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일자리 15~30% 사라지지만, 더 많은 일자리 등장"

손해용 입력 2017. 11. 29. 09: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맥킨지 보고서..2030년까지 최대 8억명 일자리 잃어
8억9000만개 새 일자리 만드는 6가지 트렌드 제시
한국은 전체 일자리의 25~26%가 자동화로 사라져
패스트푸드 조리, 수금 등 단순 업무는 기계가 대체
경험·소통·감정 필요한 직업군은 계속 살아남아

자동화로 세계 근로자의 15~30%가 일자리를 잃지만, 경제 구조의 변화로 이보다 더 많은 새로운 일자리가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29일 46개국 800개 직업, 2000개 업무를 분석한 ‘없어지는 일자리와 생겨나는 일자리: 자동화 시대 노동력의 전환’(Jobs lost, jobs gained: Workforce transitions in a time of automation) 보고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에 따르면 인공지능(AI)ㆍ로봇 기술의 발전에 따른 자동화가 확산하면서 2030년까지 세계 4억~8억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 근로자의 15~30%가 자동화로 직업을 잃고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단순 반복적인 작업을 하는 직업군이 ‘직격탄’을 맞는다. 기계 작동, 패스트푸드 조리, 대금 수금 같은 업무의 81%가 자동화된다. 단순하게 데이터를 처리(자동화율 69%)하고 수집(61%)하는 업무도 기계가 대체하게 된다. 모기지 대출, 법률 사무 보조 업무, 회계, 백오피스 거래 처리 등도 일자리를 위협받는 직업군으로 꼽혔다. 다만 경험을 필요로 하고,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며, 감정적 대응을 해야 하는 직업은 기계가 대체하기 힘든 직업군으로 분류됐다.

전반적으로 1인당 국민 소득이 높은 나라일수록 자동화로 대체되는 일자리의 비율이 높았다.한국은 2030년까지 전체 일자리의 25~26%가 자동화에 따라 없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1인당 국민 소득이 높은 나라일 수록 자동화로 대체되는 일자리의 비율이 컸다. 한국은 2030년까지 전체 일자리의 25~26%가 자동화에 따라 없어질 것으로 예상됐다.[자료 맥킨지]
하지만 경제 구조가 바뀌면서 2030년까지 없어지는 일자리를 채우고도 남을만한 일자리가 새로 생겨난다는 게 맥킨지의 예상이다. 맥킨지는 2030년까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6가지 트렌드로 ▶임금 및 소비 상승 ▶고령화 ▶신기술 도입 ▶인프라와 건설투자 ▶에너지 투자 ▶무급 업무의 상품화를 꼽았다.

중국ㆍ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은 소비재ㆍ건강ㆍ교육 관련 지출을 늘리면서 3억~3억6500만 개의 새 일자리를 만든다. 2030년까지 인구의 25%인 3억 명이 65세 이상이 될 전망인데 의료ㆍ간병 뿐 아니라 가정 건강 도움, 개인 도우미, 간호 보조 등에서 8000만~1억3000만 개의 일자리 수요가 생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웹 개발자 등 정보기술(IT) 일자리가 2000만~5000만개 늘고, 인프라 및 에너지 투자로 늘어나는 일자리도 각각 8000만 개ㆍ2000만 개다. 현재 돈을 받지 않는 무급 업무로 분류되는 육아ㆍ요리ㆍ청소 등의 가사도 상품화되면서 5000만~90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 정부 지원정책이 뒷받침된다면 총 5억5500만~8억900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창출된다는 것이 맥킨지의 전망이다.

자크 부긴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 이사는 “기계가 인간의 성과를 따라잡을 수 없는 전문직, 인력 관리, 사회적 상호작용 관련 일자리는 자동화의 영향이 덜하다”며 “의료 및 기타 돌봄 서비스 제공자, 비즈니스 전문가, 관리자 및 기술 전문가의 일자리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원사, 배관공 아동 돌보미와 같은 직업 역시 영향을 덜 받는데, 이는 기술적으로 자동화하기가 어렵고, 상대적 저임금으로 자동화의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단순 반복적인 작업을 하는 직업군은 일자리가 줄지만, 경험을 필요로 하고, 소통하며, 감정적 대응을 해야하는 직업군은 기계가 대체하기 힘든 것으로 분석됐다. [자료 맥킨지]
이처럼 기존 일자리가 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는 것은 결과적으로 2030년까지 7500만~3억7500만 명(세계 근로자의 3~14%)이 직업을 바꾸고 새로운 기술을 익혀야 한다는 얘기다. 소득 양극화의 심화라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자동화에 따라 현재 고소득 직업으로 분류되는 일자리는 유지되는 반면, 중간 소득 직업은 많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자동화에 의해 없어지는 일자리에 비해 새롭게 창출되는 일자리에는 일반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이 요구된다”며 “일자리에서 필요한 활동 및 기술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맥킨지는 정책입안자들에게 제안도 했다. 자동화의 속도를 낮추고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근본적으로 일자리 수요를 만들 수 있도록 경제성장을 유지해야 하며, 직업 및 업무 교육을 통해 근로자가 성공적으로 진로를 바꿀 수 있게 도와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맞춰 노동 유연성을 더욱 확보해야 하는 동시에, 실업 보험 같은 사회안전망도 확충해야 한다.

제임스 마니카 MGI 소장은 “정책당국과 비즈니스 리더들은 자동화에 수반되는 노동력의 변화가 순조롭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근로자들이 새로운 직업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하도록 지속적인 투자, 새로운 교육 모델, 소득 이전 지원,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간의 협업 등 ‘마셜플랜’ 급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