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교수 "예산 증액? 가져가는 사람 따로 있다"
이국종 교수는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이 주최한 조찬세미나 ‘포용과 도전’에 참석해 ‘외상센터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 교수는 내년도 권역외상센터 예산이 212억원 증액된 데 대해 “정치권과 언론이 예산을 만들어줘 굉장히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도 “예산이 저 같은 말단 노동자들까지는 안 내려온다”고 지적했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나타나 다 차단한다”는 것이다.
“이국종의 활약으로 증액됐다고 하는데 민망하다”고 말한 그는 2011년 아덴만 여명작전 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웬만하면 이런 말씀 안 드리려고 했지만 아덴만 이후 이런 일을 너무 많이 당했다”며 “내 이름 팔아서 ‘이국종 꿈 이뤄지다’라고 신문에 났는데 그 예산으로 산 헬리콥터는 다른 병원에 갔다”고 했다.
게다가 “2012년에 5개 외상센터 선정하는데 우리 병원은 날려버렸다”며 “이렇게 하는 게 무슨 영웅이냐”고 부끄러워했다. 또 “7년째 얘기해도 (헬기에서 쓸) 무전기 한 대를 안 주는데 이국종의 꿈이 이뤄지다? 이게 무슨 이국종의 꿈이냐”라고 일갈했다.
이 교수는 “국회에서 도와줘 ‘응급의료기금’이 만들어졌지만 2009년까지 기금이 중증외상분야로 들어오는 걸 본 적이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기금 예산을 측정할 때는 중증외상을 앞에 세우지만 의료계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해 금쪽같은 기금이 중증외상센터로 넘어오질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의원들이 좋은 뜻에서 예산을 편성하지만 밑으로 투영이 안 된다. 외상센터는 만들었는데 환자가 없으니 (병원장들이 우리에게) 일반 환자를 진료하게 한다”며 권역외상센터의 실상을 털어놨다.
“국민에게 참담한 마음으로 죄송하다”는 이 교수는 “(청와대에) 청원해 예산이 늘어나면 중증외상 의료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시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피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의료계의 ‘정치’도 언급했다. 의료계에서 쏟아지는 눈총을 설명하던 이 교수는 “병원장, 진료부장으로부터 이국종 필요 없으니 외과 외래 및 입원 진료를 중단해 달라는 공문도 내려왔다”고 말했다. 또 “한 고위 공직자는 이국종만 없으면 조용할 텐데, 뭐 하러 힘들게 트라우마 센터를 만드냐고 했단다”며 “만날 밤 새는 것보다 이게 더 힘들다. 이런 게 현실”이라고 폭로했다.
또 “‘이국종 교수처럼 쇼맨십이 강한 분의 말씀만 듣고 판단하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의료계의 주류”라며 “아덴만 작전 때부터 이런 것에 너무너무 시달렸다. 이런 돌이 날아오면 저 같은 지방 일개 병원에서는 죽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누가 뭐라고 욕하든 저는 야간비행을 하겠다”며 “복지부에서 닥터헬기 지급을 안 해준다고 해도, 소방헬기를 더 이상 타면 안 된다고 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의지를 전했다. “세계 어느 나라든 외상외과 의사가 밤이라고 일 안 하지 않는다”며 “저는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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