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비 와도 지켜낸' 세월호 전주 남문농성장, 1197일만에 천막 접어
[경향신문] 세월호 아픔을 함께 나눈 전북 전주의 세월호 남문농성장 천막이 2일 접혔다. 세월호 참사 129일째인 2014년 8월22일 풍남문 광장에 설치 됐으니 1197일 만이다. 이곳은 광화문 광장과 함께 세월호 추모장소로 많은 관심을 끈 장소였다. 농성장을 지킨 이들은 시민들이었다. 이곳에는 ‘대표’나 ‘위원’등의 직함이 없다. 시민들은 모두 ‘지킴이’로 불렸다.
지킴이는 중학생부터 80대 어르신까지 남녀노소를 망라했다. 오전과 오후, 야간에 번갈아가며 농성장 천막을 지킨 시민은 300여명이 넘었다. 이들 손에 의해 한 장 당 6000원씩 하는 미니 현수막 5000개가 전주시내 가로수에 빼곡히 걸렸다. 노란리본 100만개도 제작돼 시민들에게 나눠졌다. 매주 월요일에는 시민합창단들이 참여하는 추모제와 청소년 문화제도 열렸다.
농성장 지킴이 200여명은 이날 오후 열린 천막철거 행사를 ‘기억과 약속’으로 함축시켰다. 지킴이로 활동한 문태성 평화주민사랑방 대표(42)는 “세월호 특조위 2기가 출범하게 되는 등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면서 “천막은 철수하는게 아니라 다시 거리로 나서 세월호의 실체적 진실이 규명될 때 까지 함께 하겠다는 약속의 의미가 더 크다”고 밝혔다.
최고령 지킴이인 이석영씨(82)는 “눈이오나 비가오나 바람이 부나 한결같이 천막을 지켜온 전주시민들이 자랑스럽다”면서 “더 낮은 자리로 돌아가 더 참된 세상을 이뤄내기 위해 새로운 일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익현 지킴이(57)는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누가 시킨 것이 아닌데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켰던 의병정신의 위대함을 알게 된다”면서 “1197일을 이어온 남문 농성장의 위대한 투쟁은 세월호 아픔이 기억되는 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주부 황금희씨(48)는 “광장에서 울고 웃었던 3년세월은 매일 매일이 2014년 4월 16일이었고 긴세월 버틴 것은 전국에서 보내준 격려와 응원의 힘이 있어 가능했다”며 “그동안 광장을 사용하도록 해 주신 전주시 공직자들과 시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인 ‘지성이 아빠’ 문종택씨(55)도 자리를 함께 했다. 그는 “전주시민과 학생들이 스승이 아닌가 생각하지만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기조차 죄송하다”며 “남는 시간이 아닌, 없는 시간을 쪼개 오랜 기간 함께 해 줘서 2기 특조위가 꾸려줄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주셨다”고 답례했다.
지킴이들은 민중음악가 윤민석씨가 작사·작곡한 ‘약속해’를 부르며 서로를 껴안았다. 이날 철거된 농성장 천막, 서명대, 깃발 등은 기억저장소에서 영구보관키로 했다.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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