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겨울 햇살아래 녹아 부서지는 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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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바비큐, 블루스나 헤비메탈이 먼저 연상되는 미국 텍사스.
그곳 출신 밴드에 안개의 나라 영국 매체들마저 이런 평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겨울 햇살 아래 투명하게 녹아 부서지고 말 것 같은 음성.
'아직 당신이 우는 소리가 밤새 들려요/몇 마일이고 나가봐야 아무도 없는 오페라하우스에서/난 당신을 사랑하기로 돼 있었던 거예요/변함없이 당신을 평생 간직한 채/사랑하게 돼 있었어요. 처음 본 순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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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미국 밴드 ‘시가레츠 애프터 섹스’의 음악에 컬러는 필요 없다.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
맥주, 바비큐, 블루스나 헤비메탈이 먼저 연상되는 미국 텍사스. 그곳 출신 밴드에 안개의 나라 영국 매체들마저 이런 평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이것은 겨울의 음악, 끝나가는 것을 위한 사운드트랙. 밴드 ‘시가레츠 애프터 섹스’가 조용히 뿜는 소리들 말이다. 보컬 그레그 곤살레스는 1980년대 청춘스타처럼 노래한다. 그러나 ‘러브 스토리’보다는 ‘렛 미 인’쯤이 더 어울린다. 겨울 햇살 아래 투명하게 녹아 부서지고 말 것 같은 음성. 마치 음반을 실수로 기울이면 아래로 또르르 흘러 영영 사라질 것만 같다. 백혈병에 걸린 채 한 여자만을 위한 마지막 노래를 지어 부르는 닉 드레이크 같다고 할까. 악곡을 떠받치는 게 현악과 통기타 대신 전기기타의 메아리 효과라는 점은 다르다.
12월이 다가온다. 나이가 들면서 일어나는 현상인 건지…. 언젠가부터 연말이 세기말이라도 되는 양 절박하게 느껴진다. 올해 나온 시가레츠 애프터 섹스의 데뷔앨범 가운데서도 느리고 처연한 ‘Opera House’를 반복해서 듣게 된다.
‘당신을 위해 오페라하우스를 지었죠/정글 속 깊은 곳에/그러곤 난 그 무대 위를 걸어가요/두 눈 감고 노래하며….’
밀림 한가운데 오페라하우스를 지으려는 무모한 분투를 다룬 베르너 헤어초크 감독의 ‘피츠카랄도’(1982년)의 영향이 명백하다. 이 노래의 질감은 원작 영화의 역동적인 분위기 대신 어두운 방에 누운 비단이불처럼 듣는 이를 은밀히 불러들인다.
임희윤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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