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배 희생자 유족 두번 울리는 악플, "이제 제발 그만.."

이관주 2017. 12. 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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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하시다 가셨는데…"
가족들 눈물로 호소
어제 선장·이모씨 시신 발견
해경, 실종자 수색 모두 완료

[아시아경제(인천)=이관주 기자]"가족을 잃은 슬픔이 큽니다.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악플'은 이제 멈춰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영흥도 낚싯배 사고 희생자 빈소. 사진=정준용 기자


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로 슬픔에 잠긴 희생자 가족들이 '악플'에 의해 더 큰 마음의 상처를 입고 있다. 해양경찰은 사고가 발생한 지 사흘만인 5일 남아있던 실종자 2명을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모두 발견하며 수색을 종료했다. 그러나 그간 애타는 기다림으로 버텨온 유족들을 향한 날선 악플은 평범한 이들에게 헤어 나오기 어려운 고통을 줬다. 뉴스를 통해 수색 진행과정 등을 확인하던 가족들은 원치 않게 각종 악플을 볼 수밖에 없었다.

실제 몇몇 인터넷 포털과 커뮤니티에는 사고 이후 고인들을 추모하는 댓글이 많았으나, '놀러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사고가 난 게 무슨 자랑이냐' '날도 추운데 왜 나가서 그러냐' 등 조롱하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심지어 '보상금 받아 좋겠다' '한가하게 낚시하다가 X졌네' '낚시에 미쳐서 가족을 팽개쳤네' 등 원색적인 악플까지 올라왔다.

이 같은 글들에 평범한 삶을 살아온 유가족들은 억울함을 넘어 참담함을 느꼈다. 한 유족은 "댓글을 읽지 않으려 해도 볼 수밖에 없었다"면서 "가장을 잃은 평범한 가족들이 버티기 힘든 고통"이라고 고개를 떨궜다. 또 다른 유족도 "주말에도 쉬지 않고 가족을 위해 일하다가 일요일 딱 하루 시간이 나 낚시를 하러 갔다가 변을 당했는데 댓글을 보고 억장이 무너졌다"면서 "가족을 잃은 슬픔을 생각하셔서라도 더 이상의 악플은 멈춰주시길 꼭 부탁드리고 싶다"고 호소했다.

그럼에도 희생자 가족들은 서로를 위로하는 모습이었다. 한 유족은 "슬픔이 크지만 누구를 원망하지도, 원망하고 싶지도 않다"면서 "조용히 가족을 보낼 수 있도록 보듬어주시길 바란다"며 고개를 숙였다.

4일 오후 영흥도 낚싯배 희생자 유가족들이 인천 연안부두 해경 전용 부두에 인양된 선창1호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봉수


한편 이날 수색과정에 발견된 '마지막 실종자' 선장 오모(69)씨와 승객 이모(57)의 유족들은 슬픔에 잠겼다. 오씨의 시신이 안치된 시흥 시화병원에서 유족들은 기력이 쇠한 모습이었다. 오씨의 아내는 식사를 하러 가는 도중에도 부축을 받아 간신히 발걸음을 뗐고,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기도 했다. 시신 발견 현장에서 아버지의 주검을 확인한 아들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씨가 안치된 인천 세림병원도 침묵만이 감돌았다. 간간히 가족들의 울음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이들은 슬픔 속에 사랑하는 가족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영흥도 낚싯배 전복 사고 실종자 수색을 펼쳐온 해경은 이날 오전 9시37분께 영흥도 용담리해수욕장 인근 갯벌에서 오씨를 발견한 데 이어 낮 12시께 영흥도 해상에서 이씨의 시신을 찾아내며 실종자 수색을 모두 완료했다. 이번 사고로 선창1호 탑승객 22명(선원 2명, 승객 20명) 가운데 15명이 사망하고 7명이 구조됐다.

인천=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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