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마당극 프리마돈나' 어름산이 매력에 흠뻑 빠진 안성 여행

2017. 12. 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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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수 합격 다리' 등 계절에 맞는 매력적인 여행지 주변에 많아

(안성=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줄 위에 선 가녀린 처녀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이렇게 많은 관람객이 자리를 빛내 주시니 한번 신명 나게 놀아 볼까요"

신이 난 듯 내뱉는 외줄 타기의 '프리마돈나' 어름산이의 대사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일반적인 대화의 톤은 결코 아니었다. 그렇다고 연극과 영화에서 보던 여성 주인공의 톤도 아니었다. 오로지 줄 위의 인생. 그녀만의 묘한 톤이 있었다.

상기된 듯 하지만 자신감에 넘친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관객들은 눈을 굴렀고 귀를 쫑긋 세웠다.

처녀 어름산이의 매력 넘치는 안성남사당바우덕이 풍물단(성연재기자)

어름산이는 줄 타는 사람 중의 우두머리를 일컫는 말이다. 수백 명의 관중이 그녀의 연기, 숨소리, 발짓, 손짓 하나하나에 탄성을 내뱉기도, 한숨을 내쉬기도 한다. 울기도, 웃기도 한다.

그녀는 오페라의 프리마돈나처럼 아름답고 우아한 모습으로 관중들의 혼을 빼놓았다. 이어 아찔아찔한 묘기로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현대화된 기기들 덕분에 그녀 한쪽 볼에 차고 있는 무선마이크는 줄을 타느라 가빠지는 그녀의 숨소리까지 생생하게 전달해 줬다.

그 덕분에 관객들은 더욱 조바심이 느껴졌다.

마당 위에 마련된 높은 줄에서 펄쩍펄쩍 줄을 타던 여자 어름산이는 이젠 아예 한발로 속칭 '깨금발'을 뛰기 시작한다.

펄쩍펄쩍 뛰는 여자 어름산이(성연재 기자)

바짝 긴장해 사진을 찍었다.

카메라 모니터로 확대해 보니 그녀가 양쪽 버선발로 힘겹게 균형을 잡고 있는 게 보였다.

어름산이는 아래쪽 장구 치는 사람에게 자꾸만 "매호씨 오늘 손님들이 단장을 잘 맞추시네요"라는 말을 하곤 했다.

스마트폰으로 '매호 씨'를 검색해본다. '어릿광대'란 뜻이란다. 아하! 이해가 갔다.

바닥에서 북 치고 장구 치며 어름산이의 말에 대꾸를 해주는 사람이었다.

풍물단의 공연은 이처럼 관객 호응도가 가장 높은 전통 공연 가운데 하나다.

특히 한 가닥 줄 위에서 수십 가지 재주와 재담을 선보이는 여성 어름산이는 관객, 특히 뭇 사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미모가 있다.

그리고 옹골찬 소리 가락과 날렵한 자태로 줄을 타는 재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존재다.

서주향씨가 엄지발가락과 발목으로 아슬아슬 균형을 잡고 있다(성연재 기자)

공연을 펼치는 풍물단의 이름은 안성시립 남사당 바우덕이 풍물단이다.

바우덕이라는 이름은 조선 후기 실존했던 여성 어름산이에서 따왔다.

이야기는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이름은 김암덕(金岩德). 풍물패에서 바우 암(巖)자를 풀이해서 바우덕이라 불렀다.

조선 팔도에 명성이 자자했던 바우덕이는 1848년 안성의 가난한 소작농의 딸로 태어났다.

가난한 탓에 서운면 청룡리 불당골에서 남사당패에 맡겨져 각종 재주를 연마하게 된다.

뛰어난 미색과 재주는 그녀를 15살의 나이에 남사당패의 최고자리인 꼭두쇠 자리로 이끌었다.

만장일치로 그녀를 꼭두쇠 자리에 추대했다 한다.

흥선대원군 앞에서 직접 연기한 이야기는 그녀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

고종 2년(1865) 흥선대원군은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지친 인부들을 위해 공연을 하게 했다.

흥선대원군은 가장 뛰어난 재주를 선보인 바우덕이에게 정3품 당상관 이상의 벼슬아치가 쓰던 옥관자가 내려졌다.

