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안정세 당분간 지속 ..기름값이 '복병'
[경향신문] ㆍ11월 상승률 1.3% 그쳐 1년 새 ‘최저’…산유국들 감산 연장 합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제유가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이 원유 감산을 내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하면서 국제유가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설 경우 물가상승과 소비·투자 위축으로 인해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통계청이 1일 내놓은 ‘11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달보다 1.3%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12월 1.3% 상승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7월부터 석 달 연속 2%대 이상을 기록하다가 지난 10월 1.8%로 떨어졌고 지난달에 다시 낮아졌다.
그동안 폭등세를 보였던 농·축·수산물은 0.7% 오르는 데 그쳤고, 신선채소 등 신선식품지수는 2.5% 떨어졌다.
하지만 휘발유가 6.5%, 경유가 7.3% 오르는 등 석유류 가격이 ‘나 홀로’ 들썩이는 것은 부담이다. 기획재정부는 “향후 물가는 국제유가 변동, 조류인플루엔자(AI) 재발 등 위험 요인이 있으나 농산물 가격 안정 등으로 안정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57.40달러로 전날보다 0.17% 올랐다.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도 배럴당 63.57달러로 0.73% 올랐다. 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국가들은 지난달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원유 감산합의를 내년 12월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감산량은 OPEC 회원국은 하루 평균 120만배럴, 비회원국은 60만배럴로 기존과 같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국제유가 상승의 한국 경제 파급효과’ 보고서를 내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서면 국내총생산(GDP)이 0.22% 감소하고, 물가는 0.14%가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물건값이 올라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소비는 0.19% 줄고 원가 상승에 따라 투자도 1.7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만약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서면 GDP는 0.59% 감소하고, 물가는 0.37%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셰일밴드 공급효과(셰일오일 공급으로 인해 유가가 45~65달러에 갇히는 것)를 감안하면 유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병률·고영득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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