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하면 터지는 낚싯배 참사 왜.."영업 경쟁 치열"

박준호 2017. 12. 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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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권현구 기자 = 지난 3일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낚싯배 선창1호를 들이받아 13명의 사망자를 낸 급유선 명진15호가 4일 오전 인천 서구 북항 관공선전용부두에 정박해 있다. 2017.12.04. stoweon@newsis.com

대형 여객선·상선과 달리 소형 낚싯배는 느슨한 법망
동호인 증가하며 경쟁 치열…우후죽순 난립·불법개조
낚시어선은 등록 관청 신고하는 것만으로 영업 가능
지나친 규제는 어민들 생계 타격 줄 수 있어 신중해야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잊을만 하면 터지는 낚싯배 인명사고가 또 발생했다.

이번 인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선창1호 전복 사고는 전형적인 안전불감증 사고와는 달리 선장과 승무원의 부주의로 인한 업무과실에 무게가 쏠린다.

통상 낚시어선 사고가 발생하면 고질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승객들의 음주나 구명조끼 미착용 등 안전불감증은 이번 사고와는 연관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사고 당시 해상에서 이따끔 천둥 번개는 쳤지만 갑작스런 기상상태 악화로 운항에 차질을 줄 정도는 아니어서 천재지변 등의 자연재난 사고로도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배에 탄 22명 중 사망·실종자가 15명이나 발생한 것은 결과적으로 이전에 발생한 대부분의 낚싯배 사고처럼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라는 지적이다.

해경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번 사고의 주된 원인은 선장과 승무원의 전방주시 태만 등의 안전운항 의무 소홀로 인한 과실로 보여진다. 노후한 부품이나 기계의 결함으로 인한 오작동 등 관리부주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해양전문가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낚싯배 선창1호(9.77t)와 급유선 명진15호(336t)를 "소형 경차와 대형 화물차"라고 비유했다.

【인천=뉴시스】함상환 기자 = 3일 오전 6시9분께 인천 영흥도 해상에서 낚싯배와 충돌한 336t급 급유선. 2017.12.03.(사진= 인천해경 제공)

'체급'이 30배 이상 차이 나는 만큼 양쪽 선장과 승무원은 운항 내내 전방을 주시하고, 충돌을 피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사전에 취해야 했지만 협수로를 서로 먼저 통과하려다 충돌이 일어났을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방을 제대로 살피지 않아 충돌을 피하지 못했다'는 명진15호 선장의 진술도 과실을 의심할 만한 대목이다.

낚시 관리 및 육성법 시행령에 따르면 낚싯배는 다른 선박과 같은 방향으로 운항하는 경우 근접하거나 경쟁적으로 운항해서는 안 된다. 시계(視界)를 제한받는 때나 교량 등의 부근 및 하천 폭이 좁은 구역에서는 속도를 줄여 운항해야 한다.

일반적인 자동차 추돌사고처럼 뒤따라오던 명진15호의 과실 책임이 크지만, 선창1호가 한정된 조업시간과 과열경쟁 때문에 어장량이 풍부한 구역을 선점하려다 안전운항 의무를 지키지 않고 무리하다 사고가 났을 수도 있다.

김광수 목포해양대학교 항해학부 교수는 "두 배가 좁은 수로에서 같은 방향으로 운항하다가 뒤에 있던 명진15호가 앞서 가던 선창1호를 추돌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반적인 자동차 추돌사고처럼 명진15호의 책임이 클 수 있지만 사고를 피하기 위해 어떤 경계조치를 취했는지, 선창1호의 무리한 운항은 없었는지 등에 따라 과실 책임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 여객선이나 상선과는 달리 소형 낚싯배에 대한 느슨한 법망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선창1호는총길이 13.3m, 폭 3.7m의 연안자망어업을 목적으로 한 어선으로 2000년 11월에 진수된 뒤 2006년 낚시어업 용도로 정원 5명의 어선을 22명까지 승선이 가능한 낚시어선으로 개조했다.

선창1호는 무리한 개조를 한 후 낚시 이용객 1인당 수십만원의 승선료를 받는 유·도선 사업을 하고 있지만 유선 및 도선 사업법(유도선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인천=뉴시스】권현구 기자 = 지난 3일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급유선과 충돌해 전복된 낚시어선 선창1호가 4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해양경비안전서 전용부두에 입항하고 있다. 2017.12.04. stoweon@newsis.com

유도선법 제2조에서 낚시 관리 및 육성법에 따른 낚시어선업 및 그 사업과 관련된 수상에서의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유도선법의 적용을 배제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도선사업자는 1년마다 안전검사가 의무이고 선체구조 변경이나 기관 교체 시에도 14일 이내에 안전검사를 받아야 한다. 매월 혹은 6개월에 한 번씩 화재, 인명구조 훈련, 충돌·좌초 사고대응 훈련 등 선원 등을 대상으로 비상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또 5t 이상의 배에 승선인원 5명 이상인 경우 구명조끼 뿐만 아니라 구명부환이나 구명정등을 갖춰야 한다. 승선 정원이 13명 이상인 배에는 구명줄이나 드로우백(throw bag)을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해야 한다.

이에 반해 낚시어선인 경우 어선번호, 어선의 명칭 등의 신고사항만 작성해 낚싯배의 선적항을 관할하는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만 하면 영업을 할 수 있다.

낚시어선의 안전운항 등을 위한 조치로 승객 전원에게 구명조끼를 착용시키고 낚시어선의 안전 운항과 사고 방지를 위해 영업시간과 운항 횟수의 제한 등이 가능하지만, 별도로 안전훈련 실시 주기나 안전검사 요건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매년 낚시를 취미로 즐기는 동호인들이 많아지면서 낚싯배 간 영업 경쟁은 치열한 반면 안전망은 허술해 사고에 노출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해양경찰청이 집계한 최근 5년간 낚시어선 단속현황에 따르면 총 2298건의 불법행위가 적발됐다. 2012년 275건, 2013년 166건, 2014년 143건, 2015년 554건에 이어 지난해에는 가장 많은 853건이 적발됐다.

【인천=뉴시스】함상환 기자 = 3일 오후 인천 영흥도 해상에서 전복된 낚싯배를 크레인으로 인양 하고 있다. 2017.12.03.(사진= 인천해경 제공)photo@newsis.com

낚시어선의 경우 등록 관청에 신고하는 것만으로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안전관리에 소홀하고 사고에 취약할 수밖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광수 교수는 "낚시 관리 및 육성법은 취지 자체가 어민들의 소득 증대를 위한 낚시 육성에 있기 때문에 지나친 규제보다는 자율적인 안전관리를 권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낚시업을 육성하더라도 안전이 위협받을 만큼 관리가 소홀하거나 부주의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낚싯배는 한일어업협정으로 인해 어획량이 감소하자 정부가 어민들의 생계유지를 위해 낚시업으로 대거 유도하면서 늘어난 측면도 있다. 일부 낚싯배의 불법 개조 등의 문제로 지나친 규제를 가하는 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허용범 전 중앙해양안전심판관은 "낚싯배가 워낙 많다 보니 사고 횟수도 잦은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척당 사고 횟수는 낚시어선보다 상선이 더 많다"며 "불법 개조한 낚싯배는 단속해야겠지만 지나친 규제를 가하면 어민들의 소득이 줄어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자칫 수박 겉핥기식 대책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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