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공기관 채용비리, 안되면 될 때까지 채용기준 바꿨다니

2017. 12. 8.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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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부가 8일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대한 특별점검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정부가 부처별 전수조사를 한 결과 새롭게 드러난 지적사항은 2234건에 달한다. 유형별로 보면 채용담당 위원의 구성이 부적절한 사례가 517건으로 가장 많았고, ‘관련규정 미비’ ‘모집공고 불이행’ ‘부당한 평가기준 적용’ ‘선발인원 임의 변경’ 등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는 부정행위 지시나 서류 조작 등 범죄 수준의 비리도 상당수 발견됐다. 정부는 비리 혐의가 드러난 143건에 대해서는 징계절차에 들어가고 44건은 수사의뢰하기로 했다.

이번에 드러난 채용비리 사례는 가히 ‘비리의 백화점’이라 할 만큼 다양하다. 거의 모든 기관에서 광범하게 비리가 자행됐고 이를 막아야 할 기관장이 앞장선 경우도 허다했다. 그 과정에서 성적조작은 물론 사실상 합격자를 정해놓고 채용절차에 들어간 ‘무늬만 공채’인 사례도 드러났다. 불합격자가 합격될 때까지 선발 조건을 바꾼 경우도 있었다.

한 공공기관에서는 공고문에 상경계열 전공자를 뽑는다고 해놓고 전공자가 아닌 인물의 서류를 통과시킨 뒤 기관장이 면접장에 들어가 해당 지원자를 지원하는 발언을 해 합격시켰다. 또 특정 인물을 뽑기 위해 경영정보시스템에 채용공고를 내지 않고 협회의 홈페이지에만 게시해 다른 사람의 지원 기회를 박탈하기도 했다. 또 다른 공공기관에서는 특정 지원자의 경력점수가 부족하자 다른 지원자의 경력 점수를 깎아서 문제를 해결했다. 특정 인물을 합격시키기 위해 경쟁자의 가산점을 고의 누락한 경우도 있었다. 이뿐이 아니다. 한 공공기관은 기관장과 면접관, 응시자가 모두 사적인 모임의 회원이었으며, 기관장이 응시자를 채용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정 인물의 성적이 서류전형 합격권 안에 들지 않자 당초 2~5배수로 정했던 합격자수를 30배, 45배수까지 늘린 뒤 채용한 경우도 있었다. 공공기관 지원자들의 땀과 희망을 배신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연말까지 현장조사를 벌여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배경이 있다는 이유로 채용과정에서 특혜를 받는다면 누가 공정하다고 말하겠는가. 이번 특별 점검을 공정경쟁 사회로 가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채용비리로 불이익을 받은 지원자들에 대한 구제책도 마련돼야 한다. 나아가 공공기관만이 아니라 민간기업에서도 공정한 채용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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