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위 직원 "블랙리스트 자괴감에 우울증 걸리기도"
"일상적 자행…담당자들, 심한 자괴감 시달려"
"거부해도 어차피 다른 사람이 이행했을 것"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 직원들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지시에 괴로워하다 우울증까지 걸린 사례도 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7일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조영철) 심리로 열린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항소심 공판에는 양한성 문예위 협력개발부장과 이제승 문화누리부장이 나와 블랙리스트 당시 정황을 증언했다.
먼저 증인석에 선 양 부장은 박영수 특검팀 측이 "문예위 지원 담당자들이 일상적으로 자행되는 블랙리스트 업무에 심한 자괴감을 가졌고, 증인이 창작지원부장 당시 부하직원이 우울증 진단을 받고 휴직하기도 했느냐"고 묻자 "그렇다. 사실이다"라고 대답했다.
이 부장 역시 유사한 증언을 했다.
그는 "이런 것(블랙리스트) 관련해서 사무처장 임원들도 있고 문체부 과장, 국장, 실장, 차관, 장관 그런 모든 사람들이 관여돼있음에도 저희까지 내려왔다는 사실에 할 수 있다는 게 없다는 무력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블랙리스트 이행 강요가 지원 대상 심의위원 선정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 부장은 "심의위원 분들도 가급적 저희 쪽이랑 대화 통하는 분 위주로 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체부나 청와대 결정을 관철하기 위해 그렇게 노력한 이유가 무엇이냐"라는 특검 질문에 "일을 해오면서 사업 폐지, 예산 삭감, 기관 통폐합 등은 문체부 간부급에서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건(블랙리스트 거부) 도저히 할 수 없는 부분이구나 생각했다. 한다 해도 다른 사람이 (이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차라리 내가 하는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양경학 문예위 경영전략본부장은 지난 5일 재판에서 "(블랙리스트가 있었던) 2015년은 제가 문예위 들어온 지 28년째 되는 해였다"며 "리스트를 정부에 보내주고 건건이 검토해서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건 전두환·노태우 정권 때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 단언했다.
af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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