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덕 셰프의 사계절 건강 밥상>들깨수제비, 구수하고 걸쭉한 한사발 허한 속이 푸근해지네..

기자 2017. 12. 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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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하면서도 따끈한 국물이 입맛을 사로잡는 들깨수제비. 들깨는 몸에도 좋은 식품이어서 겨울철 건강별미로 많이 권해진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들깨, 밀가루 음식과 찰떡궁합

가루 활용땐 천연조미료 역할

나물·볶음요리에 풍미 더해줘

통들깨 오래 갈면 기름 나와

약한 불로 볶고 곱게 갈아야

매서운 칼바람에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뜨끈한 국물음식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수많은 국물음식 가운데 추운 날 한 끼 별미식사로 빼놓을 수 없는 음식 중 하나가 수제비다.

수제비는 사전적 정의로, 장국을 끓여 부드럽게 반죽한 밀가루를 손이나 젓가락으로 얇게 떼어 넣어 끓이는 음식이다. 6세기경 중국문헌 ‘제민요술(齊民要術)’에 ‘박탁()’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다. 국수가 막 생겨날 무렵이니 수제비는 국수와 친척뻘쯤 되는 음식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제비를 조선 초에 ‘운두병(雲頭餠)’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그러다 조선 중기 무렵 ‘손으로 밀가루 반죽을 만들어 먹는다’는 의미로 ‘수접(手摺)’이라고 부르면서 ‘수제비’가 됐다고 한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서민들의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한 음식으로 애용되고 이제는 현대인들의 별미음식이 됐지만, 근대 이전까지만 해도 밀 생산량이 많지 않아 수제비는 귀한 음식이었다.

실제로 조선 숙종 때 실학자 홍만선이 엮은 농서 겸 가정생활서인 ‘산림경제’에 보면 ‘영롱발어(玲瓏撥魚)’라는 음식이 나오는데, 이는 일종의 고급 수제비 음식이다. 메밀가루를 반죽해 잘게 썬 쇠고기나 양고기와 함께 수저로 떠서 끓는 물에 넣으면 고기는 밑으로 가라앉고 수제비는 위에 둥둥 뜨는데, 수제비의 그 모습이 물고기가 헤엄치는 듯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현대에 들어 수제비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다양한 천연재료로 밀가루에 색을 더하고 국물도 사골, 멸치, 조개 등 다양한 재료로 맛을 낸다. 들깨는 밀가루 음식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 들깨 국물을 베이스로 한 수제비는 걸쭉한 국물이 일품인 데다가 영양성분도 뛰어나 겨울철 따뜻하게 먹을 수 있는 건강식으로 손색이 없다.

들깨는 ‘동양의 허브’라고 불릴 정도로 맛과 향이 좋은 식재료다. 요즘 통들깨는 외국산이 너무 많아 국내산 찾기가 쉽지 않다. 국내산 들깨는 껍질이 얇고 낟알 크기가 작은 반면, 외국산은 껍질이 잘 벗겨지지 않고 낟알 크기가 큰데, 외관만으로 구별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서 인증된 우리 농산물 직거래장터에서 구입하는 것을 권한다.

들깨는 맛이 좋고 효능도 뛰어나다. 필수지방산, 무기질, 비타민이 풍부해 성인병 예방에 좋고 오메가3 지방산인 리놀렌산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어 두뇌발달은 물론, 학습능력 향상과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또 감마토코페롤 성분은 항산화 작용을 해 피부세포 노화를 막아준다. 이 외에도 발암물질과 독소를 배출시켜 암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며, 혈액순환, 신진대사 등 생리활동에도 좋아 장기 복용하면 체질을 개선하는 데 효능을 발휘한다. 한방에서는 만성위염, 기침, 위산과다 등에 처방하기도 한다.

이렇게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들깨를 가루로 만들어 음식에 활용하면 더욱 고소하고 진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천연 조미료 역할을 하는 것이다. 들깻가루로 만들 수 있는 요리들은 들깨수제비, 들깨토란탕, 들깨칼국수, 버섯들깨탕, 들깨추어탕, 들깨무침, 들깨죽 등 국, 탕, 찌개에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나물무침이나 볶음요리에 들깨를 넣으면 고소함이 배가되고 맛이 훨씬 깊다.

별미 간식도 만들 수 있다. 가을에 수확한 통들깨를 이용해 만든 들깨강정은 바삭한 식감이 일품이다. 들깨는 소화기능에도 도움을 주므로 밥에 조금씩 넣어 먹어도 좋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들깻가루는 밑 국물로 활용될 때 음식의 전체 분위기와 테마를 바꿀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한다. 맛과 영양도 올리면서 음식의 품격까지 한층 높여준다. 따끈한 국물과 개성 넘치는 넓은 면으로 만든 들깨수제비를 준비해 가족과 함께 건강별미를 즐겨보자.

한식당 다담 총괄·사찰음식 명인

만들어 보세요

재료(2인분 기준) : 수제비 반죽(밀가루 1컵, 소금 한 꼬집, 물 1/5컵), 들깻가루 2T, 통들깨 1컵, 감자 1/2개, 양파 1/4개, 애느타리버섯 30g, 당근채 약간, 호박 1/4개, 국간장 1/2T, 까나리액젓 1/2T, 다진 마늘 1/2T, 소금 소량, 고명(실파, 들깻가루, 실고추), 육수 4컵(다시마 5×5㎝ 3장, 물 6컵, 건표고버섯 2개, 육수멸치 5~6마리, 대파 1/3줄기)

만드는 법

1. 통들깨를 볼에 담은 후 물을 부어준다. 둥둥 떠오르는 들깨는 건지고 바닥에 가라앉은 이물질은 버린다. 이 과정을 2~3회 반복해 깨끗하게 세척한다.

2. 씻은 통들깨는 채반에 밭쳐서 물기를 빼주고 은근한 불에서 볶아준다.

3. 냄비에 육수 재료를 넣고 센불에 끓이다가 끓어오르면 다시마를 건져내고 다시 끓인 다음 체에 걸러준다.

4. 손질한 통들깨는 믹서기에 넣고 육수를 붓고 곱게 갈아준다. 그리고 체에 밭쳐 걸러준다.

5. 이후 볼에 넣고 밀가루와 물, 소금, 식용유와 함께 반죽을 치대어 준다. 그리고 냉장고에 넣어 30분간 숙성시켜 준다.

6. 감자는 반으로 자른 후 슬라이스하고 버섯은 밑동을 자른 후 가닥가닥 찢어준다.

7. 냄비에 4의 육수를 붓고 끓이다가 들깻가루를 풀어주고, 끓어오르면 밀가루 반죽을 한 입 크기로 얇게 떼어 넣어준다.

8. 수제비가 둥둥 떠오르면 준비해 둔 버섯과 채소를 넣고 한소끔 끓여준다. 국간장, 까나리액젓, 소금으로 간을 해준다.

9. 완성되면 그릇에 담아 고명을 얹어 내놓는다.

조리 Tip

1. 육수를 만들고 남은 버섯은 슬라이스하여 수제비에 넣어 함께 끓여준다.

2. 들깻가루를 만들 땐 통들깨를 물에 씻어 물기를 제거한 후 프라이팬에 약한 불로 볶은 다음 곱게 갈면 완성이다. 너무 오래 갈면 기름이 나오니 주의한다.

3. 남은 통들깨는 냉동 보관하여 필요할 때 바로 사용하면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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