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미 협상' 첫 거론.. "핵보유국 인정받으면 협상 테이블 나가겠다"

오경묵 기자 2017. 12. 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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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열 2위 김영남, 러시아 방북 의원단 만나
"ICBM 발사 성공으로 미국과 협상할 준비 돼
北 국제 제재 속에서 100년은 더 살 수 있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러시아 하원 의원 대표단의 단장인 러시아-북한 의원친선그룹 간사 카즈벡 타이사예프 의원 등 대표단을 면담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미국과의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내세웠다고 이번 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러시아 하원 의원대표단이 1일(현지 시각) 전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과 인테르팍스 등 현지 언론들은 방북 대표단에 속했던 비탈리 파쉰 하원의원은 방북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났으며, 그는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은 다음 대화에 나서겠다'는 것은 북한이 최근 미국과의 물밑접촉이나 중국의 대북 특사 파견에서도 밝히지 않은 입장이다. 제3국인 러시아 의원단의 입을 통해 '대미 대화'를 처음 공식적으로 타진한 셈이다.

그러나 미국은 물론 중국도 북한의 핵 보유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대화 성사도 일단 어려울 전망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판'을 흔들기 위해 '핵 보유국'의 위력을 과시할 수 있는 더 강력한 무력 도발을 계속해나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태평양상 핵실험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 실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러시아 하원 대표단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 사이 북한을 방문했다. 대표단은 김영남 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신홍철 외무성 부상,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 등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의 권력 서열 2위로 통하는 김영남 위원장은 북한이 ‘화성-15형’을 발사한 30일 당일 대표단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파쉰은 "북한 측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화성-15형’ 발사 성공으로 핵보유국이 되기 위한 목표를 달성했으며 이제 미국과 협상을 벌일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고 했다. "다만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야만 협상에 나가겠다는 조건을 달았다"고 덧붙였다.

파쉰은 "북한은 이번 미사일 발사로 미국에 협상 신호를 보낸 것으로 간주한다"고 했다.

역시 대표단에 속했던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알렉세이 체파 부위원장도 “러시아 대표단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비난하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북한 지도부는 '미국의 위협에 대응하고 미국과 힘의 균형을 달성하기 위해 발사 시험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고 말했다.

체파 부위원장은 “북한은 서방의 (대북 적대) 정책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 복귀할 수 없다고 밝혔다”며 “그들은 (서방의) 어떤 무력 위협도 결과를 내지 못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특히 체파 부위원장은 “현 국제 제재는 북한을 겁주지 못하고 있다”며 “김영남 위원장은 '(대북)제재 하에서도 100년은 더 살 수 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이 대화 행보를 보이고 정세를 악화시키지 않았다면 북한이 화성-15형 발사 시험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주장하면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데려오기 위해 한미 양국이 위협과 도발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은 자신들이 신뢰하는 러시아가 참여할 때만 한반도 위기 해결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대표단 단장을 맡았던 카즈벡 타이사예프 의원도 스푸트니크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대미 협상에서 러시아의 중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믿음을 갖고 있는 유일한 나라는 러시아”라며 “북한은 러시아 없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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