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흥도 생존자 인터뷰] "튕겨져 나가 스티로폼 잡고 버텼다"

이유진 기자 2017. 12. 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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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3일 인천 영흥도 해상에서 낚싯배가 급유선과 충돌한뒤 뒤집혀 13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했다. 사고 선박에는 승무원 2명과 낚시객 20명을 합쳐 총 22명이 타고 있었다.

사고가 나자 승선원 중 한명이 112에 신고했고, 해경 영흥파출소의 구조보트가 신고 접수 33분 만인 오전 6시 42분쯤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 그 사이 낚싯배와 충돌한 상대 선박인 급유선의 선원들이 바다에서 낚싯배 승객 4명을 구조했다.

경향신문은 3일 오후 2시 40분쯤 인천 길병원에 9층에서 생존자 서모씨(37)와 만나 사고 당시의 상황에 대해 들었다. 서씨는 “저희가 살아도 죄인인 것 같고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을 보였다. 또 사고 당시 “시야가 안 보이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했고, “튕겨나가고 주위에 있던 스티로폼 잡고 버티고 있었”다고 말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터뷰 원문을 공개한다.

생존자 서모씨가 인천 길병원에서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오후 2시40분, 인천 길병원 9층 병상

-오늘 배는 어떻게 타신 건가.

=일단 이 배는 모든 낚시배가 그렇지만 개인이 사이트에 들어가 예약 신청을 한 뒤 입금하고 예약 확정이 되면 해당 날짜 시간에 배 타고 나가는 거다. 항구에서.

-원래 낚시가 취미이신가.

=네.

-그래서 개인적으로 온 것인가.

=아뇨. 일행 저 포함해서 3명.

-지금 같이 병실에 있는 분들이 지인들인가.

=네. 저 포함해 3명.

-9분 만에 사고 났는데.

=정확히 9분인지는 모르겠다.

-배 안에 있었나. 바깥에 있었나.

=배 바깥에 있었다.

-당시 구명조끼는 다 착용했나.

=출항 전 해경들이 와서 당부하고 확인도 다 하고 나갔다.

-당시 상황을 설명해 달라.

=일단 저희가 출항을 해서 10여분 정도 나갔는데 갑자기 일행분들이 뒤쪽에서 배 모양의 불빛이 있다고 해서 “배 일거야” 그러고 그런가보다 했는데. 그 얘기를 하고 1~2분, 1분 채 안 된 시간이었던 것 같다. 갑자기 뭔가 검은 암흑, 깜깜한 데서 뭐가 나타난 느낌으로 배 앞부분이 갑자기 보이더니 가는 방향으로 왼쪽 선미를 들이박더라고요.

-배 앞쪽에 있으셨나봐요.

=아뇨 뒤쪽에 있었다.

-뒤에서 뭔가 오면서 박았다?

=네 제가 있던 방향으로.

-물로 바로 떨어졌나.

=네 저희 3명은 바로 충돌하고 몇 초 안 있다가 튕겨 나갔다.

-정신을 잃지는 않았나.

=그러지는 않았다. 물에 쓸려 내려간 거라 부딪히거나 하지 않았다.

-아픈 데는 없나.

=현재는 아프거나 한 데는 없다.

-구명조끼도 입고 해서. 안내 방송이나 사고 나고 바다에 있을 때 없었나.

=안내 방송을 어디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배가 바로 뒤집혔나.

=그건 우리도 몰라. 튕겨나가고 주위에 있던 스티로폼 잡고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계속 스티로폼 잡고 있고 부딪힌 배를 향해 살려달라 외쳤다. 그러자 크레인, 망으로 된 걸로 우리를 끌어 올렸다.

-충돌한 배에서 구조된 건가.

=네 그렇다.

-혹시 배에 출동하기 전 음주를 했다거나 그런 건 없었나.

=아뇨. 배에서도 그렇고 다 금지해서 전혀 없었다.

-아무래도 옆 배에서 구조돼서 빨리 구조됐는데, 다른 분들은 사실 해경에서 출동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 구조을 과정 봤나.

=저는 너무 추워서 안에 있어. 제 동생과 동생 동료가 계속 중간중간 보고 했다.

