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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