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수산물, 추적기 끈 중국 배가 실어가..뻥 뚫린 해운제재

유지혜.박유미 입력 2017. 12. 2. 01:02 수정 2017. 12. 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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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한 꼼수에 '해상봉쇄' 검토
북한, 중국 보세구역에 배 세워두고
3국 배에 화물 옮기는 수법도 잘 써
무역선을 국내선·외국배로 둔갑
국제 제재 교묘히 뚫고 외화벌이
지난 10월 19일 촬영한 사진에 담긴 북한 금별무역 소속 례성강 1호(화살표)의 환적 모습. 북한 짐을 실었더라도 제3국 선박이면 부산항·인천항에도 들어올 수 있다. [미 재무부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미국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 이후 ‘해상차단(maritime interdiction)’에 주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북한이 갖가지 꼼수를 동원해 제재를 회피하기 때문이다. 추가 제재는 이런 구멍을 막는 것이 관건이라는 게 미국 입장이다.

북한에 대한 해운제재가 본격화한 것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해 3월 결의 2270호를 채택한 이후다. 이에 맞서 북한은 다양한 방법을 써 왔다.

1일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 패널 보고서와 관련 사정에 밝은 전문가들의 전언에 따르면 가장 흔히 쓰는 수법은 ‘원산지 둔갑’이다. 중국 등 다른 나라의 배가 트랜스폰더(배 위치를 파악하게 하는 무선 송수신기)를 끄고 북한 해역으로 들어가 북한산 물품을 받아오는 것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이를 위해 북한 해역으로 들어가는 배를 빌리는 가격이 올라갔다고 한다.

이상숙 국립외교원 연구교수는 “결의 2371호(2016년 11월 채택)에서 북한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면서 중국 동북3성의 수산물 가격이 상승했고, 이에 북한이 이처럼 원산지를 속여 팔면 오히려 전보다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북한이 단속이 약해지는 틈을 타 이렇게 팔려고 수산물을 잡아서 많이 얼려 놨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전했다.

‘환적’ 역시 북한이 애용하는 방법이다. 북한 선박이 중국 다롄항·톈진항 등의 보세구역(외국 물품을 관세를 부과하지 않은 채 둘 수 있는 장소)에 정박하는 사이 짐을 제3국 선박으로 옮기는 것이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북한의 짐을 옮겨 실은 제3국 선박들은 부산항이든 인천항이든 제한 없이 들어올 수 있다. 금수 품목은 물론이고 우리를 공격할 수 있는 무기가 들어올 수도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선박 용도 변경 의혹도 있다. 안보리 결의 2270호는 북한 원양해운관리회사(OMM) 소속 선박 21척을 제재 대상에 올리고 회원국 항구에 입항하지 못하도록 규제했다. 그런데 9월 발간된 전문가 패널 보고서는 이 중 18척이 ‘국제 무역선’에서 ‘국내 운항선’으로 용도가 전환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내 운항선은 단속과 확인 절차가 까다롭지 않은 편이다. 북한이 그런 배를 여전히 국제 무역에 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결의 2371호 채택 이후에도 국제 무역선 11척을 국내 운항선으로 바꿨다. 외국 회사 소속으로 등록된 북한 선박도 38척으로 파악됐다. 이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전문가 패널은 북한 선박을 소유한 것으로 등록된 회사 중 대부분이 실상은 북한이 세운 유령회사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북한이 선박의 이름을 바꾸고 관련 서류를 위조한 사실도 확인됐다. 북한 국가해사감독국이 지난해 10월 임시등록증을 발급한 ‘송평7’호라는 선박이 있는데, 전문가 패널이 확인한 결과 배의 길이나 총톤수 등 관련 정보가 제재 대상인 OMM 소속 ‘휘천’호와 완전히 일치했다. 전문가 패널은 “두 배는 같은 선박으로, 이처럼 자료를 위조한 것은 결의 위반일 뿐 아니라 해운 규제도 어긴 것”이라고 판단했다.

미국은 금융 제재망도 촘촘히 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전문가 패널은 북한 은행이 중국 회사에 지분을 넘기거나 유령회사를 동원하고, 원장 사기를 저지르는 등의 방법으로 금융 제재를 피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외교관이나 국제기구 근무 신분을 악용하기도 한다. 보고서는 일례로 정찰총국 직원 김수광(41)의 사례를 들었는데 김수광은 국제기구 파견을 근거로 이탈리아 로마에 거주하며 자신과 부모, 처 명의로 여러 개의 계좌를 개설했다. 2015년 1월 근무 허가가 끝났지만 계좌 일부는 여전히 열려 있다. 보고서는 “북한 외교관들이 배우자나 자녀 명의까지 이용해 유령회사를 세우기도 하는 만큼 회원국들은 북한 외교사절의 가족 명단까지도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지혜·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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