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인상하되 천천히..韓銀의 '금리 속도조절론'(종합)

김정남 2017. 11. 3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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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총재 "내년 성장, 잠재성장률 수준 달성 전망"
한은의 경기판단 여전히 호조..추가 인상 가능성
그 시기·속도 말 아껴..점진적 인상 경로 밟을듯
시장 일각서 "비둘기 금통위"..원화 11.4원 급락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관련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한 직후 내놓은 코멘트는 ‘내년에도 인상 기조로 가되 천천히 움직일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일단 한은이 관측하는 경기 여건은 가파르게 좋아지고 있다. 최근 이 총재는 이를 꾸준히 강조해 왔고,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이 총재는 그에 따른 통화정책 대응은 말을 아꼈다. ‘신중히’라는 통화정책방향문 문구만 추가하며 ‘더딘 인상’을 강조하는 정도였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날 금통위가 예상보다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이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내년 성장률, 잠재성장률 수준 달성”

이 총재는 이날 오전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통위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50%로 6년5개월 만에 인상한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이 총재는 “내년에도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수준인 3% 내외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반도체 경기가 호조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 “정부 정책에 힘입어 소비 회복세도 완만하게 진전될 것”이라고도 했다.

한은은 기자간담회 직전 금통위 통방문을 통해 “(국내 경제는) 지난달 전망 경로를 소폭 상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달 당시 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3.0%로 상향 조정했는데, 그보다 성장세가 더 공고함을 언급한 것이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앞으로 금리정책에서 고려하는 것은 성장 흐름이 견실한지, 물가 상승세가 목표에 근접해가는지 여부”라고 누차 말했다.

이는 내년 추가 인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추후 통화정책의 ‘큰 줄기’는 인상이라는 것이다.

다만 그 속도와 시기에 대해서는 뚜렷한 언급이 없었다.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을 보고 통화정책을 하겠다는 건 지극히 교과서적인 얘기다.

이 총재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은 기준금리를 두 차례 올려도 상당히 완화적’이라고 평가한데 대해서도 “견해를 말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며 한 발 물러섰다.

이 때문에 시장은 통방문의 ‘신중히’라는 문구를 주목하고 있다. 인상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한두 차례 정도다.

금통위는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이번 인상은 만장일치로 결정되지 않았다. 금통위원 7명 중 조동철 위원은 동결을 주장했다. 이 역시 추후 통화정책의 힌트로 시장은 받아들이고 있다.

채권시장 한 인사는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 내내 ‘모범답안’을 읽는 것 같았다. 총재의 코멘트로는 힌트를 찾을 수 없었다”며 ‘중립’ 평가를 한 후 “그래서 ‘신중히’라는 문구가 더 부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한은은 국내외 불확실성을 고려해 신중한 기준금리 조정에 나설 것”이라며 내년 2분기와 4분기 인상을 전망했다.

◇‘점진적인 인상’ 암시에 원화가치 급락

이날 금통위 여파는 외환시장에서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서울외환시장에서 이날 원·달러 환율은 11.4원 상승한(원화가치 하락) 1088.2원에 마감했다. 지난 3월9일(12.6원↑)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오전 11시44분께 동결 소수의견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환율은 레벨을 급격히 높였다. 5분 뒤인 오전 11시49분에는 1090.2원(전날 대비 13.4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점진적인 인상’ 전망에 채권시장도 강보합세를 보였다. 서울채권시장에서 3년 국채선물(KTBF)은 전거래일 대비 11틱 상승한 108.26에 거래됐다. 10년 국채선물(LKTBF)은 1틱 오른 122.13에 마감했다.

틱은 선물계약의 매입과 매도 주문시 내는 호가단위를 뜻한다. 틱이 상승하는 건 그만큼 선물가격이 강세라는 의미다.

주식시장은 하락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36.53포인트 내린 2476.37로 거래를 마쳤다. 원화가 큰 폭 약세로 돌아서자,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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