-그럼 떨어지고 바로 구조됐나.

=한 10~15분은 바다에 있었다.

-출동 당시 해무가 짙었나.

=아뇨. 그냥 새벽이었지 안개가 끼거나 그래서 시야가 안 보이는 상황은 아니었다.

-지금 선미 쪽에 가판에 있었다고 했는데 그때 선체 내와 선체 외 각각 몇 명 있었는지 기억하나.

=선체 밖에선 저희 3명만 있었다. 뒤에는 저희가. 앞엔 누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선미엔 3명만 있었나.

=네. 자리도 없고 밖에 앉아있고 싶었다.

-목적지는 어디였나.

=그날 상황에 따라 선장이 정하는 거라...

-당시 10~15분 정도 표류하셨다고 했는데.

=소리를 치면서 스티로폼 잡고 표류했는데, 거기서 후레쉬 키고 저희에게 다가와 먼저 건져 줬다.

-10~15분?

=저에게는 너무 길게 느껴져 정확하지는 않다.

-그때 심경은 어땠나.

=그냥 이렇게 가는구나. 죽는구나. 허무했다.

-다른 분은 호흡기 착용하고 있다던데.

=그분은 저희보다 늦게 구조됐는데. 선실 안에 계시다 깨진 틈으로 본인이 헤쳐서 나왔다고 했다. 그래서 뒤집어진 배 위에 올라가 구조 요청했다고 들었다.

-선미 들이박았을 때 혹시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기억하나.

=진행 방향에서 왼쪽. 왼쪽 뒷 바퀴.

-그대로 전복된 건가.

=전복 느낄 새도 없이 우리는 휩쓸려 나가서 모르겠다.

-스티로폼 매달려 봤을 때도 배가 전복된 걸로 보였나.

=어딨는지 몰랐고 저희만 빠진 줄 알았다.

-현재 시각까지 사망자 13명이다. 큰 사고인데.

=일단 저희가 살아도 죄인인 것 같고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아프다. 이런 일이 인재이거나 뭐든 간에 순식간에 오는거라 현 상황에서는 (눈물).

-선착장에는 어떻게 갔나

=걸어갔고, 낚시용품 구명조끼, 각자 방한용품 등 챙겼다. 이후 배에 올라탔다.

-오늘 좀 일찍 도착했나.

=보통 6시 출항이면 5시 정도에 선부 작성하는데. 특히 오늘은 이벤트 대회 있는 날이라 자리 추첨도 있어 5시 조금 안 돼서 도착했다.

-이벤트 대회가 뭔가?

=최대어나 이런 거 잡으면 상품있는 그런 거다.

-그래서 이용객들이 많은 건가.

=평소에도 주말에는 이용 많이 하신다. 보통 6시 출항하면 새벽 5시에 모인다.

-전에도 이 배를 이용했나?

=네.

-이 배 정원 22명. 항상 만선이었나?

=주말에는 그랬다.

-혹시 배 타기 전에 해경이나 기타 신고하는 건 있었나.

=일단 탑승한 뒤 해경이 와서 전부 집합 시켜 인원 점검했다.

-안전교육은 있었나.

=안전교육하고 음주나 구명조끼 관련해 당부 말 하고 주민등록증 확인하고 그랬다.

-그럼 출항 전에는 문제가 없었나.

=저희가 늘 그렇게 나갔기 때문에 이상하다 느낄 건 없었다.

영흥도 낚시배 전복 현장/인천해경 제공.

-뒤에서 배가 갑자기 나타났다고 했는데.

=저희도 구조되고 배였던지 알았던 거다. 시간이 좀 흐르니 배 앞이 보일 정도로 다가와 소리를 치는 순간 저희는 튕겨 나갔다.

-배가 다가오는 게 보였나.

=보이지는 않았다. 어렴풋이 있다는 불빛 형태. 사실 형태도 잘 인지하지 못했고.

-나갈 때 시야는 어땠나.

=좋았다.

-새벽인데 보였나.

=보이지는 않는데 낚시대 높이와 그 배 높이 차이에 따라 대각선으로 올려보면 위에만 보여. 그렇게 봤다. 그 밑에 배 옆면은 저희가 검은 색이면 분간하기 힘들어.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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