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수주는 바닥쳤는데 .. 조선업계 내년이 더 춥다

이소아.김유경 2017. 12. 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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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증자 공시에 주가 급락
계약 따내도 조업까지 1~2년 걸려
금융권 추가대출 안 해줘 돈줄 막혀
현대중·대우조선도 '불황형 흑자'
매출액 올해보다 큰 폭 감소 예상
업황 차츰 회복세 .. 내후년에 기대

조선 경기는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조선업계의 경영난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최악의 수주절벽 여파가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해 내년까지 극심한 ‘일감 보릿고개’에 허덕일 것으로 보인다.

1조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공시한 삼성중공업이 딱 그런 사례다. 이 회사는 6일 오전 공시를 통해 “올해와 내년에 걸쳐 7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이 예상된다”며 “금융경색 등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공시에 따르면 올해 삼성중공업의 매출은 7조9000억원, 영업손실은 4900억원이다. 또 내년에는 매출 5조1000억원과 영업손실 2400억원이 예상된다. 대규모 손실과 유상증자 소식에 이날 삼성중공업 주가는 전날보다 무려 28.9% 급락한 896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삼성중공업은 박대영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도 교체할 전망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올 3분기까지 국내 조선 ‘빅3’는 흑자행진을 이어 왔다. 여기에 최근 각종 조선 지표들이 일제히 살아나며 ‘조선업 침체가 끝났다’는 긍정적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지난 1일엔 지난해 업계 불황으로 열리지 못했던 ‘조선해양의 날’ 행사가 2년 만에 열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참석한 업계 대표들은 “한파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선업은 계약을 따내더라도 설계와 자재 구매 등을 거쳐 조업 가능한 일감을 확보하는 데 적어도 1~2년이 걸린다. 그런데 국내 조선업계의 경우 2015년부터 선박 수주가 뜸해지더니 급기야 지난해엔 국내 조선소 생산가능 물량의 10%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내년까지 ‘일감 공백’은 기정사실인 셈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조선 업황 악화로 지난해 수주 실적이 5억 달러(목표액인 53억 달러의 10%)로 급감했다”고 토로했다. 회사는 당초 1만4000명이었던 인력을 최대 40% 구조조정하는 자구안에 착수했지만 노사 합의가 지연되면서 올해 구조조정 규모는 700명 수준에 그쳤다. 이 와중에 민간 금융권은 업황 불확실성을 이유로 만기가 돌아온 조선업체의 대출금을 연장 없이 즉각 회수하고 추가대출도 사실상 금지했다.

삼성중공업도 당장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1조6000억원을 상환하고 금융권의 대출 축소에 대비하기 위해 내년 5월까지 유상증자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로 진행되는데 삼성전자(16.9%), 삼성생명(3.24%), 삼성전기(2.29%), 삼성SDI(0.40%) 등 계열사 주주들도 증자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조선업체들도 흑자를 내도 수익 규모는 줄어드는 이른바 ‘불황형 흑자’ 상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올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3%와 19.8% 줄었다.

내년은 더욱 심각하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내년 현대중공업의 매출은 15조1873억원, 대우조선해양 매출은 7조8657억원으로 올해보다 각각 11%와 31% 감소할 전망이다. 그나마 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은 올해 75억 달러의 수주 목표와 지난해 수립한 3조5000억원의 자구계획 목표를 모두 달성해 경영정상화에 청신호가 켜졌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부채비율을 2015년 2951%에서 올 상반기 248%로 대폭 개선했다. 그러나 대우조선의 11월 말 현재 수주 규모는 22척으로 현대중공업(123척)·삼성중공업(67척)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다행히 세계 조선 업황은 내년부터 차츰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영국 조선·해운 조사업체 클락슨에 따르면 세계 선박 신규 발주 규모는 지난해 377억 달러에서 내년 809억 달러(약 88조원)로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 3대 조선해양 박람회인 ‘국제조선해양기자재박람회(SMM)’가 조사한 결과 선주사 10곳 중 3곳은 향후 1년 안에 신규 선박 발주를 고려한다고 답했다.

특히 선주사의 절반 이상(54%)은 2019년 9월부터 시작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각종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선박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오래된 배에 기존 벙커C유보다 30%나 비싼 탈황유를 쓰거나 황산화물 중화장치인 스크러버를 달기보다는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등 새 선박을 준비하는 선주가 많을 것”이라며 “2019년 즈음부터 투자 마인드가 살아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소아·김유경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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