안성의 한 농원에 있는 수천개의 장독대(성연재 기자)

이런 전통은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프리마돈나와 같은 존재인 어름산이는 준공무원에 해당하는 대우를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날 공연한 어름산이는 서주향(25)씨. 어린 주향씨의 날렵한 몸놀림을 유심히 봐 온 옆집 아저씨가 끈질기게 서씨의 아버지를 설득했다 한다.

풍물단에는 서씨를 포함해 여성 어름산이가 2명, 남성 어름산이가 한 명 더 있다.

바우덕이 공연이 펼쳐지는 도중 연기자들은 안성에 대한 유래를 전해준다.

대구, 전주 지역과 더불어 큰 장(場)이 서던 상업의 요충지였던 안성은 각지에서 몰려드는 물산이 풍부한 곳이었다. 오히려 서울 장보다 더 질이 좋은 물건들이 많았다.

품질 좋은 유기(놋그릇), 특히 안성의 유기는 튼튼하고 질이 좋았다.

주말을 맞아 공예문화센터를 찾아 실습하는 고등학생들(성연재 기자)

콧방귀 좀 뀐다는 집안은 안성에서 유기를 직접 맞춰서 쓰는 경우가 많았다. 안성맞춤이라는 말은 여기에서 유래한다. '물건이 좋아 딱 들어맞다'는 뜻을 갖게 됐다.

안성맞춤랜드 일대는 실제 한번 꼭 방문해볼 가치가 있는 곳이다.

남사당 전수관이 자리 잡고 있는 안성맞춤랜드에는 안성맞춤 공예문화센터가 있고 천문과학관도 있다.

안성맞춤랜드에 자리잡은 천문과학관(성연재 기자)

공예문화센터를 들렀더니 경기도교육청의 '학교 밖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공예 실습을 하고 있었다.

주말에 열리는 학교 밖 학교는 국·영·수 등 학교 공부의 압박에서 벗어나 공예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실습해 자신들의 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교사들의 지도를 받으며 직접 금속을 자르거나 용접해 작은 금속 예술 작품을 만들었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여고생들이 자수를 실습하는 모습도 보였다.

마당극 공연장 바로 옆에는 오토캠핑장도 마련돼 있다(성연재 기자)

바로 옆에는 사계절 썰매장도 있다. 또 썰매장 바로 옆에는 오토캠핑장이 있어 1박을 할 수 있다.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캠핑 마니아들이 가족들과 함께 훌륭한 시설에서 캠핑을 즐기고 있다.

온수를 이용한 샤워와 설거지도 가능하다.

캠핑장은 보온 시설을 갖추고 있는 글램핑시설과 카라반도 갖춰 캠핑 장비가 없는 시민들도 즐길 수 있도록 꾸며졌다.

남사당 공연장까지 시티투어 버스를 타면 편리하게 갈 수 있다(성연재 기자)

◇ 안성의 또 다른 여행지

수능철이다.

집안에 수능생을 둔 가족이라면 안성의 칠장사를 한번 찾아볼 만하다.

칠장사는 장원급제한 암행어사 박문수가 건넜다는 다리를 재현해 놨다. 이른바 '암행어사 박문수 합격 다리'.

초겨울의 정취가 만점인 곳이어서 겸사겸사 한번 다녀올 만하다.

안성 일죽면 화봉리의 한 대규모 농원도 찾아볼 만하다.

농원이기는 하나, 조경이 잘된 곳으로 2천 개가 넘는 장독에서 각종 장류가 익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먹을 곳

농원에서는 굳이 비싼 메뉴를 시키지 않아도 된다(성연재 기자)

화봉리 농원에서는 한식당도 운영한다.

장독에서 익어가는 된장, 간장, 고추장, 장아찌로 만든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안성의 물과 콩을 이용해 담근 장맛이 일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된장찌개와 청국장 찌개가 1만원 미만이다. 농원에서 재배한 콩으로 만든 손두부와 2년 이상 숙성시킨 묵은지로 만든 녹두 김치전도 별미다.

한가지 유념해야 할 사항은 종업원들이 권하는 대로 굳이 비싼 메뉴를 시킬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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