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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와 바그너의 애증…상반된 매력 선뵐 것"

김연주 기자
입력 : 
2017-11-28 17:06:06
수정 : 
2017-11-29 1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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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세계적 베이스 스타, 르네 파페 첫 내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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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세상은 네 것."  오페라계의 명 지휘자 게오르그 솔티는 무대를 끝맞친 르네 파페에게 짧지만 힘 있는 찬사를 던졌다. 르네 파페(53)는 "번스타인을 만난적도 카라얀과 일할 기회도 없었지만 대신 내게는 솔티가 있었다"며 "솔티를 '할아버지'라고 부르는데 그는 스승을 넘어선 존재다. 나를 알아봐줬다"고 회상했다.

 게오르그 솔티가 1991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통해 발굴한 당시 무명의 성악가였던 르네 파페는 다이아몬드 원석이었다. 알토나 베이스등 낮은 음역대를 주인공으로 하는 오페라가 적다 보니 대부분 테너 아니면 소프라노가 스타가 된다. 하지만 1964년 드레스덴 태생의 베이스 르네 파페는 예외였다. 베이스로 성악계의 슈퍼스타가 됐다. 파페의 화려한 스케쥴이 증명한다. 그의 수첩은 메이저 오페라하우스 가운데서도 최고봉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뮌헨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빈 슈타츠오퍼 공연으로 빼곡하다. 또 지난 여름 파페는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의 '궁정가수'로 임명됐다. 그런 파페가 오는 12월 10일 예술에전당에서 첫 내한공연을 가진다.

 배구 선수급의 장신에 두툼한 가슴팍 짙은 눈썹에 장난스러운 미소. 파페는 카리스마넘치는 외모의 소유자지만 진정한 매력은 오케스트라를 뚫고 나오는 대포알 같은 성량과 낮은 음역대에서도 섬세하게 울리는 음색이다. 게오르그 솔티는 중후하면서 속이 꽉 차 있는 단단한 파페의 음색을 '블랙 다이아몬드'에 비유했다. 파페는 지금까지도 자신을 따라다니는 별명을 만족스러워했다. "'블랙다이아몬드'란 그 별명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죠. 그 말에 걸맞은 성악가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제련해 왔습니다."

 한국 공연에서는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 '맥베스' 등의 베이스 주요 아리아를 1부 무대에서 선보이며, 바그너의 오페라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로엔그린','발퀴레'의 아리아로 2부 무대를 채운다. 파페는 이번 프로그램에 대해 "대표 레퍼토리를 선보이게 돼 기쁘다"며 "베이스로서의 정체성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곡일 뿐만 아니라 실제 베르디와 바그너는 역사 속 라이벌이었는데 애증으로 얽힌 두 작곡가의 상반된 매력을 흥미롭게 선 뵐 것"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바그너 음악에 눈길이 간다. 음악평론가들은 파페를 '벨칸토 바그너 가수'라 종종 부르곤 한다. 웅장한 음악과 영웅적인 이야기를 그리는 바그너의 오페라와 벨칸토(노래의 아름다움을 중시하는 기교적 창법)의 조합은 일견 불협화음처럼 들린다. "제가 바그너의 모든 음악을 벨칸토 기법으로 부르는 건 아닙니다. 다만 확실한건 바그너를 부를 때 지르지 않습니다. 불필요하기 때문이죠. 사람들은 종종 바그너의 전체의도를 추측하다 정작 음악을 놓치고 맙니다. 저는 가사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기법으로 부를 뿐입니다."

 베이스에게는 왕이나, 늙은 아버지 아니면 악마와 같은 조연이 주어진다. 주인공으로 설 작품이 많지 않아 아쉬움은 없냐는 질문에 "없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저는 제가 잘할 수 있는 걸 할 때 기쁨을 느낍니다. 저는 저의 음악에 만족합니다." 실제 드레스덴 성 십자가 소년합창단 시절 그는 테너였다.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베이스 음색을 가지게 됐습니다. 사실 수업을 통해 바꿀 수도 있었겠지만 선생님들이 참아내라고 하더군요. 베이스 목소리는 발전이 보이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어려서부터 인내를 배웠지요."

 성악가로서 가장 보람찬 순간으로는 '초연'을 꼽았다. "첫 만남은 언제나 떨립니다. 기분 좋은 떨림이죠." 첫 내한에 대해서도 부푼 기대를 전했다. "조수미와 연광철은 제 오랜 동료이자 친구입니다. 이제라도 한국에 갈 기회가 생겨 기쁩니다." 독일인이 그는 한국 역사에 대해서도 흥미를 보였다. "일본과의 관계, 6.25 전쟁 등 한국 역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2002년 월드컵은 무척이나 즐겁게 봤습니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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