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인터뷰] '매드독' 김혜성 "30대, 현실에 눈떠..독립영화도 하고 싶어"

한해선 기자 입력 2017. 12. 8.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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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배우 김혜성은 지금의 청춘들과 닮아 있다.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미소년 외모만 보자면 현실감이 떨어지지만, 그의 솔직한 생각과 행동이 무척이나 친근하다. 좀처럼 기회가 없었던 탓인지 김혜성은 모처럼의 인터뷰에서 거침없이 속내를 털어놓았다. 좌절하기 쉬운 혹독한 환경을 헤쳐 나가는 중이다.

배우 김혜성 /사진=나무엑터스

김혜성은 서른 줄에 들어섰음에도 여전히 진로를 고민하고 고뇌한다. 완벽한 외모를 갖췄음에도 어쩐지 배우로서는 오랜 기간 빛을 보지 못했던 이유에서다. 10년이나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어린 민호로 각인돼 있다. 그런 김혜성이 최근 KBS 2TV 수목드라마 ‘매드독’(극본 김수진, 연출 황의경)을 만나 변신에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보험 범죄 조사극 ‘매드독’에서 김혜성은 온누리 역을 맡아 ‘매드독팀’ 안에서 펜티엄이라는 별명을 얻고 천재적인 해킹 실력으로 3각종 정보를 캐내는 임무를 수행했다. 고등학교 중퇴에 히키코모리, 왕따, 햇빛 알러지 등 보통의 또래들과 좀 다른 삶을 살아온 온누리는 ‘매드독’에서 개성 있는 캐릭터로 역할을 충실히 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나무엑터스 사옥에서 만난 김혜성은 “3개월이란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갔다. 후회도 남지만 무사히 잘 끝난 것 같다. 시청률이 잘 나오고 끝난 것 같아서 좋았다. 초반에는 서로 어색했지만 점차 함께 연기하면서 친해졌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독보적인 천재 해커 온누리와 실제 자신의 싱크로율로는 “컴퓨터를 잘 알지는 못한다. 친한 사람들에게 장난을 많이 치는 모습과 낯가리는 부분이 나와 닮은 것 같다. 펜티엄은 과거 어두운 친구였다가 매드독팀 안에서 생활하면서 점점 밝아졌다. 그 부분도 닮은 것 같다. 나도 친한 사람들과 계속 친한 성격이다”라며 “나도 워낙 ‘집돌이’였다. 온누리를 연기하면서 아픔이 있는 캐릭터를 고민했다. 나 또한 자취하면서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다보니 온누리의 외로움에 공감했다”라고 공통점을 언급했다.

온누리에게 햇빛 알러지가 있다는 캐릭터 설정 때문에 김혜성은 대부분의 촬영을 실내에 틀어박혀 컴퓨터를 만지는 것으로 보여줬다. “실내신이 많다보니 나가고도 싶었다. 내 캐릭터를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다가 후반부에는 나가기 시작했다. 더운 여름에 촬영할 때는 주위에서 ‘너는 실내에서 촬영하니까 좋겠다’고 하시더라.(웃음)”

배우 김혜성 /사진=나무엑터스

그러면서 ‘매드독’ 멤버 유지태, 우도환, 류화영, 조재윤 중 분위기 메이커로 조재윤을 꼽았다. “조재윤 형님은 어떤 현장에서도 분위기 메이커일 거다. 심심할까봐 일부러 장난으로 툭 건드려주기도 하고 카메라에 대고 괜히 정감 가는 욕도 해주고 편하게 만들어주셨다. 조재윤 형님과 붙는 신이 많았는데 그런 ‘톰과 제리’ 케미를 좀 더 많이 보여주고 잘 해냈으면 좋았을 걸 아쉬움도 남는다.”

온누리에게 15회 중 김민준(우도환 분)과의 케미도 빼놓을 수 없다. 그에게는 유독 다방면으로 브로맨스가 돋보였다. “민준이(우도환)와 형제로 연기하면서 친해졌다. 내가 나이가 많지만 ‘형’으로 부른 것에 거부감은 없었다. 침대에 누워있는 장면을 연기할 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막상 방송으로 모니터링 해보니 오글거리더라.”

