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재심사건 4년째 깔고 앉은 법원..피해자 '발동동'

2017. 12. 4.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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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병으로 거동이 힘들고 정신도 흐려지십니다. 간첩이라 매도된 억울함을 풀고자 재심이 열리기만을 손꼽아 기다리십니다. 속히 재심이 열릴 수 있도록 힘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1981년 경북 안동의 안씨 가족이 간첩 혐의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에 연행된 뒤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비슷한 시기 안기부가 기획한 '가족 간첩사건' 피해자인 박동운씨와 김정인·석달윤씨 등은 일찌감치 재심을 청구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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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규씨 간첩사건 신청 4년째 미적
'안동 일가족 간첩사건'은 27개월째
피해자 '명예회복' 못하고 숨지기도
서울고법 "사건 오래돼 숙고중"
법조계 "까다로운 재심요건 문제.. 문턱 낮춰야"

[한겨레]

서울 서초동 중앙지방법원 청사 들머리에 법과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이아’ 그림이 붙어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아버지는 병으로 거동이 힘들고 정신도 흐려지십니다. 간첩이라 매도된 억울함을 풀고자 재심이 열리기만을 손꼽아 기다리십니다. 속히 재심이 열릴 수 있도록 힘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요즘 임동규(78)씨의 딸 임아무개(41)씨는 매일같이 가슴을 졸인다. 8년 전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요양원 신세를 지는 아버지가 재심 재판 결과도 못 보고 세상을 떠날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아버지는 1979년 간첩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렀다가 2013년 9월 법원 문을 두드렸다. 남영동 대공분실에 불법감금돼 ‘고문경찰’ 이근안 등에게 고문을 받은 끝에 허위자백을 했으니, 다시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다. 가족이 탄원서를 냈지만, 어찌 된 일인지 법원은 4년 넘게 감감무소식이다. 딸 임씨는 4일 “아버지 생전에 무죄 판결문을 안겨드리고 싶은데, 재심이 열릴지도 아직 불투명하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새 정부 출범 뒤 사회 곳곳에서 잘못된 과거사를 청산하는 작업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법원에서 잠자고 있는 몇몇 재심 사건만큼은 이런 분위기에서 소외돼 있다. 통상 법원은 유죄 판결의 증거가 위조되거나 수사 과정에서 불법구금·고문 등 위법 행위가 있었다는 게 확인되면 재심을 개시한다. 개시가 확정되면 재심 재판이 열리는 구조여서, 정작 확정판결이 나오려면 몇년씩 걸리는 경우도 많다. 법원이 시간을 끄는 동안 연로한 피해자들이 숨지기도 한다. 실제 재판부가 두차례나 바뀌는 동안, 임씨와 함께 재심을 청구한 양정규씨는 2014년 숨을 거뒀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오래된 사건이라 판단이 쉽지 않아 재판부에서 숙고하고 있다”고 했다.

이밖에 ‘안동 일가족 간첩사건’ 재심 청구 역시 2년3개월째 서울고법에 계류돼 있다. 1981년 경북 안동의 안씨 가족이 간첩 혐의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에 연행된 뒤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비슷한 시기 안기부가 기획한 ‘가족 간첩사건’ 피해자인 박동운씨와 김정인·석달윤씨 등은 일찌감치 재심을 청구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안동 사건’으로 8년간 복역한 안승억(72)씨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16년간 감옥살이를 한 형님이 치매로 정신이 혼미하다. 조속히 안기부의 조작을 확인받고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고 했다.

앞서 ‘유서대필 조작사건’ 피해자인 강기훈씨의 경우, 검찰의 항고와 법원의 결정 미루기 탓에 7년 만에 무죄가 확정돼 ‘너무 늦은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김영진 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관은 “임씨나 안씨처럼 국가기관에 의한 공식 조사 결과가 없는 경우, 법원이 재심 요건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보거나 판단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 당시 조사 기회를 놓친 피해자들로선 입증 부담이 더 커지는 셈”이라며 “법원이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나서 재심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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