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로 소 키우는 '커넥티드 카우' 뜬다

서동철 2017. 12. 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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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에 IoT센서 달아 체온 측정..건강·질병·임신 빅데이터 관리
충남 목장 170곳서 도입..젖소 우유 생산량 15% '쑥'

SK텔·KT, 축산서 新시장 개척

충청남도 예산군 고덕면 영훈목장에서 120마리의 젖소를 키우는 조상훈 대표(43)는 매일 새벽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부터 들여다본다. 젖소들의 우유를 짜러 가기 전에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스마트폰 화면으로 젖소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스마트폰 화면에는 젖소들의 첫 번째 위(반추위)에 위치한 바이오캡슐에서 보내온 체온, 위산 등 각종 데이터가 그래프로 표시된다. 최근에 체온 변화 폭이 심했거나 아플 가능성이 있는 젖소들 사진도 함께 보여준다. 조 대표는 일이 있어 외부에 나가 있을 때도 스마트폰 앱으로 젖소들의 상태를 수시로 점검하는 게 일상이 됐다.

한국전력을 다니다 그만두고 10년 전 아버지 목장을 물려받은 조 대표는 "아버지 때만 해도 축사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서 젖소를 하루 종일 관찰하는 게 주요 일과였고, 처음 내려왔을 때는 그게 미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젖소는 매일 하루에 2번씩 아침저녁으로 젖을 짜는 만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병이 잘 난다.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해야 우유 생산량이 유지되는 만큼, 발정이 났을 때 움직임을 잘 확인해서 적기에 새끼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장 운영 수익과 직결된다. 이 때문에 과거엔 목장주가 젖소 곁을 떠날 수가 없었는데 이제 젖소에 센서를 부착하면서 확 달라졌다.

조 대표가 이용하는 '라이브케어(Live Care)' 서비스는 SK텔레콤과 바이오벤처기업 유라이크코리아가 지난 7월부터 사물인터넷(IoT) 전용망 '로라(LoRa)'를 활용해 질병, 임신 등 소의 신체 변화를 모니터링하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소의 반추위에 로라 통신 모듈을 탑재한 바이오캡슐을 투입해 소의 체온, 위산의 산도 등을 상시적으로 체크하고 소의 질병 징후와 발정 탐지, 수정 적기 예측, 분만 징후 파악, 물 마심 횟수 등을 제공한다. 기존 제품이 목걸이형·귀걸이형 등으로 소의 체외에 부착해 정확한 측정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면, 소의 체내에 친환경 바이오캡슐을 집어넣어 체온 변화를 통한 질병, 발정, 임신 등 징후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바이오캡슐에 모듈이 탑재돼 있어 측정 데이터 전송을 위해 축사 내에 별도 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않아도 되고, 인터넷이 연결돼 있으면 어디서든 소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충청남도 예산군 고덕면에 위치한 영훈목장을 운영하는 조상훈 대표가 축사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젖소들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조 대표는 키우는 소들 중 60마리에 대해 지난 7월부터 라이브케어 서비스를 받고 있다. 조 대표는 "이전에는 외부에 있을 때 목장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스마트폰을 통해 확인했지만 정밀한 관찰이 어려워 마음 편히 외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한결 편한 마음으로 외부에 다녀올 수 있다"고 말했다.

IoT가 낙농에 빠르게 접목되면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시장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통신 모듈을 탑재한 바이오캡슐이 등장해 농장주 일상을 바꾸고 수익 극대화에 도움을 준다. 발정기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고, 질병을 예방 및 관리할 수 있어 원유 생산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서비스 적용 전에는 하루에 1마리당 약 34~35㎏의 원유를 생산했는데 최근에는 40㎏ 정도로 올라왔다"며 "사육하는 소를 늘릴 수 없는 가운데 생산성이 높아져 각종 비용을 따져 봐도 훨씬 이득이 된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캡슐의 가격은 개당 20만원가량이고 마리당 통신비는 한우는 무료, 젖소는 월 1500원이다. 저전력으로 작동하는 로라 기술을 적용해 1번 구입 시 최대 7년까지 작동할 수 있게 개발됐다. 농가 입장에서는 초기 비용이 부담일 수 있지만 사전 질병 예방으로 소가 죽는 걸 예방하고 생산량도 늘어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이익일 수밖에 없다.

경상남도 산청군에서 육영축산을 운영하는 양형덕 대표(45)는 "송아지를 키워서 젖을 짤 수 있을 때까지 키우려면 400만원가량 드는 만큼 1년에 2마리 정도만 죽거나 젖이 나오지 않아 도태시키지 않는다면 경제적으로 충분히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유라이크코리아는 연말까지 충남에 위치한 1055개 목장 중 170여 곳에 도입을 추진 중이다. 현재 국내에서 사육하는 젖소의 수량은 올해 9월 기준으로 41만1000마리가량이다. 경기도에서 16만4546마리가 사육돼 가장 많고, 그다음이 충남(6만7835마리)이다. 충남에는 1055개의 젖소 사육농장이 있는데 예정대로라면 6곳 중 1곳이 IoT를 활용해 젖소를 관리하게 되는 셈이다.

한편 축산 분야에서 IoT는 낙농을 통한 소의 건강관리뿐 아니라 판매도 확장하고 있다. KT와 농협은 지난달 22일 IoT를 활용한 축산물 무인판매 시스템을 선보였다. IoT 스마트 판매시스템은 냉동 포장육인 한우, 한돈, 양념갈비 등을 소량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IoT 기능을 탑재했다. KT는 IoT 스마트 판매 시스템에 무선회선 및 스마트 결제 시스템을 적용해 내부 온습도, 입고와 재고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신용카드, 모바일 등 결제수단과 카드 포인트 등으로 포장육을 구입할 수 있게 했다. KT와 농협은 농협 본관과 서대문 도심 지역에 판매기 2대를 설치해 시범 운영하고 있다. 2020년까지 서울과 수도권 1인 가구 밀집지역과 정육코너가 없는 농협 하나로마트 등에 2000대가량을 운영할 계획이다.

■ <용어 설명>

▷ 커넥티드 카우 : 소에게 목걸이를 걸거나 꼬리, 위, 소젖 등에 센서를 부착해 체온, 동작, 위산 등과 관련된 데이터를 생성해내고, 이를 빅데이터화해 휴대폰으로 전달해 임신, 질병 관리, 우유 생산량 체크 등에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산/서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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