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만 좋고 체감경기 '한겨울'..가계실질소득 마이너스
두달째 한자릿수 증가율..반도체 빼면 사실상 마이너스
소비·고용 여전히 한파..10월 소매판매 2.9% 줄고 취업자수 연초보다 13만명↓
체감성장률 2%대중반 그쳐
◆ 경기진단 ◆
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수출이 반도체 활약에 힘입어 496억7000만달러로 잠정 집계돼 역대 11월 가운데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1~11월 누계 수출도 5248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5% 늘어나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10월 올해 처음으로 수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7.1%)를 기록한 데 이어 11월에도 9.6%를 기록해 두 자릿수를 기록하지 못했다. 반도체를 포함한 13대 주력 품목의 수출 증가율은 7.8%로 전월(8.0%)에 비해 낮았다. 계절적 요인으로 9월 수출이 급증한 이후 2개월간 둔화세가 이어진 것이다.
특히 반도체 효과와 유가 상승을 배제하면 수출 증가율은 사실상 마이너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65.2% 증가했고, 국제 유가 상승의 수혜를 받은 석유제품 수출도 38.4% 늘었다. 하지만 자동차 부품 수출은 10.8% 줄었고 가전과 무선통신기기는 각각 23.0%, 21.5% 감소해 부진이 계속됐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경기가 꺾이기라도 한다면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메모리 반도체 경기가 곧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보고서로 한국 증시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반도체 쏠림 현상이 심각해 반도체 호황이 끝나면 내년에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 찾아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 교수는 "올해 성장률이 3% 이상 될 것이 확실하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수준은 사실 2%대 중반에 그친다"고 덧붙였다.
이미 10월 생산, 소비, 투자 등 3대 경기지표가 모두 악화됨에 따라 올해 4분기 경기가 예상보다 나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0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5% 감소했다.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2.9% 줄었다. 설비투자는 기계류(-17.9%) 등에서 크게 줄어 전월보다 무려 14.4%나 감소했다.
장기간 추석 연휴로 10월 조업 일수가 감소한 데 따른 영향이 크기는 하지만 소비가 살아나지 않은 채 수출이 주도하는 성장세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런 문제는 올해 안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조성훈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성장세가 계속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예년과 같은 수출 증가율을 가정한다 해도 우리 경제가 달성 가능한 성장률은 2%대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 3분기 성장세는 탄탄했던 것으로 재확인됐다. 한국은행은 이날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정치)이 전 분기 대비 1.5%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말 발표된 속보치(1.4%)에 비해 상향 조정된 것으로 2010년 2분기(1.7%) 이후 29분기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한은은 4분기에 0.02% 이상만 성장하면 올해 연간 성장률은 정부 목표치(3%)를 상회하는 3.2%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대표적인 체감경기지표인 민간소비 증가율은 0.8%로 1분기(0.4%) 이래 가장 낮았다. 민간소비는 올해 1분기 전기 대비 0.4% 성장에서 2분기 1.0% 성장으로 회복되는 듯했지만 3분기에 다시 0.8%로 꺾였다. 가계소비와 함께 체감경기를 가늠하는 지표인 고용부문은 오랫동안 한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취업자 수는 3~4월 40만명대에서 9월 31만4000명, 10월 27만9000명 등으로 계속 추락하고 있다.
[윤원섭 기자 / 석민수 기자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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