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촌파출소 옮겨라" 소송 낸 고승덕 부부
2013년엔 사용료·월세 소송 승소.. 주민들 "이전 반대" 서명운동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있는 이촌파출소에서는 최근 '파출소 철거를 막아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에 주민 서명을 받고 있다. 파출소 부지를 소유한 땅 주인이 지난 7월 파출소를 철거해 달라고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부터 29일까지 3000명 넘는 주민이 서명했다.
땅 주인은 '마켓데이 유한회사'라는 법인이다. 부동산 개발·투자 등을 하는 회사다. 그런데 이 회사의 유일한 임원으로 등재돼 있는 이모씨는 고승덕(60·사진) 변호사의 배우자다. 회사 주소는 고 변호사의 사무실 주소와 같고, 파출소 철거 소송 대리인은 고 변호사다. 고 변호사 부부가 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파출소가 포함된 이 일대 3149.5㎡(약 952평) 넓이 땅의 주인은 원래 정부였다. 1966년 이촌동 일대에 공무원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면서 정부는 이 땅을 공공시설 부지로 입주민들에게 제공했다. 1975년 파출소가 들어섰고, 옆에는 놀이터가 만들어졌다. 1983년 관련법 개정으로 땅 주인은 정부에서 공무원연금관리공단으로 바뀌었다.
고 변호사 측은 2007년 공단으로부터 이 땅을 42억여원에 매입했다. 지하철 이촌역과의 거리가 200m 정도이고 대로변에 접한 노른자 땅이어서 건물을 세우면 그 가치가 수백억원에 이를 거라고 주변 부동산 관계자들은 말한다. 다만 파출소와 놀이터가 있어 개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공단은 고 변호사 측에 땅을 팔면서 계약서에 '파출소로 인한 부지 사용 제한 사항은 매입자가 책임진다'는 특약 조건을 넣었다. 고 변호사 측은 살 때부터 파출소로 인한 제약을 알고 땅을 산 것이다.
고 변호사는 땅 계약이 성사된 이듬해인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서울 서초구 국회의원을 지냈다. 2013년 고 변호사 측은 파출소가 땅을 무단 점거하고 있다며 4억6000여만원의 밀린 사용료와 함께 월세 738만원을 내라고 소송을 냈다. 이 소송은 3년이 넘게 걸렸고 지난 4월 대법원은 파출소 측이 1억5000여만원과 매월 243만원씩을 내라고 확정 판결했다. 그러나 고 변호사 측은 판결 3개월 만에 파출소를 철거하라고 새로 소송을 냈다. 현재 소송은 다음 달 11일 양측 간 조정 기일이 열릴 예정이다.
이촌파출소는 주변 1만가구, 주민 3만여명을 관할하고 있다. 이촌파출소를 관장하는 용산경찰서 측은 "파출소가 꼭 있어야 하는데, 땅값이 워낙 비싸고 아파트가 밀집해 있어 당장 파출소를 옮기기는 여의치가 않다"며 "가능한 한 월세를 내고 계속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고 변호사는 "지난해부터 (경찰청 예산에) 이촌파출소 이전(移轉) 예산을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아 부득이 소송을 낸 것"이라며 "굳이 파출소를 빨리 내보낼 이유는 없고, 조정에서 원만한 해결 방법을 논의해보겠다"고 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세훈 “성동구 집값 예의주시…비상시 토허제 사용 가능"
- 랜섬웨어 해킹 공격에 먹통된 예스24…경찰, 내사 착수
-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임원해임 처분, 2심도 “취소하라”
- 중국 항모 2척, 처음으로 서태평양 동시 진출
- 손주뻘 여성에게 다가오더니 “야!”…버럭 소리치며 음료 던진 노인
- 대통령실 “오광수 일부 처신 부적절... 본인이 안타까움 잘 표해”
- 119 부른 교통사고 운전자…출동한 구급차에 치여 숨졌다
- 총선 불법 선거운동 혐의…박용철 강화군수 2심서도 ‘무죄’
- 서울디자인재단, ‘DDP디자인페어’ 대학 협업 프로그램 본격 시동
- 민주 의원들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신설’ 법안 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