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손헌수, 코미디 이스 마이 라이프!

손예지 2017. 12. 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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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손예지 기자]

데뷔 18년차 개그맨 손헌수 / 사진제공=극락기획단

“나에게 코미디란 무엇이냐고요? 만일 신이 있다면 나를 만들 때 ‘사람들이 웃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라’는 사명감을 부여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데뷔 후 지금까지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코미디의 발전에 쏟아붓고 있어요. 후회는 없습니다. 훗날 내 주위 사람들이, 그리고 후배 개그맨들이 ‘손헌수 덕분에 대한민국 코미디가 이만큼 발전했다’고 떠올려주기를 바랍니다.”

데뷔 18년차 개그맨 손현수의 꿈이다. 그는 최근 디지털 싱글 ‘치킨런’을 내놓고 이른바 ‘개가수'(개그맨+가수)로 활동 중이다. ‘치킨런’은 손헌수가 직접 작사·작곡한 디스코 기반의 EDM 곡이다. 장르 특유의 흥겨운 음악과 재치 있는 가사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000년 MBC 11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손헌수는 그간 가수, 뮤지컬 배우, 영화감독 등으로 활약했다. 특히 직접 연출과 주연을 맡은 영화 ‘통키는 살아있다’(2010), ‘소심인’(2012)은 각각 ‘제10회 미쟝센 단편 영화제’ 경쟁 부문 희극지왕, ‘서울 독립영화제 2012’ 본선작으로 선정되며 업계의 인정도 받았다.

다방면의 활동으로 손헌수가 이루고 싶은 것은 오직 하나다. “다양한 장르와의 협업을 통해 코미디의 발전을 이루는 것.”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올해 4월 기획사 ‘극락기획단’을 설립했다. 코미디를 위해 태어났고, 살아왔으며, 앞으로도 코미디를 위해 살겠다는 손헌수를 만났다.

10 최근 발표한  ‘치킨런’으로 각종 행사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손헌수: 어제도 지역 행사에 다녀왔다. 신나는 노래에 내 위트까지 더해지니 관객들 반응이 뜨겁다.(일동 웃음)

10. ‘치킨런’은 지난 6월 발표된 박수홍의 싱글 앨범 ‘BBASSONG’에 수록됐던 곡인데.
손헌수: 그렇다. 내가 작사·작곡하고 피처링까지 해서 박수홍 선배의 앨범에 실었다. 당시 선배와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열린 음악회’ 등에 함께 출연했는데 박수홍 선배가 부른 ‘Sorry Mom’보다 ‘치킨런’에 대한 반응이 더 뜨거웠다. 박수홍 선배가 “‘치킨런’은 이대로 묻히기 아까우니 네 곡으로 다시 발표해서 제대로 활동을 해보라”고 권유했다. 그래서 새 옷을 입혀 내놓게 됐다.

10. ‘치킨런’을 비롯해 ‘다녀오겠습니다’ ‘3분 디스코’ 등 가수로서 발표한 모든 곡이 디스코를 기반으로 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손헌수: 디스코는 흑인 음악에 뿌리를 둔다. 흑인의 소울과 한국인의 한이 비슷한 점이 많다. 때문에 한국에서 잘 먹힌다.(웃음) 앞으로도 계속 디스코를 고집할 생각이다.

10. 작사·작곡을 따로 배운 적이 있나?
손헌수: 내가 생각하는 공부는 이론을 외우는 것이 아니다. 직접 몸으로 부딪혀가며 배웠다. 이를 테면 미디 사용법을 배우는 대신 감각을 키웠다. 방송 활동을 쉬게 됐을 때 약 1년 4개월 동안 전 세계를 돌며 유명한 음악 페스티벌을 가봤다. 일본부터 독일·네덜란드까지. 수입이 없어서 빚을 내며 다녔다. 덕분에 듣는 귀가 텄다. 그때의 감각을 기반으로 해서 악상이 떠오르면 작업을 시작한다. 과정은 이렇다. 허밍으로 드럼, 베이스 리듬을 만들어 녹음하고 거기에 멜로디를 입힌다. 이를 편곡자에게 보내면 그가 기술을 사용해 완성시켜준다. 거기에 내가 가사를 쓰고 녹음을 하는 식이다.

