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국회, 미래세대 부담 외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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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이른바 '국회선진화법' 개정 이래 헌법이 정한 예산안 의결 시한이 처음으로 지켜지지 못했다.
전투적 여야 관계로 거의 매년 헌법이 정한 예산안 의결 시한인 12월 2일을 한참 지나서야 예산안을 통과시키곤 했고, 이러한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자동부의 제도를 만들었다.
법을 제정하고 예산안을 의결하는 국회에서 헌법이 정하고 국회법이 정하고 있는 법정시한을 무시하는 처사는 어떠한 설명으로도 합리화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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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2014년 이른바 ‘국회선진화법’ 개정 이래 헌법이 정한 예산안 의결 시한이 처음으로 지켜지지 못했다. 전투적 여야 관계로 거의 매년 헌법이 정한 예산안 의결 시한인 12월 2일을 한참 지나서야 예산안을 통과시키곤 했고, 이러한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자동부의 제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여소야대의 정치 구도는 이마저도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말았다. 여야 대표는 협상을 계속하고 있지만, 서로 간의 이견을 절충하려는 노력의 강도가 그리 희망적이지 못하다.
국회의 예산심사 과정은 아직도 미시적이고 단위사업에 함몰돼 거시재정 차원의 세대 간 부담의 배분이나 장기적 시각에서 지금의 의사결정이 초래하게 되는 부담을 누가 떠안느냐에 대한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이번에는 공무원 증원 규모와 예산(약 5300억 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자금 예산(약 3조 원)에 대한 여야 간 입장 차가 여전해 결국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여기에 예산 부수 법안인 소득세법과 법인세법 개정에 대한 쟁점(최고 법정세율 인상)도 이견 차가 좁아지지 않고 있다. 물론 이러한 쟁점이 기본적인 이데올로기의 차이에 기반하기도 하지만, 예산심사 과정이 충실하지 못한 이유도 크다.
429조 원에 이르는 2018년도 예산안을 두 달이 채 안 되는 시간에 심사해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점과 함께, 5년 중기재정계획인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대해선 정작 논의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게 문제다. 정부가 예산안을 경상성장률보다 높게 편성해 적자 재정을 운용하겠다고 하는 데다,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 재정 지출 증가율이 일반 예산보다 훨씬 높아 적립기금 잠식 우려가 크다. 하지만 여야는 이 부분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 4대 중증질환 포함 등으로 건보의 보장성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나 정작 포괄수가 제도 도입 확대 등 건보 재정 구조개혁의 속도는 매우 느려 밑 빠진 독 위험이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도 치매국가책임제 시행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그 증가율이 연평균 12%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무원·국민·군인 연금과 고용·산재 보험 등의 요율 인상 불가피성과 예산의 대폭 증가를 균형 있게 조정하는 노력은 미래세대에 막대한 재정 부담을 지우지 않으려는 책임 있는 예산 운용을 위해 시급한 과제다. 세 부담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행정부가 지난 9월 18일 발족한 범부처지출구조개혁단의 성과에 대한 점검도 예산국회의 중요한 역할이다.
국민이 기대하는 국회의 예산심사 모습은 명확하다. 세금을 내야 하는 국민과 기업의 입장에서 행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과 중기재정계획의 기본 전제가 타당한지를 점검하고 장기적 재정 전망과 당장 내년의 살림살이가 적정한지를 제대로 따지라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세비를 인상하고 보좌진을 다시 한 명씩 늘리는 사안에 대해서는 쉽게 합의하면서 살림 규모와 지출사업 구조조정, 그리고 부담의 배분에 대해서는 눈을 감은 채 내년 공무원 증원을 몇 명 수준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피상적인 줄다리기만 하고 있다.
법을 제정하고 예산안을 의결하는 국회에서 헌법이 정하고 국회법이 정하고 있는 법정시한을 무시하는 처사는 어떠한 설명으로도 합리화되기 어렵다. 대승적 차원에서 각 당의 원칙과 당략은 내려놓고 나라 살림에 대한 의사결정에 임해야 할 시점이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예산국회의 마무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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