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우 "조윤선에 블랙·화이트리스트 업무 인수인계" 폭로..1심때 '거짓증언' 인정
[경향신문]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한 민정수석과 미래전략수석이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51)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혐의의 1심 재판 출석을 앞두고 있던 박준우 전 정무수석(64)에게 “조 전 수석에 대해 불리한 방향으로 증언하는 게 맞겠냐”고 말한 정황이 28일 드러났다. 이러한 말을 들은 박 전 수석은 증인으로 출석해 앞서 특검에서 한 진술을 뒤짚으면서까지 조 전 수석에게 유리한 증언을 했다.
이날 박 전 수석은 조 전 수석의 항소심 공판에 다시 증인으로 나와 1심에서 한 증언 내용을 모두 번복했다. 1심이 조 전 수석의 블랙리스트 작성·관여 혐의를 무죄로 본 근거 중 일부가 뒤집힌 것이다.
박 전 수석은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조영철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과 조 전 수석 등의 블랙리스트 사건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나왔다. 이날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 전 수석이 지난 5월 1심 공판에 나와 특검때 조사 받으며 진술한 내용을 번복한 경위를 추궁했다.
박 전 수석은 올해 초 특검 조사 당시 “후임이었던 조 전 수석에게 ‘민간단체보조금TF’ 업무를 인수인계해줬다”고 진술했다. 보조금TF는 박근혜 청와대가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등을 초기에 논의한 조직이었다. 박 전 수석은 지난 5월 1심 공판에서 “특검에서 그렇게 진술한 것은 사실이지만 추정에 불과했다. 보조금TF에 대해 설명해줬는지 기억이 확실치 않다”며 “조 전 수석이 ‘인수인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면 (제가) 인수인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7월 1심 재판부는 이 같은 박 전 수석의 증언 등을 근거로 조 전 수석이 정무수석실의 문화예술계 지원배제작업을 인식하지 못했다며 조 전 수석의 블랙리스트 혐의를 무죄로 봤다.
■조윤선에 불리한 진술 지적한 전직 청와대 수석들
특검은 이날 항소심 공판에서 박 전 수석이 지난달 25일 검찰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당시 작성된 조서를 공개했다. 특검에 따르면, 박 전 수석은 조 전 수석의 1심 재판 증인출석을 한달여 앞둔 지난 4월 홍경식 전 민정수석(66)과 윤창번 전 미래전략수석(63)을 만났다. 이들은 박 전 수석과 함께 청와대에서 근무했으며, 만남 당시 홍 전 수석과 윤 전 수석은 각각 대형로펌의 대표변호사와 고문으로 재직 중이었다.
홍 전 수석과 윤 전 수석은 박 전 수석의 특검 진술 내용이 보도된 것을 언급했다고 한다. 윤 전 수석은 ‘조 전 수석에게 보조금TF 얘기를 하니 표정이 어두워졌다’는 박 전 수석 진술이 언급된 기사를 거론하며 “박 전 수석에게 불리한 내용이던데, (향후 재판에서) 불이익한 방향으로 증언하는 게 맞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특검이 “증인에 대해 좋지 않게 얘기한 게 맞냐”고 묻자 박 전 수석은 “그렇게 느꼈다”고 증언했다.
박 전 수석은 윤 전 수석의 말을 듣고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손가락질 하는 것 같아 마음의 부담을 느꼈다고 했다. 이에 박 전 수석은 홍 전 수석과 윤 전 수석에게 “법정에 나가 조 전 수석에 유리한 방향으로 증언해 정리하면 어떤가”라는 취지로 물었다. 특검이 “그러자 홍 전 수석이 증인에게 ‘그럴거면 법정에 차라리 나가지 말라’고 말했냐”고 추궁했고, 박 전 수석은 “그렇다”고 했다. 그러나 박 전 수석은 조 전 수석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법정에 나와 유리한 증언을 해주겠다고 결심했다.
박 전 수석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이 같이 생각한 게) 어리석었다. 위증문제는 생각해보지 않아 재판에서 거짓말을 했다”며 “조 전 수석 측이 신문 과정에서 거짓말을 유도해 따라가다보니 거짓말이 더 커졌다”고 진술한 내용이 이날 법정에서 공개됐다. 박 전 수석은 이 같은 진술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박 전 수석은 1심에서 달리 진술한 경위를 묻는 특검의 질문에 “제가 모신 김 전 실장과 후임자인 조 전 수석의 면전에서 인간적인 도리로 그런 부분을 명확히 하는 데 굉장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답했다.
■박준우 “보조금TF 인수인계했다”...조윤선 ‘블랙리스트’ 무죄 바뀔까
박 전 수석은 이날 항소심 공판에 나와 1심 때 조 전 수석에게 유리하게 증언한 내용을 모두 번복했다. 박 전 수석은 후임자인 조 전 수석에게 보조금TF 업무와 더불어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한 보수단체 지원업무를 모두 인수인계했다고 털어놨다.
특검이 공개한 박 전 수석의 지난 9월 검찰조서를 보면, 박 전 수석은 2014년 6월13일 조 전 수석을 만나 “보조금TF 업무와 전경련을 통한 보수단체 지원도 정무수석실이 담당해야 한다”며 “좌파단체 배제와 보수단체 지원은 대통령과 비서실장이 관심을 갖는 일이니 챙겨야 한다. 자세한 내용은 신동철 정무비서관이 알고 있으니 상의하라”고 사실상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 업무를 인수인계했다. 박 전 수석은 ‘이 같이 진술한 게 맞냐’는 특검의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지난 7월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황병헌 부장판사)가 조 전 수석의 ‘블랙리스트’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근거 일부가 뒤집힌 것이다. 조 전 수석 측은 박 전 수석의 증언이 몇달 사이에 번복된 것을 두고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박 전 수석이 이날 재판에서 사실상 ‘폭로’를 한 것은 ‘화이트리스트’ 혐의 관련한 피의자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조 전 수석도 같은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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