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연기 30년 양동근, 더이상의 '네멋'은 없다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2017. 12. 7.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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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인근 카페에서 양동근을 만났다. 그는 인터뷰 시작 이후 30분 미리 앉아 기자와 담소를 나눈다. 자연스러운 대화 안에서 육아 이야기가 절반이다.

반항아, 유아독존, 고집쟁이 곱슬머리 양동근이 세 아이의 아빠에 순응하며 삶의 무게를 토로한다. 낯설지만 정감이 간다.

배우 양동근. 사진제공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 양동근, 결혼 전과 결혼 후로 나뉜다

과거에 양동근은 언론과의 인터뷰조차 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배우는 현장에서 보여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이유로 한때는 ‘인터뷰하기 힘든 연예인’이라는 꼬리표도 있었다.

“기자들한테는 악명 높은 연예인이었다고 하더군요. 한창 사춘기였고 독불장군일 때죠.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만남의 소중함을 알게 됐어요. 저를 만나러 오시는 분들에게는 귀한 시간이란 사실을 깨닫게 됐죠. 지금도 인터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최대한 이 자리를 즐겁게 받아들이자 생각하니 정말 인터뷰 시간이 즐거워졌어요.”

변화의 시작은 결혼이었다. 그런 이유로 로봇과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보그맘>에 대한 선택 역시 빨랐다.

“예전 같았으면 <보그맘>을 두고 심각하게 고민했을 거예요. 저는 아역시절부터 역할과 저를 동일시하는 습관이 있는데 제가 소화하지 못하겠거나 받아들이기 힘든 정서가 있으면 고민없이 안 했어요. 로봇과의 사랑이 이상했지만 실제로 로봇이나 인형에게 감정을 이입해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고민해서 바뀔 문제도 아니고 빨리 마음을 고쳐먹자고 생각했어요.”

배우 양동근. 사진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 시트콤과 정극 사이

<보그맘>은 MBC 드라마국이 아닌 예능국에서 처음 시도하는 작품이다. 시트콤과 정극 사이 중간톤의 정체성을 갖고 있으며 사이보그라는 소재 독특하다.

“처음 시도한다는 면에서 많이 끌렸어요. ‘아이들과 같이 나오는 섹스앤더시티’ 같다고나 할까요? 넓은 것을 포괄하는 드라마였죠. 먼저 선혜윤 피디님과 박은정·최우주 작가님이 저를 너무 좋아해주셨어요. ‘과거 시트콤의 인기를 재현해보자’고 파이팅이 넘쳤었죠.”

기대도 컸지만 현실의 벽도 만만치않게 컸다. 시즌제를 의식한 12화라는 짧은 회차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피디님의 인맥으로 동원된 화려한 카메오도 좋았고 엘레강스맘이 보여주는 현실 풍자가 너무 좋았어요. 제일 아쉬운 부분은 시즌제를 의도해 12화로 방송했는데 다음 시즌에 대한 모호함이 남더라구요. 작가님이 제일 안타까워했어요. 보여줄 것이 많은데 그 계산을 못했다고 하시더라구요.”

드라마 후반에 박한별의 임신 소식이 알려지면서 양동근은 세 아이의 아빠 입장에서 걱정도 많았단다.

“날은 추워지고 뛰어다녀야 하는 신이 많아지니 박한별씨가 ‘자기 때문에 피해가 갈지도 모른다’는 미안한 마음에 얘기를 하더라구요. 저도 내심 걱정을 많이 했어요. 박한별씨가 성격이 좋아요. 저는 현장에서 대사 이외에 말을 많이 하지 않는데 박한별씨는 편안하게 말도 걸어주고 했어요. 오히려 현장을 리드했던 건 박한별이었어요. 자기 몸도 힘들었을 텐데 말이죠.”

배우 양동근. 사진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 연기인생 30년 ‘자연스럽게 내려놓기’

양동근은 유독 상대 여배우 운이 많은 배우다. 내로라할 톱 여배우들과 모두 호흡을 맞췄던 그다.

“누군가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냐’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좀 무뎌지기도 했고 감사한 줄 몰랐어요. 제 성격상 상대배우와 인간적으로 친해질 일이 없었구요. 뭐가 좋은지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정말 좋았던 거구나’ 느껴요. 박현별씨랑은 좋은 소식 덕분에 공감대가 생겨서 아이에 대한 이야기 많이 했어요.”

<보그맘> ‘최고봉’은 양동근의 첫 아이 아빠 연기였다. 배우로서는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시점이다. 아역에서 성인, 성연에서 중년 연기자로… 마흔을 코앞에 둔 그는 30년 연기인생의 제 3장의 문을 두드린다. 키워드는 ‘공감’이다.

“아빠 역을 앞에 둔 배우는 굉장한 고민에 휩싸이죠. 저는 30대 초반부터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이번에 ‘최고봉’ 역을 하면서 중년 연기자의 신호탄을 날린 것과 다름없죠. 이번 작품으로 제가 아역시절에 봐왔던 중년 연기자 선배님들의 톤을 차용해보기도 했어요.”

양동근은 아이를 낳고 연기에 대한 가치관이 많이 달라졌다. 가정에 대한 책임감이 커진 만큼 당연한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옛날에는 싫은 작품도 억지로 했지만 요즘에는 뭐든 닥치는 대로 해요. 연기를 접근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우선순위가 바뀌었다고 할까요? 아내가 산후우울증으로 굉장히 힘들어했어요. 제가 양육에 팔을 걷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살다보니 가정이 평안해야 일의 완성도도 높더라구요. 자연스럽게 일보다는 가정에 대한 책임감이 커진 거죠.”

음악 또한 내려놨다. 음악은 혼자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는 음악’이 아닌 ‘듣는 음악’으로 갈증을 풀고 있다.

“연기에 대한 열정은 ‘네멋대로 해라’ 하나로 됐어요. 앞으로 그 이상은 나올 수가 없는 걸요. 그런 구성을 만날 수도 없고 그렇게 연기할 수도 없어요. 가정과 연기를 양립 속에서 재미를 찾아가려고 해요. 현장에서 ‘가족을 위해 내가 이렇게 일하고 있구나’하는 보람 같은 거요. 예전에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지점을 찾는 재미로 일하고 있어요.”

나 자신을 사랑하기에도 바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세 아이를 위해 아내를 위해 일을 조율한다. ‘와일드카드’ 양동근이 일상을 공감하고 소중히 생각하는 배우가 됐다. 이도 나쁘지 않다.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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