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쟁 가능성 커진 한반도, 정부는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라

2017. 12. 5.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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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매스터 "전쟁 가능성 커지고 있다"
미 의원, 주한미군 가족 철수할 시기
정부는 평화 타령 말고 현실 직시하라

한반도 안보 위기가 빠르게 고조되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와 의회가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그제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이 매일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무력 충돌 없이 이 문제(북핵·미사일)를 해결할 방법들이 있지만 (전쟁 가능성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고,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고 했다. 그동안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며 ‘전쟁’이란 용어 사용을 자제해 오던 그가 예방 전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엄중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런가 하면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CBS 방송에서 “이제 (주한미군의) 부양가족들을 한국 밖으로 철수하기 시작할 때”라고 지적했다. 한국에 있는 미국 민간인을 철수하는 것은 전쟁 직전에나 시행된다. 그레이엄 의원은 ‘최후 수단으로 선제 전쟁(preemptive war)’까지 언급했다. 한반도 안보 상황이 매우 심각해졌다는 얘기다.

미국의 이러한 위기의식은 중국의 비협조로 대북제재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고, 북한은 곧 핵무장에 들어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대북제재는 효과가 없었고, 북한의 핵무장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전 배치를 막을 시간이 거의 고갈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북한은 한두 달만 더 버티면 된다는 분위기다. 다급해진 맥매스터 보좌관은 “한국·일본·대만·베트남 등이 핵무장에 나설 경우 중국과 러시아 국익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중국에 경고했다. 북한이 핵무장을 완료하면 한국도 생존을 위해 핵무장에 들어가게 되고, 일본과 대만 등으로 핵 도미노 현상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논리다. 동아시아의 핵 확산은 핵비확산체제(NPT) 와해는 물론, 세상이 핵에 의한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으로 변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까지 들먹이며 중국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이처럼 한반도가 비상 상황에 진입 중인데도 정부는 한가롭다. 한가하다 못해 ‘평화 타령’에 집착하는 분위기다. 서울과 수도권을 오가는 광역버스에서 ‘남북이 서로 평화롭게 살아야 한다’는 통일부 홍보방송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산불이 곧 밀어닥칠 상황인데도 국민에게 경고는커녕 무사태평인 것이다. 세월호 침몰사건 때 선장이 배에 탄 관광객이 신속하게 탈출하도록 유도해야 하는데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라”고 방송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 심지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해 해상 차단 또는 봉쇄를 해야 한다지만 청와대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국방부 사이에 엇박자도 났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의 생명이다. 정부가 평화에만 매달리면서 북핵 위기를 방치하다가 진짜 전쟁을 맞이할 수도 있다. 정부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따른 한반도 안보 현실을 국민에게 정직하게 알리고 한·미 공조를 통한 효과적인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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