여배우와 러브라인이 없어 아쉽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내가 러브라인이 없을 거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아직 브로맨스나 남남케미를 보여주는 게 편한 것 같다. 형이 두 명 있는데, 우리 집에 남자 형제만 있어서인지 여자 분과 뭘 하면 오글거리고 부끄럽다. 사실 현장에서 여배우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다. 류화영 씨와도 인사 정도 나누면서 촬영하다가 그 친구가 워낙 친화력이 좋아서 후반부에 친해졌다”며 “여자 연예인 중에서는 문근영 씨와 제일 친하다. 어릴 때부터 봐온 친구고 꾸준히 연락을 하고 있다. 그 친구가 나를 나무엑터스에 소개시켜줬고, 그 때부터 알고 지냈다”고 말했다.

‘매드독’에는 그와 같은 소속사 선배인 유지태가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김혜성은 촬영 기간 내내 유지태의 연기 열정에 새삼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선배님과 안지는 3~4년 정도 된 것 같은데 이전까지는 인사만 나누는 수준이어서 과묵한 분인 줄만 알았다. ‘매드독’ 촬영하면서 행동이 유연하시고 연기 공부를 지금까지도 많이 하시는 분이라는 걸 느꼈다. 1950년대 영화를 얘기할 정도로 많이 아신다. 막내 스태프 이름까지 다 외울 정도로 모든 스태프들에게 되게 잘 대해 주셨다. 촬영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 주무시는 상태인데도 웃으면서 촬영하는 모습이 와 닿았다.”

이번 작품의 의미로 “처음 1회부터 마지막 16회까지 함께 촬영해서 남다르게 와 닿았다. 연기를 다시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애정이 남는다”고 밝힌 김혜성은 ‘매드독’에서 그 밖에 욕심났던 캐릭터로 치타(조재윤 분)와 악역 주현기(최원영 분)를 꼽았다. “치타 같은 캐릭터는 연기하기에도 재미있을 것 같다. 최원영 선배님 캐릭터도 잘 나온 것 같고, 선배님 내공으로 빛날 수 있었던 캐릭터다. 최원영 선배님의 연기력으로 후반부에는 거의 주인공만큼의 분량이 나오지 않았나. 선배님처럼 조커가 돼보고 싶다.”

배우 김혜성 /사진=나무엑터스

‘매드독’을 기회로 더욱 박차를 가해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캐릭터는 무엇일지 물었다. “지금까지 밝고 엉뚱한 캐릭터를 많이 했다. 많은 시도를 해보고 싶었는데 아직까지 기회가 잘 없었다. 사실 나란 사람에게 어두운 면이 많은 것 같아서 앞으로 사이코패스 등 어두운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내가 부산 출신이다 보니 어떤 연출가 분께서 사투리 연기를 보여주면 좋은 반응이 나올 것 같다고 하셨는데, ‘응답하라’ 같은 작품도 잘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30대가 되니 생각도 많아지고 현실에 눈을 뜨게 됐다. 걱정 아닌 걱정도 많이 들었다. 오래 연기를 하면 좋겠지만 이 일을 과연 끝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더라. 꾸준히 1년에 두 작품씩만 하면 좋겠다. 한편으론 내가 좋아하는 운동 쪽도 생각해 봤다. 자전거, 클라이밍을 좋아한다. 복싱도 한 적이 있고 어릴 때 태권도, 아이스하키도 해본 적이 있다.”

연예인이라는 자존심 때문에 말을 삼갈 법도 한데, 배우로서 진로를 허심탄회하게 터놓는 그를 보고 있자니 스스로를 냉철하게 판단할 줄 아는 사람임이 느껴졌다. “어릴 때부터 붕 뜨려고 안 했다. 17살 때 내가 처음으로 영화 ‘제니, 주노’를 찍고서 스스로 자만할 수 있었는데, 그 때 매니저가 ‘건방지게 하지 마라’고 강하게 조언해주셨다. 그때는 자동차 뒷자리에도 못 타게 했는데, 그렇게 세뇌교육을 5년 동안 받다보니 냉철해졌다.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혼자 살던 나에게는 그 분이 아버지이자 어머니였다. 당시에는 독설이 스트레스였는데 성인이 되고 보니 내가 그 분 덕에 사람이 됐구나 싶었다.”

