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11세 소녀 메나는 죄없이 '일생'을 감옥서 보냈다

2017. 12. 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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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신형 받은 엄마의 동의없인 18세까지 못 나가..아프간 전역 같은 처지 수백명
감옥 바깥 세상 한번도 못 나가봤지만 "엄마 없인 안 나가"..거친 엄마 달래기도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아프가니스탄의 11세 소녀 메나는 '일생'을 감옥에서 보냈다. 감옥에서 태어났을 뿐 아니라 임신도 그곳에서 이뤄졌다. 수두와 홍역 같은 어린이 병치레도 감옥에서 했다. 앞으로도 18세까지는 감옥에 갇혀 있어야 한다.

아프가니스탄 교도소.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범죄를 지은 것은 없다. 단지 엄마 시린 굴이 연쇄 살인죄로 종신형을 살고 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뉴욕타임스는 3일(현지시간) 메나의 감옥 생활을 소개하면서 "메나는 감옥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다. 잠시라도. 텔레비전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보지 못했다. 감옥 담장 바깥 세계가 어떤지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메나가 사는 낭가르하르주 여성 교도소엔 어린이 36명이 수감자인 엄마들과 함께 있다. 다른 엄마들의 형기는 메나 엄마보다 짧기 때문에 메나가 가장 오래됐다.

아프간에서 어린이들이 엄마들과 함께 교도소 생활을 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특히 교도소밖에 아버지가 없거나 관계가 단절된 상태에서 달리 가까운 친척이 없을 때 그렇게 된다. 아프간 전국에 있는 여자 교도소 30곳에 엄마와 함께 사는 어린이가 수백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메나가 있는 교도소엔 뉴욕타임스 기자가 방문한 날 생후 3일 된 갓난아기도 있었다.

아프간 당국은 수형 중인 여성의 자녀들을 위한 보육원을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그 어머니가 동의하지 않으면 시설로 데려갈 수 없다. 보육원 시설 자체도 부족하다.

메나의 감옥엔 뽕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넓은 마당이 있어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논다. 녹슨 그네와 철골 놀이시설, 미끄럼틀은 물론 칠판을 갖춘 교실도 있다. 교사 1명이 학생 16명을 대상으로 초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과정을 가르친다. 학년마다 하루 1시간만 수업한다. 메나는 이제 2학년.

메나는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내 일생을 이 감옥에서 보냈다. 나도 나가고 싶다. 엄마와 함께 나가서 살고 싶다. 그렇지만 엄마 없이는 나가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볼이 통통한 귀여운 얼굴의 메나는 감옥에서 자랐지만 "상냥한 말투에 침착하고 얌전"했다. 옆에 앉아서 연신 담배를 피워무는 엄마 굴은 거친 성품과 입을 가졌다. 문신이 불경시되는 아프간이지만 문신도 했다.

딸을 왜 내보내지 않느냐는 질문에 엄마는 화를 버럭 내며 "이봐, 미국 양반, 당신네 꼭두각시이자 노예인 아슈라프 가니(아프간 대통령)에게 가서 나를 풀어주라고 얘기해"라고 소리 질렀다. "내 잘못이라곤 범죄자인 남편에게 밥해준 것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프간 검찰에 따르면 굴은 매춘부로 일하면서 집으로 불러들인 남자들에게 약을 섞은 케밥을 먹이곤 금품을 빼앗고 죽여선 집 마당에 묻었다.

굴이 남편이라고 부른 라마툴라는 정식 결혼한 사이는 아니다. 굴의 아들, 삼촌, 조카 등과 함께 2001년부터 2004년 사이에 아프간 남자 27명을 죽인 죄로 다른 공범들과 함께 교수형에 처해졌다. 두목격인 굴도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임신하는 바람에 사형이 미뤄지고 메나가 태어나자 종신형으로 감형됐다.

메나의 생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교도소 당국은 굴이 사형을 피하려고 교도관과 관계를 맺어 메나를 임신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굴이 테이블 건너편에 앉은 뉴욕타임스 기자를 향해 손톱을 세우며 "죽여버리겠어. 그쪽으로 넘어가서 눈알을 빼버리겠다"고 사납게 굴자 메나가 엄마의 어깨를 가볍게 치며 진정시켰다. 입술에 손가락을 대며 "쉿"하자 엄마가 잠깐이나마 가라앉았다.

메나가 잠시도 놓지 않고 있는 노란색 비닐봉지에 든 게 뭐냐고 묻자 조심스럽게 종이에 싼 "아빠 사진들"을 보여줬다. 메나의 생부가 아닌 라마툴라의 사진이었지만, 메나는 한 장 한 장 넘기다 교수형 후 매장 직전 덮개에 덮인 채 얼굴만 드러낸 사진들에선 한동안 시선을 멈추기도 했다.

메나는 엄마의 난폭한 인터뷰 내내 곁에서 무표정한 채 앉아 있었으나 간혹 엷고 귀여운 미소를 짓기도 했다. 한 살 아래로 절친인 살마에 관해 얘기할 때는 좀 더 활기를 띠었다. 살마와는 인형을 갖고 논다고 말했다. 헝겊과 실로 여자아이 인형들을 자신들이 만들었다고 했다.

엄마 굴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또 쏟아냈다. "미국 양반, 당신이 할 일은 여기에 TV를 가져다주는 거야. 내 방문객이고 나하고 얘기하러 왔잖아…이슬람국가(IS)를 시켜서 당신 목을 잘라버리도록 해야겠어"

인터뷰가 끝나자 메나는 취재진 모두와 예의 바르게 악수를 나눈 뒤 살마와 팔짱을 끼고 마당 건너편으로 갔다. 사진이 든 노란색 비닐봉지는 잊지 않고.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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