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 속으로> 청소년 죽음준비교육, 왜 필요할까

조희정 작가 2017. 12. 5.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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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저녁뉴스] 

여러분은 혹시 여러분의 임종 순간을 상상해보신 적 있으십니까? 현재 연명의료결정법이 시범 시행되면서 합법적인 존엄사가 가능하지만, 일상 속에서 삶과 죽음의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는 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에 성인,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죽음준비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컨퍼런스가 열려 눈길을 끌었는데요, <교육 현장 속으로>에서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내년 2월부터 시행되는 연명의료결정법에 앞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는 한 복지재단을 찾았습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란 19세 이상인 사람이 자신의 연명의료 중단 여부와 호스피스에 관한 의사를 밝히는 문서인데요.

연명의료는 항암제 투여,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인공호흡기 착용 등의 4가지로, 기입한 내용은 법적 효력을 갖게 됩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주로 50대에서 70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존엄한 죽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양미옥 실장 / 각당복지재단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실 수 있는 분들이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작성하실 수 있거든요? 그런데 아직까지는 연령대가 낮으신 분들이 그렇게 많은 작성율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이날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기로 한 임지원 씨도 60대에 접어들어서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는데요.

2년 전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남편을 지켜보면서부터입니다.

인터뷰: 임지원(65) 서울시 성북구

“내 식구가 그렇게 아프다보니까 살아있는 동안에 차라리 좋은 기억을 할 수 있는 좋은 이야기와 산책을 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을 줄 수 있는 게 낫지.”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통해서 삶의 한정된 시간을 체감하는 우리.

대부분 노년기에 접어들어서야 죽음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되는데요.

사회적으로 죽음에 대한 공론화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전직 교사였던 다카하시 마코토 선생은 최근 한국을 찾아 노인이 아닌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죽음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그는 일본 게이오고등학교에서 13년 동안 학생들을 대상으로 삶과 죽음의 문제에 대한 수업을 진행했는데요,

인터뷰: 다카하시 마코토 / 전 게이오 교사

“처음에는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책상 위에 있는 인쇄물을 보고는 깜짝 놀랍니다. 죽음과 죽는 것에 대한 수업을 하는구나, 하고요. 하지만 제가 가르치는 고등학생의 어머니가 주로 40대, 50대인데요. 그러면 자신의 부모님을 수발하는 시기죠. 그래서 노화, 질병, 죽음과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보다 오히려 부모가 인쇄물을 더 열심히 읽게 됩니다.”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탄생과 성장, 죽음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며 아이들은 죽음을 자연스러운 삶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곧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와 다르지 않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다카하시 마코토 / 전 게이오 교사

“교사들이 만약에 죽음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 두려움이나 공포 등 어두운 인상을 주면 그런 것이 아무래도 학생들에게 전달됩니다. 교사 스스로 긍정적인 사생관을 확실히 가지고 그 바탕에서 수업해야 하고 말로만 긍정적인 얘기를 해도 도리어 학생들은 제 목소리, 몸동작, 외견에서 부정적인 신호와 절망을 죽음으로부터 받아들이게 됩니다. 결국 죽음을 배우는 학생들의 문제보다도 죽음을 가르치는 교사에게 큰 비중이 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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