김혜성에게 인생작은 여전히 ‘거침없이 하이킥’이다. 2005년 영화 ‘제니, 주노’로 데뷔한 그는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안방극장에도 얼굴을 알릴 수 있었다. 당시 ‘거침없이 하이킥’이 워낙 공전의 히트를 친 탓에 인지도는 얻었지만, 민호 역의 그늘에서 벗어나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비실하고 엉뚱한 17세 모범생 캐릭터가 여전히 각인돼 있다. “‘하이킥’ 때의 밝은 이미지를 깨고 싶다. 1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많은 분들이 ‘하이킥’의 민호라 하신다. 저예산 영화, 독립영화로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김혜성은 큰 변신을 꿈꾸면서도 ‘인생작’을 만들어준 ‘하이킥’, 그리고 김병욱 감독에 감사함과 애틋함을 보였다. 김병욱 감독은 지난 4일부터 방영을 시작한 TV조선 시트콤 ‘너의 등짝에 스매싱’을 새롭게 선보였는데, 캐스팅 단계에서 김혜성에게 출연 제의를 한 적이 있다. “김병욱 감독님께서 연출하신 ‘지붕뚫고 하이킥’과 ‘감자별’까지 무조건 까메오 출연을 했다. 이번 작품 전체 출연은 하지 않기로 했지만 까메오로는 출연할 의사가 있다. ‘하이킥’ 식구들이라면 다들 까메오라도 출연할 거다. ‘하이킥’은 내 인생에 큰 부분이다. 그런 천사 감독님은 처음 봤다. 큰 소리를 내신 적도 없으시고 개인적인 의견도 많이 나눴다. 며칠 전에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너무 편하고 좋으신 감독님이다.”

배우 김혜성 /사진=나무엑터스

‘하이킥’ 이미지가 굳어진 이유로 그의 ‘동안 외모’도 한 몫 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축복으로 여길 ‘동안’이 그에게는 변신을 가로막는 큰 벽이 된 것이다. “군대 가면 다들 성숙해 보일 수 있다고 하길래 군대도 일찍 갔다 왔다. 한때는 빨리 늙고 싶어서 일부러 피부과도 안 다녔다. 그래도 외적으로 잘 안 바뀌더라. 나에겐 이게 고민이었다. 유전인 것 같다. 내가 어머니를 똑 닮았다. 그런데 한편으로 지금은 남들보다 느리지만, 40대가 돼도 구애받지 않고 어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게 됐다.”

소속사로부터 제의를 받고 연기를 시작했다는 김혜성은 그 길로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화려한 연예계 생활을 꿈꿨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처음 제의가 들어왔을 때 ‘연예인이 뭐지?’ 궁금해서 하게 됐다. 연예인이 되면 그저 돈 많이 벌 것 같고 화려하게 살고 남들이 다 해줄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서울에 올라와 보니 아는 사람 한 명도 없었고, 띠 동갑 넘는 매니저는 독설만 하고(웃음) 집에 가고 싶더라. 하지만 큰 맘 먹고 올라왔는데 다시 내려가고 싶진 않았다. 처음 1년 동안은 사투리를 고치기 위함도 있고 말할 상대가 없어서 서럽고 외로웠다.”

데뷔 초 ‘제니, 주노’ ‘하이킥’으로 주목 받은 김혜성은 이후 영화 ‘폭력써클’ ‘소년, 소년을 만나다’ ‘포화 속으로’ ‘글러브’ ‘퇴마: 무녀굴’, 드라마 ‘바람의 나라’ ‘콩트 앤 더 시티’ 등으로 활동하면서 중간에 공백기도 가졌다. “이쪽 일을 별로 하고 싶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소속사에 1년 간 좀 쉬고 싶다고 말한 후 자전거를 타러 다녔다. 그러면서 생각정리를 했다. 내 성격이 이 일에 맞나 싶었다. 내가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탓에 어릴 때부터 오해를 많이 샀다. 그런데 사람 천성은 안 바뀌긴 하더라. 내가 감독님한테 가서 ‘꼭 작품 하고 싶습니다’ 이런 걸 못 한다. 쉴 때는 아침에 자전거 들고 나가서 인천, 한강, 북악스카이 등을 다녔다. 하루에 150km씩 해서 부산에도 갔다. 여행길에 일반 분들을 많이 만나면서 모든 사람들의 힘듦은 다 똑같다는 걸 느꼈다. 노력해서 안 되면 그 때 (연기를) 그만두자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배우로서 어떻게 보낸 것 같은지 묻자 김혜성은 “아직까지 잘 버텼던 것 같다. 나는 스스로에게 좋은 말보다 안 좋은 말을 한다. 앞으로도 그런 날들이 있겠지만 잘 버텨야겠다”며 연기를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을 이렇게 말했다. “아직 연기를 못 그만두는 건, 이 일 자체가 좋더라.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걸 스스로 즐기고 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다. 주위 사람들 때문이라도 후회가 남지 않게 연기하려 한다. 가족, 소속사 사장님과 식구들 덕에 더 열심히 하려 한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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