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타임머신 타고 '정조의 꿈' 엿보는 수원 화성 여행

2017. 12. 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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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된 관광명소..성벽 따라 살림집 빼곡

(수원=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경기도 수원(水原)은 조선 제22대 왕 정조의 꿈이 깃든 도시다.

아버지 사도세자를 비통하게 잃은 정조는 사도세자의 묘가 가까이 있는 수원에서 그를 기리는 뜻으로 거대한 성을 지었다.

수도 한양의 남쪽 기지 역할을 할뿐 아니라 당쟁이 극심한 당시의 정치 상황을 혁신하기 위한 목적 또한 있었다고 전해진다.

동북포루가 조명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성연재 기자)

왕도정치의 실현을 꿈꾸며 정조 개인의 돈을 들여 건설한 거대한 도시 수원.

200년이 지난 지금 정조의 꿈이 서린 이 성곽 도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고,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 됐다.

◇ '성곽의 도시' 수원

고스란히 성곽에 둘러싸인 역사의 도시 수원.

경복궁과 광화문 등 여러 궁궐이 있지만 거대한 성곽이 잘 보이지 않고 따로 노는 듯한 서울 시내와는 다르다.

수원의 화성(華城)은 거대한 성곽이 서민들의 살림집들을 둘러싸고 있다.

눈 내린 화성 행궁 모습(홍기원 기자)

그 모습들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준다.

건축물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건물은 '방화수류정'이다.

방화수류(訪花隨柳) 즉, 꽃을 찾고 버들을 따라 노닌다는 뜻이다.

방화수류정 앞 수원천의 물은 화홍문 아래를 흐른다.

야간에 방문하면 화홍문 아래 흐르는 빛을 쏘아 만든 돌고래를 만날 수 있다.

방화수류정 바로 앞에는 어울리게 아름답게 꾸며진 인공 연못이 있다.

달이라도 뜰 때는 이 연못가를 거닐면 여유롭기 그지없다.

◇ 지금 봐도 놀라운 '신기술'

화홍문은 가장 대표적인 건축물 가운데 하나다(성연재 기자)

둘레가 5.4㎞에 달하는 수원 화성에는 주 건축물들이 40여 개나 된다.

그러나 화성은 1794년 1월에 착공돼 1796년 9월에 완공됐다.

이처럼 2년 남짓한 짧은 시간에 거대한 성벽을 건축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우수한 축조 기술 덕분이었다.

다산 정약용이라는 걸출한 인물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다산은 성벽을 지어본 경력은 없었지만 거중기(擧重機)라는 독특한 장비를 설계했다.

거중기는 도르래의 원리를 이용해 무거운 것들을 쉽게 들어 올릴 수 있도록 한 재래식 장비다.

사람들의 삶 속에 녹아들어 있는 수원 화성(성연재 기자)

화성 축조 당시 제도·의식 등 모든 것을 기록한 책,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에 따르면 정조가 중국에서 들여온 기기도설이란 책을 참고해 다산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 정조의 능행(陵幸)

장안문 지나가는 정조대왕 능행차 행렬(홍기원 기자)

정조는 재위 25년 간 수원 화성을 13차례 방문했다.

1795년에는 한 번도 남편 사도세자 묘를 찾지 못한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8일 간 행차를 벌였다. 이 행차에는 6천여 명이 참가,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정조의 능행길은 서울 창덕궁을 출발해 수원 화성을 거쳐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이 있는 화성 융릉까지 이르렀다.

◇ 화성을 즐기는 몇 가지 방법

가장 좋은 것은 걷는 것이다. 발이 조금 아프겠지만 거대한 성벽 길을 따라 걸어야 한다.

봉화대 아래를 지나는 아이(성연재 기자)

걷다 보면 얼마나 큰지, 화성이 어떻게 사람들의 삶에 녹아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그 다음으로는 화성어차를 타는 것이다.

발이 살짝 아플 것 같으면 클래식한 외형을 가진 화성어차를 타자.

겨울을 대비해 바깥 창에 두터운 비닐막을 설치해 추위도 어느 정도 막아준다.

화성 곳곳과 전통시장 등을 골고루 둘러볼 수 있다.

고전적인 멋을 살린 화성어차를 타는 것도 즐겁다(성연재 기자)

◇ 행궁

왕이 궁궐을 벗어나 행차할 때 임시로 머물렀던 곳을 행궁이라 한다.

행궁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히는 화성행궁은 화성 축성과 더불어 팔달산 동쪽 기슭에 건립했다.

안타깝게도 일제강점기에 화성행궁이 대대적으로 철거됐는데, 당시 훼손당하지 않고 지금까지 남아있는 건축물 중 하나가 낙남헌(洛南軒)이다.

정조는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기념한 양로연을 열기도 했다.

잊지 말고 꼭 보고 나와야 할 것이 있다.

정조대왕의 어진(御眞)을 모신 화령전(華寧殿)이다.

왕의 초상화를 어진이라 하는데, 오후 6시가 되면 보안 문제로 정확하게 문을 닫으니 서둘러 다녀오길 권한다.

행궁 화령전에 있는 정조의 어진(성연재 기자)

또 한가지 눈여겨봐야 할 것은 행궁 내부에 나무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는 자객의 암살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

◇ 화성 인근 먹거리

1980년대부터 형성된 수원 통닭 골목(경기관광포털)

화성 인근에는 유명한 통닭 골목이 있다.

큰 가마솥에 기름을 붓고 튀기는 것이 수원 통닭 골목의 전통적인 요리법이다.

통닭 거리는 1980년대 초부터 형성이 됐다고 하는데, 여전히 많은 가게들이 그때의 명맥을 잇고 있다.

먹거리가 몰려있는 지동시장(성연재 기자)

사실 수원 먹거리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왕갈비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다면 성곽 가장 남쪽의 동남각루(東南角樓) 앞 전통시장인지동시장을 한번 가 보자.

동남각루는 화성의 4개 각루 가운데 시야가 가장 넓은 곳이다. 일단 지동시장을 방문하면 현대화된 시설에 놀라고 멋스러운 외형에 기분이 상쾌해진다.

막걸리를 부르는 지동시장 순대 볶음(성연재 기자)

이 곳의 '강추' 메뉴는 순대 볶음이다.

2인분씩만 서비스되는 것이 흠이지만 철판에 들깻가루를 듬뿍 올려 달콤하게 볶아 먹다 보면 막걸리를 부르는 자신을 발견한다. 물론 볶음밥을 추가로 시켜 먹을 수도 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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