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1조원 英 원전 수주.. 탈원전 전면 재고하는 계기 돼야

2017. 12. 7.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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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외면' 속에 이룬 원전 낭보 / 세계가 한국 원전의 안전성 인정 / '원전 공든 탑' 무너뜨리지 말아야

한전이 그제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자인 뉴제너레이션을 인수하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은 2030년까지 영국 북서부에 원전 3기를 짓는 프로젝트로 규모는 21조원에 달한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에 이어 두 번째 대형 원전 수주에 성공한 것이다. 국제사회가 공인하는 ‘원전 강국’으로 부상한 셈이다.

이번 수주가 지닌 의미는 각별하다. 정부의 외면 속에서도 한전이 홀로 고군분투해 중국의 추격을 물리치고 일궈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원전기술이 자리한다. 영국 정부는 “한국이 사업을 맡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전했다고 한다. 이유는 우리의 기술이 모든 면에서 앞서기 때문이다. 3세대 원자로인 APR 1400은 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설계 인증 관문을 통과하고, 지난달에는 유럽사업자협회로부터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까지 받았다. 일본, 프랑스도 넘지 못한 벽을 우리 기술이 뛰어넘은 것이다. 건설단가, 공사기간뿐만 아니라 안전성에서도 우리가 월등히 앞선다. 이런 기술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1977년 이후 40년간 25기의 원전을 건설하면서 꾸준히 기술을 축적한 결과물이다.

세계가 주시하는 한국의 원전기술이 앞으로도 유지될지는 의문스럽다. 탈원전 정책 탓이다. 정부는 탈원전 선언 후 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 등 원전 6기 건설을 모두 백지화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술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고 한다. 영국이 바로 그런 길을 걸은 국가다. 1956년 세계 최초로 상업 원전을 가동한 ‘원전 종주국’인 영국은 탈원전으로 부품의 개발·생산·공급망이 무너지면서 지금은 원전 건설조차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세계는 원전시대로 회귀하고 있다. 에너지를 확보하고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데 원전만한 에너지원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원전 르네상스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은 그래서 나온다. 향후 30년간 600조원 시장이 열린다고 한다. 지진 위협에 상시 노출된 일본마저 44기의 원전을 순차 재가동하고, 프랑스가 원전 비중 축소 계획을 10년 늦추기로 한 것은 이런 흐름 때문이다.

탈원전 이데올로기에 얽매여 ‘원전 폐기’만 부르짖으면 수십년 이룩한 공든 탑은 무너지고 만다. 청와대는 어제 “계약확정 때까지 상황을 봐야 하고 예비타당성조사도 해야 한다”며 “정부가 뒷받침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 말은 이전에도 했다. 말만 앞세워서는 안 된다. 정부는 지금 당장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해외 수주 지원에 나서기 바란다. 잘못된 길은 빨리 돌아갈수록 국가적 손실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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