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소추안 가결 1년]234표 위력 발휘한 탄핵연대, 개혁연대로 진화 못하고 와해
[경향신문] ㆍ보수 대안세력 주목받았던 바른정당, 대선 앞두고 다시 붕괴
ㆍ국민의당은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 내세우며 민주당과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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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투표수 299표 중 가(결) 234표….”
2016년 12월9일 국회 본회의장. 정세균 국회의장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의결 결과를 발표했다. 본회의장은 환호와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은 물론 박 전 대통령이 소속된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 약 62명도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됐다.
새누리당에서 탄핵 찬성을 주도한 비주류 의원 30명은 한 달 뒤 당을 뛰쳐나와 바른정당을 만들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한 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은 ‘탄핵연대’로 묶였다.
#2018년도 예산안 처리를 앞둔 지난 7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정세균 의장이 예산안을 표결에 부치려 하자 한국당 의원들이 강하게 항의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동참했던 한국당 권성동·김성태 의원도 눈에 띄었다. 표결을 보이콧한 한국당과 달리 바른정당 의원들은 내년도 예산안에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
탄핵안 가결 직후만 해도 탄핵연대가 ‘개혁·입법연대’로 진화해 구체제와 단절하고 무너진 헌정질서를 재건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탄핵연대는 와해됐다. 집권세력만 바뀌었을 뿐 정치 지형은 탄핵 이전 여소야대로 회귀했다.
■ 바른정당의 몰락, 탄핵연대의 와해
탄핵연대가 와해된 중심에는 바른정당의 몰락이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자 새누리당 내에 비상시국회의라는 모임이 생겼다. 의원 약 40명이 모였다. 이들이 있어 탄핵이 가능했다.
당시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의원들과 진보 성향 무소속 의원 수를 합해도 탄핵안 가결 정족수(200명)에 한참 모자란 상태였다.
김무성 의원이 주도한 비상시국회의는 이후 개혁보수신당을 거쳐 올해 1월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시작할 때는 높은 기대를 받았다. 비상시국회의 때보다는 수가 줄었지만 의원 33명으로 교섭단체를 훌쩍 넘었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정당 지지율에서 한국당을 뛰어넘기도 했다. 붕괴된 보수를 재건할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그러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5·9 대선’을 일주일 남겨둔 지난 5월2일 의원 13명이 집단 탈당했다. 유승민 대선후보의 낮은 지지율과 당내 갈등이 원인이었다.
여진은 대선 후에도 이어졌다. 바른정당 창당 기수였던 김무성 의원을 비롯해 9명의 의원들이 11월6일 2차로 집단 탈당했다. 바른정당은 11석 꼬마정당으로 전락해 교섭단체 지위마저 잃었다. 3차 탈당 가능성도 거론된다. 바른정당이 무너지면서 진보와 보수가 손을 맞잡은 탄핵연대는 허울뿐인 정치적 ‘사어’로 전락했다.
■ 여소야대로 복귀
바른정당 붕괴라는 현실의 다른 한편에선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삐걱댔다. 특히 극중주의를 표방한 안철수 대표가 취임하면서 국민의당은 민주당과의 개혁연대보다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는 데 힘을 실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국민의당 반대로 부결됐다.
대신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에 공을 들이고 있다. 탄핵연대에서 바른정당 이탈 후 국민의당마저 ‘한 뿌리’인 민주당과의 개혁연대로 힘을 모으기보다 우클릭과 보수 확장에 주력했다.
국민의당 내부에선 탄핵을 추진했던 안 대표와 박지원·정동영·천정배 의원 등 호남·진보파가 바른정당과 통합 문제를 놓고 대치 중이다. 탄핵연대가 이리저리 찢기며 사분오열된 것이다.
탄핵연대 와해로 의회는 여야 4당의 다수당에서 3당 체제로 복귀했다. 여야는 예산안, 고위 공직자 임명동의안 처리 등 매 사안마다 부딪치며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에서 문재인 정권으로 바뀌었을 뿐 의회 권력 지형은 탄핵 이전 상황으로 회귀한 것이다.
개혁입법에 필요한 원내 다수파가 안정적으로 확보되지 않으면서 개헌, 선거법 개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제도개혁 논의는 공전 중이다. 촛불개혁 완성을 위한 정치의 재구성 또는 여야 협치모델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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