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검찰 기관장 영접·도열 의전 철폐..휴일 등산·봉사도 원하는 사람만"

구교형 기자 2017. 12. 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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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문무일 검찰총장, 서열 등 권위주의 조직문화 개선 시동

2년 전쯤 당시 대검찰청 고위간부이던 ㄱ씨는 같은 부서 검사·수사관들과 워크숍을 갔다. ㄱ씨는 관용차로 목적지까지 이동했는데, 도착한 시각 현장에는 아무도 ‘영접’을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ㄱ씨는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부서 내 ‘서열 2위’인 간부를 향해 핀잔을 줬다. 평소 ㄱ씨는 담배를 피우거나 소변을 볼 때도 직원들을 데리고 다녔다. 변호사가 된 ㄱ씨는 최근 대검에서 ‘한솥밥’을 먹은 직원들과 식사하던 중 “(검찰에 근무할 때와 달리) 변호사를 개업한 뒤 처음 내 손으로 물을 떠먹었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문무일 검찰총장(사진)이 검찰 내 ‘서열 문화’를 해체하기 위해 탈권위주의 정책에 시동을 걸었다. 대검 사무국은 지난 29일 일선 검찰청에 ‘권위주의 조직문화 개선 방안’을 전달했다고 30일 밝혔다. 수평적 소통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없애기 위해 행사·의전·회의 관행부터 바꾸기로 한 것이다.

기존에는 시무식이나 이·취임식 등 각종 행사 때 기관장을 배려해 연단 등에 별도의 좌석을 만들었다. 기관장이 입장할 때 기립박수는 기본이고, 직원들이 서 있는 상태에서 열리는 행사도 많았다. 앞으로는 기관장도 직원들과 나란히 같은 의자에 앉게 되며 기관장 입장 시 박수도 생략한다. 군대문화를 모방해 기관장과 악수할 때 “검사 ○○○”이라고 밝히는 관등성명식 신고도 사라진다.

과거에는 기관장 취임식 때 해당 기관 사무국장이나 총무과장이 자택이나 관사 등으로 직접 영접을 나갔다. 이임식의 경우에는 전 직원이 현관에 도열해 환송하는 것이 당연시됐다. 휴일에 기관장이 참석하는 등산이나 봉사활동에 직원들이 동원되는 사례도 부지기수였다. 이제는 행사 성격을 막론하고 참석을 원하는 사람들만 가면 된다.

저녁식사 자리에서 폭탄주를 만든 뒤 발언하거나 장기 자랑을 강요하는 일도 사라진다. 기관장 편의를 위해 직원들의 학력·가족관계 등 사생활까지 적어서 보고하는 ‘프로필 문화’도 없어진다. 기관장 훈화 말씀 위주로 흐르기 쉬운 월례 조회 횟수를 줄이고 명칭도 ‘조회’ 대신 ‘회의’로 부르기로 했다. 회의 시 기관장에게 시선이 쏠리는 ‘ㄷ자형’ 책상 배치는 ‘타원형’이나 ‘다이아몬드형’ 등으로 조정된다. 직원 퇴임식 날 기관장이 정중앙에 앉아서 사진을 찍는 광경도 더 이상 볼 수 없다.

권위적인 용어 사용도 개선된다. ‘상견례’는 ‘인사’로, ‘청내 순시’는 ‘사무실 방문’으로, ‘지도 방문’은 ‘격려 방문’으로, ‘영접’은 ‘마중’으로 각각 바꿔 부르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형식과 관례에 치우친 의전에서 생기는 행정력 낭비를 없애 조직문화를 유연하게 바꾸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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