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기부를 하고 싶어도 꺼림칙한 느낌"..식어버린 온정

김민순 2017. 11. 2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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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자신과 딸의 희소병 치료비 명목으로 시민들로부터 모금한 12억 가량의 기부금으로 외제차를 사는 등 호화생활로 탕진해버린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기부 문화가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 입법조사관보는 "기부단체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기부금 모집액이나 사용처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는 단체를 확대할 필요가 있고, 기부자들이 자신들이 낸 기부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 지 등 관련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통합정보시스템 구축도 고려해 볼만 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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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으로 호화생활, '어금니 아빠' 사건으로 맹점 드러난 기부제도

최근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자신과 딸의 희소병 치료비 명목으로 시민들로부터 모금한 12억 가량의 기부금으로 외제차를 사는 등 호화생활로 탕진해버린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기부 문화가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식어버린 기부 열기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기부 제도의 운영·관리 실태를 원점부터 되짚어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이영학은 지난 2005년부터 올해까지 서울시에 사전 등록을 하지 않고 12억여원의 후원금을 모집했다. 현행법상 1000만원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할 경우 관할 지역인 서울시장에게 사전 등록을 해야 하지만 이를 어긴 것이다. 이영학은 이렇게 모은 돈으로 20대의 차량을 구입하고, 튜닝한 뒤 재판매하는 등 사적인 용도로 흥청망청 사용했다. 

딸의 친구인 여중생을 성추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일명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지난 17일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자료사진
이처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후원금·기부금을 불법 유용한 사례는 이영학뿐 아니다. 지난 8월에 는 결손아동을 돕기 위한 기부금을 경영진이 빼돌려 사적으로 쓴 ‘새희망씨앗’ 재단 사건이 불거졌다.
가로챈 기부금으로 태국에서 요트 선상 파티를 즐기고 있는 모습.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제공.
전문가들은 연달아 벌어진 기부금 불법유용 사건으로 생긴 ‘기부 포비아’로 후원금이 끊기면 당장 생계가 막막한 아동이나 가구가 애꿎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모금 단체의 공익성을 검증하고, 기부금 사용 내용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국회입법조사처 정재환 입법조사관보는 “기부단체들이 설립 인·허가만 받으면 자동적으로 세제 혜택이 부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주무관청이나 기획재정부의 기부단체 지정과정에서도 요건이나 작성 서류가 적절하게 구비돼 있는 지 점검하는 데 그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기부금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의무를 지닌 단체도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도 문제다.

한국가이드스타의 분석 자료에 의하면 2015년에 등록된 3만4743개의 공익법인 중 공시의무가 없는 종교법인을 제외한 1만6382개 가운데 52.3%(8584개)만이 공시의무를 가진다. 이마저도 소관업무가 저마다 다른 정부 부처가 각각 정보공시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은 기부하려는 단체가 어떤 법적 성격을 가졌는 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일일이 각 부처 시스템을 조회해야만 한다.

정 입법조사관보는 “기부단체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기부금 모집액이나 사용처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는 단체를 확대할 필요가 있고, 기부자들이 자신들이 낸 기부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 지 등 관련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통합정보시스템 구축도 고려해 볼만 하다”고 밝혔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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