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팔꺾였다"주장, 시민 8년4개월만에 '무죄'

이삭 기자 2017. 11. 28.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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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찰관을 폭행했다는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던 50대가 사건발생 8년4개월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청주지법 형사항소22부(정선오 부장판사)는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박모씨(54)의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박씨의 재심 재판은 지난 27일 오전 10시부터 이날 오전 5시까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7명의 배심원은 만장일치로 박씨에 대해 무죄 평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피고인이 경찰관의 손을 비틀어 공무 집행을 방해했다는 점이 명백히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배심원 평결 결과를 존중한다”며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씨는 2009년 6월 오후 11시3분쯤 아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충주시 연수동 도로를 지나다 경찰관의 음주운전 단속을 받았다. 당시 박씨는 술을 마셨지만 아내는 마시지 않은 상태였다. 단속 과정에서 박씨는 박모 경장과 말다툼을 벌였다. 순간 박 경장이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동료 경찰관이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에는 박 경장의 팔이 뒤로 꺾이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박 경장은 박씨가 자신의 팔을 꺾었다고 주장했고, 박씨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박씨는 “박 경장이 스스로 팔을 꺾인 척했다”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항소와 상고심에서도 박씨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박씨의 아내는 “남편은 경찰관의 팔을 꺾지 않았다”고 증언했다가 위증혐의로 기소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이어 박씨도 위증 혐의로 다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번 사건은 박씨의 위증혐의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전환점을 맞았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증거자료로 제출된 영상 화질을 개선해 분석한 결과 박씨의 자세에선 박 경장의 팔을 꺾어 박 경장의 상체를 90도 이상 숙이게 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기각됐고, 박씨는 무죄가 확정됐다.

박씨는 이 영상을 근거로 공무집행 방해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다. 지난 4월 법원은 “증거로 제출된 동영상을 보면 박씨의 자세에선 박 경장의 팔을 꺾어 박 경장의 상체를 90도 이상 숙이게 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사건발생 8년만에 재심을 개시했다.

박씨 부부는 부인 최씨의 위증 사건에 대해서도 재심을 신청한 상태다.

박씨 부부의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박씨가 무죄를 주장했던 7번의 재판동안 법원은 경찰의 공권력을 신뢰하고 의심하지 않았다”며 “이번 재판은 경찰의 공권력도 한번쯤은 의심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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