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블랙리스트 재조사委, 판사 동의없이 PC 3대 열었다

조백건 기자 2017. 11. 30.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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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지시한 듯]
심의관 PC 하드디스크 복사해가.. 행정처, 제출 요구 이틀만에 허용
해당 판사 법적대응땐 혼란 예고

법원행정처가 29일 행정처에 판사 뒷조사 문건이 있다는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을 재조사 중인 법원 재조사위원회에 행정처 판사들이 사용했던 컴퓨터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조사위원회가 행정처 판사 컴퓨터 제출을 요구한 지 이틀 만이다. 해당 판사들은 재조사위의 '컴퓨터 개봉' 요구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재조사위가 판사 컴퓨터를 강제로 열겠다고 나섰고, 행정처가 이를 허용한 것이다. 여기엔 사실상 김명수〈사진〉 대법원장의 뜻이 담겨 있다고 법원 내에선 받아들이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재조사위 측은 서초동 대법원 청사를 방문해 같은 건물을 쓰는 법원행정처 사무실 내 컴퓨터 3대 이상의 하드디스크를 복사해 간 것으로 알려졌다. 재조사위가 하드디스크를 갖고 간 컴퓨터는 행정처 심의관(평판사) 2명의 컴퓨터와 이규진 전 대법원 상임양형위원의 컴퓨터라고 한다.

행정처 심의관들 컴퓨터는 판사 뒷조사 문건이 저장돼 있다는 의혹을 받은 컴퓨터들이다. 이 중 한 대는 현재 사용되지 않고 보관 중이다. 이 전 위원은 올 초 법원행정처가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이탄희 판사에게 이 연구회가 추진하던 '대법원장 인사권' 관련 세미나를 축소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과 관련된 인사다. 이 판사는 앞서 이 문제를 조사했던 법원 진상조사위에서 "이 전 상임위원으로부터 행정처 컴퓨터에 판사 뒷조사 파일이 있다고 들었다"고 하면서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졌다. 법원 진상조사위는 지난 4월 이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결론 내렸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은 최근 재조사를 지시했다. 김 대법원장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 출신이다. 법원 재조사위원 6명 중 4명도 이 연구회 소속이다.

재조사위는 지난 27일 행정처에 판사 컴퓨터 제출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행정처가 이틀 만에 이를 받아들인 것은 김 대법원장의 결정이라는 관측이 많다. 해당 판사들이 재조사위의 컴퓨터 개봉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의 컴퓨터를 넘기는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은 대법원장뿐이라는 것이다.

재조사위가 판사 동의 없이 컴퓨터를 강제로 열 경우 큰 논란이 예상된다. 재조사위는 "해당 컴퓨터는 공용이어서 당사자 동의 없이 열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법원 내부에선 법 위반 소지가 크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컴퓨터 속 파일엔 사적인 내용이 있을 수도 있어 아무리 공용이라도 영장이 없는 한 강제로 개봉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헌법상 권리인 프라이버시권 침해와 형법상 비밀 침해 소지도 있다"며 "해당 판사들이 법적 대응을 하면 법원은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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