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축구전설' 호나우지뉴, 은퇴 선언

전재경 2017. 12. 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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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 떠나는 '외계인'.. "슬프지만 아름다운 날이었다"

[오마이뉴스 전재경 기자]

6일 은퇴를 선언한 호나우지뉴(37·브라질)는 천재적인 재능을 갖춘 세계 축구의 별이었다.

1998년 데뷔한 호나우지뉴는 15년 동안 국가 대표팀에서 97경기 33골을 터뜨렸고, 프로선수로서 441경기에 출전해 167골을 뽑아낸 스타 플레이어였다.

하지만 그의 축구 인생이 화려했던 것만은 아니다. 씁쓸한 좌절뿐 아니라 각종 논란까지 얽혀 있었다.

원정 팬들에게 극찬받았던 '외계인'

 호나우지뉴가 지난 6월 30일 스페인에서 벌어진 바르셀로나·맨유 레전드 매치에 나섰을 때의 모습.
ⓒ EPA-연합뉴스


브라질 남부 지방 알레그리 빈민가에서 태어난 호나우지뉴는 어린 시절 여느 아이들과 다르지 않게 축구공을 차며 제2의 펠레를 꿈꾸던 평범한 소년이었다.

그의 인생은 17세 때 그레미우(브라질)에 발탁돼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하면서 단번에 바뀌기 시작했다. 천재적인 드리블과 화려한 기술로 팬과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킨 호나우지뉴는 19살이던 1999년 국가대표팀에 발탁되는 영광을 맛봤다.

100만 대 1의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브라질 유니폼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호나우지뉴는 그해 FIFA(국제축구연맹) 컨페더레이션스컵 MVP와 코파 아메리카 득점왕을 휩쓸며 전 세계의 뜨거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은 그의 시대를 여는 무대였다. 호나우두, 히바우두 등 선배들과 함께 환상의 공격 라인을 구축한 호나우지뉴는 데이비드 베컴이 건재하던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환상적인 프리킥 골을 넣는 등 조별리그부터 결승전까지 전 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조국의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다. 그의 헛다리 짚기와 플립플랩 기술에 관중들은 열광했다.

호나우지뉴는 파리생제르맹(프랑스), FC바르셀로나(스페인)을 거치며 유럽 정벌에도 나섰다. 특히 두 차례 발롱도르(2004, 2005)를 수상했던 바르셀로나 시절의 활약은 전 세계축구팬들에게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로 대단했다. 

특히 2005년 11월 열린 엘 클라시코 경기는 그의 축구 인생에 있어 최고의 순간이었다. 당시 호나우지뉴는 호베르토 카를로스(브라질), 세르히오 라모스, 이케르 카시야스(이상 스페인) 등이 버티고 있던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를 환상적인 드리블로 무너뜨리며 2골을 뽑아냈고 7만 여명의 원정 팬들에게 기립 박수를 받는 이례적인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존 테리(잉글랜드), 젠나로 가투소(이탈리아), 옌스 레흐만(독일) 등 당대 최고의 선수들을 무너뜨린 호나우지뉴는 2006년 5월 프랑스 파리에서 빅이어(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하늘 높이 들어 올리며 유럽무대를 제패했다. 국내 축구팬들은 인간을 뛰어넘는 그의 천재적인 활약에 '외계인'이라는 별칭까지 달아주었다.

'몰락한 영웅'...그럼에도 그는 전설이었다

 전성기 시절 호나우지뉴의 모습
ⓒ 호나우지뉴 공식 트위터


같은 해 열린 독일월드컵은 그를 위한 무대인 것 같았다. 가나와의 16강전에서 승리했을 때만 해도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다.

그러나 지네딘 지단이 버티고 있는 프랑스와의 8강전에서 유독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팀의 4강 진출을 이끌지 못했고, 호나우지뉴에게 큰 기대를 걸었던 브라질 팬들은 그의 동상까지 파손하며 큰 실망감을 표출했다. 여기에 호나우지뉴가 독일월드컵 당시 훈련을 게을리 하고 숱한 여성들과 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까지 나와 그는 돌이킬 수 없는 문제아로 낙인찍혔다. 

월드컵에서의 실패 후 그는 본격 내리막길로 들어섰다. 감독, 동료들과의 불화설을 비롯해 각종 염문설까지 뿌리고 다니며 스페인 언론의 집중 표적이 되었고, 파파라치들이 찍은 사진 속엔 음주 가무를 즐기는 호나우지뉴의 모습이 포착됐다.

자기관리를 게을리 한 호나우지뉴는 더 이상 천재가 아니었다. 바르셀로나 팬들은 2007~2008시즌 구단에 그의 방출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영원할 것 같았던 호나우지뉴는 그렇게 '몰락한 천재'라는 꼬리표를 단 채로 팀에서 방출됐다.

이후 호나우지뉴는 AC밀란(이탈리아), 플라멩구, 미네이루, 케레타로(이상 브라질) 등의 팀을 전전하며 재기에 나섰지만 체중이 불어난 그의 모습에서 화려함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호나우지뉴는 펠레-지코-호마리우-호나우두의 계보를 잇는 전설로 꼽힌다. 지난 2015년 플루미넨세(브라질)에서 방출된 이후 무적 신분으로 지내고 있는 호나우지뉴는 "나는 내년에 축구계를 떠나기로 결심했다"라며 "그라운드를 떠나게 돼서 슬프지만 아름답고 멋진 날이었다"고 말했다.

호나우지뉴의 퇴장에 축구계는 깊은 아쉬움을 표했다. 현역 은퇴 후 축구 해설가로 활약 중인 호나우두는 "나의 친구이자 파트너였던 호나우지뉴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최고의 선수였다"고 했고, 브라질 축구협회는 "브라질 축구에 크게 공헌한 호나우지뉴를 위해 특별한 은퇴식을 마련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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