10. 영화 작업도 같은 방식으로 배웠나?
손헌수: 일단 글(시나리오)을 써서 잘 쓰는 사람에게 검수를 받았다. 그걸 다시 고쳐서 또 검수 받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리고 방송 활동을 통해 쌓은 지식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스태프들을 구성해 촬영과 연출, 편집을 했다. 부족한 건 영화판에서 잘 나간다는 전문가들을 찾아가 현장에서 배웠다. 무술 감독의 조언이 필요할 때는 그가 일하는 현장에 직접 가서 같이 와이어를 당겨주며 배웠고.(웃음)

10. 올해 4월 극락기획단을 설립했다. 이유는?
손헌수: 군대에 갔을 때 ‘드림북’이라고 꿈을 적어 나만의 책을 만들었는데 거기 적힌 것 중 하나였다. 예전부터 돈을 벌면 후배 코미디언을 양성하거나 프로덕션을 차리는 데 쓰고 싶었다. 극락기획단을 SM·JYP엔터테인먼트와 맞먹는 대형 기획사로 키우는 게 목표다.(웃음)

10. 지난달 코미디 공연 ‘극락기획단 리사이틀’을 선보였다. 윤형빈이 이끄는 윤소그룹, 박수홍과 함께 제작했다던데.
손헌수: 아무래도 공연 기획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그 방면에 능통한 윤형빈에게 자문을 구했다. 이를 계기로 함께 하게 됐다. 선배인 박수홍에게도 제작에 참여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번 공연이 기대 이상으로 잘 됐다. 덕분에 박수홍, 윤정수 선배가 다음 공연에는 직접 출연하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크리스마스 즈음에 공연을 한 번 더 열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브랜드화할 계획이다.

올해 4월 기획사 극락기획단을 설립한 손헌수는 “SM·JYP엔터테인먼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회사로 키워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사진제공=극락기획단

10. 극락기획단을 소개한다면.
손헌수: 우리 회사는 연기자 중심이 아니라 플랫폼과 시스템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소속 연기자들이 인터넷 개인 방송이나 SNS 콘텐츠를 통해 꾸준히 대중과 소통하도록 하고 있다. 연기자들은 개인이 아닌 팀으로 계약을 맺었다. 졸탄(이재형·한현민·정진욱), 500CC(최백선·남호연·유룡·김승진) 등이다. 각 팀마다 브랜드 코미디를 선보이는 게 목표다. SM·JYP엔터테인먼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회사로 키워보겠다.(웃음)

10. 신인도 양성하고 있나?
손헌수: 연습생이 몇 명 있는데 나는 그들의 코미디를 ‘검사’하지 않는다. 개그맨들은 여태 ‘검사받는 시스템’에 맞춰 살아왔다. 관객을 위한 코미디가 아니라 PD, 작가, 선배의 입맛에 맞춘 코미디를 만들어야 했다. 그래야 방송에 나갈 수 있으니까. 그러다 보면 재밌는 콩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보다 어떻게 하면 윗사람에게 잘 보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점점 뇌가 경직되는 거다. 내가 그렇게 살아왔다. 후배들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우리 연습생들에게 버스킹과 인터넷 개인 방송을 시킨다. 거리에 나가서 혹은 인터넷 방송으로 직접 시민,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자신들의 코미디를 만들기를 바라서다. 그 과정에서 연습생들이 스스로의 장단점을 깨우칠 수 있도록 몇 주를 지켜본다. 내가 직접 간섭하지는 않지만 간혹 시간이 지나도 고쳐지지 않는 단점이 보이면 조언을 해준다.

10. 개그맨으로 시작해 드라마, 뮤지컬, 영화를 거쳐 사업까지 하고 있는데.
손헌수: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는데 결국 다 코미디가 중심이다. 모든 도전은 ‘개그맨이 드라마를, 뮤지컬을, 영화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마냥 유치하고 웃긴 모습을 보여주려는 건 아니다. 개그맨으로서 사람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10. 당신에게 코미디란 무엇인가?
손헌수: 만일 신이 있다면 나를 만들 때 ‘사람들이 웃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라’는 사명감을 부여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데뷔 후 지금까지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코미디의 발전에 쏟아붓고 있다. 때문에 모아 놓은 돈도 없지만 후회는 없다.(웃음) 훗날 내 주위 사람들이, 그리고 후배 개그맨들이 ‘손헌수 덕분에 대한민국 코미디가 이만큼 발전했다’고 떠올려주기를 바란다.

10. 데뷔 18년 차 개그맨으로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손헌수: 지난 18년은 코미디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이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공부가 끝났다. 여러 방면에서 공부해온 것들을 평가받을 수 있는 시험을 준비할 단계다.

10.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손헌수: 지금 새로운 디스코 곡을 만들고 있다. 사활을 걸었다. 완성도를 좀 더 높여서 내년쯤 제대로 선보일 계획이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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