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bile World] "어서와 이런 AI는 처음이지?"

김규식 2017. 12. 5.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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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맥락 파악하는 음성인식 비서
주제별 사진분류·불량재료 판별..갈수록 다양한 적용 가능해져
의료 사진 13만장 '머신러닝' 의사 진단과 거의 흡사해
AI가 인류를 위협하진 않나? "다만 도울뿐..먼훗날 얘기"

구글이 만드는 신세계…도쿄 'Made With AI'를 가다

제프 딘 구글 시니어 펠로가 구글의 AI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구글]
'기계와 인간의 자연스러운 대화, 암을 비롯한 질병의 진단, 사용자의 환경·습관에 맞춰서 주제별·상황별 사진 찾아주기, 불량 식재료 찾기, 이어폰과 스마트폰을 활용한 통역….'

구글이 인공지능(AI)을 통해 실현시킨 것들이다.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승리하며 일반인들에게 '기계에 대한 두려움'을 안기기도 했던 AI는 이제 일상생활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AI는 어떤 서비스·상품까지 가능할까. AI를 선도하고 있는 구글은 지난달 말 아시아·태평양의 기자 60여 명을 일본 도쿄 구글재팬 오피스로 불러 자사 서비스를 선보이는 간담회인 'Made With AI' 행사를 열었다. 구글 AI 부문 최고 연구자 중 한 명인 제프 딘 시니어 펠로를 비롯해 의학·음성인식비서·비전인식 등 각 프로젝트의 매니저들이 나와 사례를 소개했다. 딘 시니어 펠로는 "2012년까지만 해도 AI 연구계에서 표준적으로 쓰이던 신경망의 규모는 연결 수가 100만~1000만개 정도였으나 요즘 구글 모델은 10억개 이상의 연결을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음성인식 넘어 인간처럼 대화하는 '자연어'로

구글 관계자가 구글홈과 대화하고 있다.
"도쿄 오늘 날씨 어때?" "흐리고 최고기온 18도입니다." "그러면 서울은?" "맑고 최고기온 8도입니다." "내 항공일정 보여줘."

누군가가 자신의 비서와 하고 있는 대화처럼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 인간과 기계의 대화다. 구글의 AI비서 어시스턴트와 이를 탑재한 AI스피커(구글홈)를 통해 대화한 내용들이다. 도쿄 날씨를 물어본 후 서울 날씨가 궁금하다고 '서울 날씨는 어때'라고 물어볼 필요가 없다. 그냥 일상 대화하듯이 '서울은' 하고 되묻기만 하면 된다. 머신러닝을 통해 AI의 음성인식과 대화 기술이 늘었다는 얘기다.

기계가 사람의 목소리 등 소리를 듣고 이를 판별하는 '음성인식', 그리고 그 의미와 맥락까지 파악해 인간 언어로 답을 주는 '자연어처리' 기술은 구글이 총력을 기울이는 분야다. 구글의 음성인식을 통한 검색은 이미 119개 언어에서 가능하다. 구글은 음성인식과 자연어처리를 갈수록 인간에 가깝게 하기 위해 계속해서 데이터를 모으고 AI를 학습시키고 있다. 구글홈은 여러 명이 떠드는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명령하는 목소리를 구분해낸다. 최대 6명까지 목소리를 기억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여러 명이 함께 이용할 수 있다는 게 구글의 설명이다. 아빠가 '오늘 내 일정은'이라고 물으면 아빠 일정을 보여주고, 곧이어 딸이 '내 사진 TV에 띄워줘'라고 명령하면 딸 사진을 보여주는 식이다.

통역·번역도 구글이 AI를 적극 활용하는 분야다. 구글 번역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글이나 표지판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읽어들여 사용자가 아는 언어로 번역해주는 '워드렌즈' 기능도 있다. 딘 시니어 펠로는 "(AI와 스마트폰을 활용해) 2~3초 내에 모국어로 통역을 해주는 이어폰도 개발했다"며 "이런 기능들을 좀 더 많은 기기에 도입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전인식의 확장

구글 관계자가 구글포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근 구글이 주력하는 분야 중 하나가 비전인식이다. 사진·그림에 나타난 물체가 어떤 것인지 컴퓨터가 파악하는 기술이다. 이를 활용한 대표적인 게 '구글포토' 서비스다. 사물의 이름이나 인물명, 상황에 따른 명령어 등으로 사진을 찾아준다. 예를 들어 '노을'이라는 명령어를 내리면 보관된 사진 중에서 해질 녘 모습이 있는 걸 찾아준다. 이용자가 구글어시스턴트를 통해 '톰(이용자의 아들) 사진 보여줘'라고 명령하면 '톰'이라는 여러 사람이 있더라도 아들의 사진을 주로 보여준다. AI가 이용자와 소통하면서 학습한 결과다. 구글포토는 주제별·상황별로 사진을 모아 자동으로 앨범이나 동영상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구글의 픽셀폰은 AI와 하드웨어가 결합한 결과물이다. 픽셀폰에는 인간의 눈처럼 카메라에 비친 물체의 원근·심도를 파악해 중심이 되는 피사체가 어떤 것인지 알아내고 이를 부각해 찍고 배경 부분은 흐릿하게 처리하는 기능도 있다.

이삭 레이놀스 구글 픽셀카메라 담당 프로덕트 매니저는 "오늘날 스마트폰 기능은 다들 많이 비슷해졌으며 하드웨어 변화로 혁신을 꾀하는 건 한계가 있다"며 "AI와 하드웨어를 결합해야 혁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의학으로 가는 AI

구글은 이날 행사에서 의학과 접목된 두 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당뇨성망막병증과 유방암의 진단에 AI가 활용된 것이 그 예다. 리 펭 구글리서치 의학 영상팀 프로젝트 매니저는 "주요 실명 원인 중 하나인 당뇨성망막병증은 1년에 한 번 안구 촬용만 해도 미리 발견해낼 수 있는데 인도 등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이게 어려웠다"며 "13만장의 망막 사진 등을 바탕으로 머신러닝을 진행해 진단시스템을 개발했는데 의사들의 진단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정확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AI가 의사를 대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AI가 의사를 대체할 수는 없고 다만 의사들이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울 뿐"이라고 설명했다. 당뇨성망막병증이나 유방암 등의 진단에서 의사 수준까지 정확도가 높아지기는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한 것일 뿐이라고 펭 매니저는 강조했다. 그는 AI 사진 판독 진단의 강점으로 많은 양의 사진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판독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활용도 넓어지는 AI

이날 간담회에는 일본 식품 제조업체 관계자도 참석했다. 그가 발표한 것은 구글의 AI 플랫폼을 활용해 불량 재료를 가려내는 프로젝트. 일본 식품기업 큐피는 유아용 가공식품 원재료인 '깍둑 썬 감자'의 불량을 찾아내는 데 AI를 활용했다. 다케시 오기노 큐피 생산부문 관리자는 "AI의 비전인식을 활용해 100만개 이상의 감자 원재료를 학습시켰다"며 "양질의 원재료를 골라내고 그 외에는 불량으로 분류하는 방식으로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식품업체에서도 이런 AI 머신러닝을 활용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AI의 적용이 가시화될수록 'AI의 발전이 결국 인류에게 위협이 되는 것 아닌가'라는 근본적 질문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기자들이 여러 차례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딘 시니어 펠로는 "사람처럼 생각하는 능력을 지닌 AI는 먼 훗날의 얘기"라며 "현 단계의 AI는 특정한 업무를 잘하도록 데이터를 입력해 훈련하는 '좁은 인공지능(narrow AI)'"이라고 설명했다.

[도쿄 =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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