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콜트 공장에서 좋았던 시간..그림책으로 담아 봤죠"

입력 2017.12.05. 07:06 수정 2017.12.05. 07:22

"빈 공장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 공장은 내 몸을 통째로 삼킬 것같이 크고 어두웠다. 용기를 내어 안으로 들어갔다. 순간, 뚜렷한 기분이 들었다. 여기서 예술을 하면 멋진 게 나올 거야, 분명! 팔에 소름이 돋았다."

"콜트 노동자들과 연대의 의미도 있고 빈 공장에서 실험적인 작업을 해보고 싶은 욕구도 있어서 그곳에 갔어요. 이후 이걸 책으로 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있었는데, 출판사 쪽에서 어린이 책으로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해왔어요. 처음엔 이 얘길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나 되게 당황했죠. 그래서 오랫동안 갈팡질팡했는데, 막상 마음을 다잡고 이야기를 풀다 보니 저도 모르게 쑥쑥 나오더라고요. 사실 이 책의 대상이 어린이들로 한정되진 않았고 어른이건 어린이건 상관없이 이야기를 나눴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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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트-콜텍 노동자 이야기 담은 '빈 공장의 기타 소리' 전진경 작가
그림책 '빈 공장의 기타 소리' 출간한 전진경 작가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빈 공장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 공장은 내 몸을 통째로 삼킬 것같이 크고 어두웠다. 용기를 내어 안으로 들어갔다. 순간, 뚜렷한 기분이 들었다. 여기서 예술을 하면 멋진 게 나올 거야, 분명! 팔에 소름이 돋았다."

그림책 '빈 공장의 기타 소리'(창비)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 책을 지은 전진경 작가가 인천 부평구 콜트악기 기타 공장에 처음 들어선 순간의 느낌을 표현한 것이다. 작가는 2012년 4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노동자들이 장기 농성 중인 빈 기타 공장에서 함께 머물며 시간을 보냈다. 당시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그림책을 5년여 만에 세상에 내놓게 됐다.

"콜트 공장에서 제가 보낸 좋은 시간과 감정, 아직도 진행형인 그곳의 상황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전 작가는 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림책을 내게 된 배경을 이렇게 밝혔다.

"콜트 노동자들과 연대의 의미도 있고 빈 공장에서 실험적인 작업을 해보고 싶은 욕구도 있어서 그곳에 갔어요. 이후 이걸 책으로 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있었는데, 출판사 쪽에서 어린이 책으로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해왔어요. 처음엔 이 얘길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나 되게 당황했죠. 그래서 오랫동안 갈팡질팡했는데, 막상 마음을 다잡고 이야기를 풀다 보니 저도 모르게 쑥쑥 나오더라고요. 사실 이 책의 대상이 어린이들로 한정되진 않았고 어른이건 어린이건 상관없이 이야기를 나눴으면 합니다."

홍익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미술 작업과 그림책 일러스트를 해온 작가는 사회 문제를 외면하지 않는 예술가가 되고자 평택 대추리의 미군기지 이전 반대 시위, 기륭전자 노동자 시위, 제주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반대 시위 등 투쟁 현장을 다니며 미술 작업을 해왔다. 그 경험을 그림책으로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2007∼2008년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하고 공장을 폐쇄한 사측에 맞서 10년 가까이 투쟁을 벌여왔다.

작가는 이들과 함께한 열 달 동안의 시간을 따뜻한 그림과 글로 담았다. 수채화 풍의 그림은 우리 주변의 보통 사람들 모습을 투박하게 그린다. 그림 속에는 만화처럼 말풍선 형식의 생생한 대화도 들어 있다.

"아, 저기…. 여기 빈 공장을 써도 될까요? 그러니까…. 작업실을 만들려고요. 저기, 저, 그림 그리는 작업실요. 아, 저는 화가예요."//"찾아오신 건 고마운데 여긴 위험하기도 하고, 우리도 안전하지 않은데 혹시 다치면 우리가 책임질 수도 없고." (6∼7쪽)

"볕이 가장 잘 드는 공간을 골라서 내 작업실로 만들었다. 오래전에 전기와 수도가 끊긴 곳이라서 걱정했는데, 키 큰 아저씨가 어디에선가 전깃줄을 끌어와서 전등을 달아 주었다. 역시 나를 환영하고 있군." (9쪽)

"저기, 우리 천막에 오셔서 같이 저녁 먹을래요?//"아, 아니요. 전 다이어트 중인데요."//얄미워 보여도 어쩔 수 없다. 친해지는 건 천천히 해도 괜찮다."

"고소한 냄새를 참을 수 없어서 부침개 몇 조각을 먹었다./아직 다이어트를 포기한 건 아니다." (14∼15쪽)

이 책을 읽다 보면 웃음이 나온다. 작가는 그 혹독한 투쟁 현장에서도 따뜻한 가슴을 지닌 사람들이 어깨를 맞대고 우정을 나누며 일상을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분들의 용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가족 문제라든지 이 싸움을 할 수 없는 이유가 훨씬 많았거든요. 그래도 항상 '농성을 해야지'라고 선택한 거예요. 그런 수많은 결심이 용기와 함께 쌓여서 10년 동안 버텨온 거죠. 이게 콜트 얘기이긴 하지만, 농성장은 우리 주변에도 많습니다. 길을 가다가 어떤 농성장을 볼 일이 있어요. 비닐이 덮여있고 추레하고 뭔가 꼬여있는 상황으로 보여도 그 안에 인간의 밀도 깊은 역사가 항상 같이 있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어요. 꾸준히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도시 곳곳에, 우리 주변에 있다는 얘기를요."

작가는 오는 9일 저녁 홍대 클럽 '빵'에서 콜트-콜텍 노동자들로 구성된 밴드 '콜밴'의 음반 발매 쇼케이스가 있다고 전했다. 그 자리에서 이 책도 함께 소개할 계획이다.

52쪽. 1만2천원.

그림책 '빈 공장의 기타 소리'

mi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