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해냈다"는 문 대통령 만나 "각하"라 부른 이국종 "한미동맹, 외상센터에서 구현"

허진 2017. 12. 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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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A 경비대대 한·미 지휘관과 장병 초청해 차담회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후 청와대에서 JSA 경비대대 지휘관 및 장병을 초청해 개최한 차담회에서 격려 발언 하고 있다. 오른쪽은 아주대 교수 이국종 해군 명예소령.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남으로 넘어온 북한군 귀순 병사 오청성(25)씨의 생명을 구한 영웅들을 1일 만났다.

문 대통령이 이날 오씨의 두 차례 수술을 집도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을 비롯해 JSA 경비대대 한국군 대대장이었던 권영환 중령과 미군 대대장인 매튜 파머 중령, 위험을 무릅쓰고 쓰러져 있던 오씨에게 포복으로 접근해 구출해낸 송승현 상사와 노영수 중사, 초기 응급처치로 이국종 교수의 치료를 가능하게 만들었던 군의관 황도연 대위, 미군의 군의관 제프리 슈미트 소령, 의무담당관 하트필드 병장 등을 청와대로 초청해 차를 함께 마시며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제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여러분들께 특별히 고마움을 표하고 싶어서 이렇게 모셨다”고 인사한 뒤 “저도 예전에 (특전사 부대에 근무하던 1976년 8월)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때 미루나무 제거 작전에 참여한 적이 있어서 그쪽 지역이 얼마나 예민하고 위험한 지역인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여러분께서 아주 정확하고 침착하게 (지침대로) 상황관리를 해줘서 더 큰 위기 상황으로 발전하지 않았다”고 칭찬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군이 추격을 하면서 수십발의 총알을 발사해서 총알이 남쪽으로 넘어오기도 하고, 북한군 한 명은 경계선(군사분계선·MDL)을 넘기도 하는 긴박한 상황이었다”며 “상황이 다 끝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정말 생명의 위험을 위협을 무릅쓰고 신속하게 귀순한 북한군을 구출해서 북한군의 목숨도 살릴 수 있었다”고 했다.

특히 “그 과정에서 권영환 중령과 함께 송승현 상사와 노영수 중사가 포복하면서 무사히 구출할 수 있도록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미국과 한국의 군의관이 아주 신속하게 응급조치를 하고 빠르게 북한 병사를 후송해서 목숨을 구하게 됐다”며 “그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 국민들은 군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고, 한·미 양국의 굳건한 공조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후 청와대에서 JSA 경비대대 지휘관 및 장병을 초청해 개최한 차담회에서 격려 발언 하고 있다. 왼쪽부터 JSA 미군 경비대대장 파머 중령, 문 대통령, 아주대 교수 이국종 해군 명예소령, JSA 군의관 슈미트 소령.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한·미 동맹은 단순히 문서로 맺은 동맹이 아니라 피로 맺은 동맹”이라며 “미국의 고마움에 대해 잊지 않으려고 늘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 뒤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위대한 동맹’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믿는다”며 “지난 트럼프 대통령 방한 시 평택 미군기지를 함께 방문했었는데 매우 뜻깊었다. 그 때 JSA도 함께 갈 수 있었으면 더 뜻깊고, JSA 근무 장병에게도 영광이 되었을텐데 그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 그러나 언젠가 그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파머 중령은 “귀순한 북한 병사가 총상을 입고도 정말 빠르게 뛰었는데, 한국의 자유가 이끄는 힘이 그만큼 강했다고 생각한다”며 “여기 있는 의료진 덕분에 그 병사는 대한민국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오씨의 수술을 집도한 이국종 교수를 향해선 “우리 이국종 교수님은 북한군이 그렇게 중상을 입었는데도 목숨을 구하는 기적 같은 일을 해냈다”며 “우리 외상센터가 상당히 인력이나 장비 면에서 열악한데도 실력 만큼은 세계 최고라는 점을 보여줬다”고 했다.

또한 “이국종 교수는 중증외상센터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 같다”며 “아덴만 작전에서 석해균 선장의 목숨을 구해낸 과정에서 지금의 중증외상센터가 출범하게 되었고, 또 이번 북한 병사 귀순에서 중증외상센터의 현재를 돌아보는 계기도 만들어줬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골든타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 뒤 “중증외상센터가 1차적 외상치료에서만 그치지 않고, 트라우마까지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문제까지 되어 있는지 살펴보라”고 배석자에게 지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송 상사와 노 중사에게 “언제,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두렵지 않았느냐”고 물었고, 송 상사는 “두렵지 않았다. 당연한 일을 했음에도 격려해줘서 감사하다”며 “그동안 임무수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대대장이 줬던 신뢰와 전우들 덕분이었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주어져도 거침없이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후 청와대에서 JSA 경비대대 지휘관 및 장병을 초청해 개최한 차담회에서 아주대 교수 이국종 해군 명예소령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해군 정복을 입고 참석한 이 교수를 향해 문 대통령은 “소령이 된 것은 (2011년 1월 소말리아 해적으로부터 석해균 선장을 구출한) 아덴만 작전 때문이었느냐”고 물었고, 배석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원래 석해균 선장을 구해서 2015년 해군에서 그 이름을 빛냈다고 해서 명예 해군 대위로 임관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지난 4월에는 명예 대위에서 명예 소령으로 진급했다.

이 교수는 “제가 오늘(1일) 참석한 것은 개인적으로 외상센터로장으로서가 아니고, 대한민국 해군의 해양의료원 산하 부속기관으로 역할을 해오고 있고, 2003년부터 주한미군 의무처와 함께 협력기관으로 일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 뒤 “저희는 한·미 동맹이 그냥 서류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외상센터를 축으로 해서 주한미군, 한국 해군이 2003년부터 일해왔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며 “더 자랑스러운 것은 대통령 각하께서 (특전사) 공수부대원이었고, 저희 모두도 한때 현역 군인이었고, 유사시 같은 일을 할 것이란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번 기회를 통해 민·관·군이 일치가 돼서, 하나가 돼서, 협력 방어태세 같은 것들이 교과서적으로만 나오는 게 아니고 실제 상황에도 구현될 수 있다고 국민들께 말씀드릴 수 있게 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 교수는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와 만났던 일화를 거론한 뒤 “저희 병원에 입원하고 있던 주한 미 장병들, 한국과의 연합작전 상황을 일일이 보면서 이런 말을 했다. ‘한·미 동맹의 가장 큰 증거가 정치적 레토릭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실제 이렇게 외상센터에서 구현되고, 서로 한국 사람들을 치료해 주고, 또 미군이 한국 사람을 치료해 주는 것을 보면서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앞으로도 이런 게 정확히 구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앞서 오씨가 지난달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는 과정에서 북한군 추격조 4명은 권총과 자동소총으로 40여 발을 조준사격했고, 그 중 4발이 오씨의 몸을 뚫고 들어갔다. 폐를 관통한 총알로 인해 생명이 위독했던 오씨는 이국종 교수 등 의료진의 치료를 받고 상태가 호전돼 지난달 24일부터는 아주대병원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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