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참사로 정신없던 2014년.. 세월호 장례비 줄줄 샜다

권선미 기자 2017. 11. 28.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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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 중간업체에 장의차량 비용 건당 66만원 지급.. 하도급 기사들이 받은 돈은 30만원]
단원고 희생자 250여명 운구에 1억5000만원 집행했지만 기사들은 매번 적자 운행
중간업체 "장례식장 수수료 지급"
장례식장은 "그런 돈 안 받아"
"당시 장례식장들 수의 등 물품 비싸게 팔며 돈벌이했다" 소문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단원고 학생·교사 250여명의 장례식이 열렸다. 장례 비용 약 51억원은 경기도교육청이 전액 부담했으며, 안산교육청이 실무 집행했다. 본지가 당시 예산 내역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집행된 예산과 장례 업체들이 받은 비용 간에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해를 싣는 '장의(葬儀) 리무진'에는 1회 운구당 평균 66만원의 예산이 들어갔지만, 실제 업체가 받은 돈은 절반도 안 되는 30만원에 불과했다. 참사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희생자들에게 들어가야 할 장례비 예산이 중간에서 샌 것이다.

◇중간 업체, 66만원 받아 30만원만 지급

참사 직후 수습된 단원고 교사·학생들의 유해는 구급차 등을 통해 진도항에서 안산으로 운구돼 장례를 치렀다. 하루에 많게는 약 20건의 장례식이 있었다. 장례가 끝난 유해는 대부분 화장장인 수원연화장에서 화장됐다.

안산 장례식장들은 수원연화장으로 유해를 옮길 운구 업체를 찾았다. 안산에서 장의 리무진과 버스를 가진 업체는 두 곳뿐이었다. 두 업체는 대표가 같은 사실상 동일한 업체였다. 장례식장들은 이 두 곳을 중간 업체로 삼아 경기·인천·서울에서 긴급하게 장의 리무진과 버스를 가진 업체를 수배해 운구를 맡겼다.

안산의 장례식장에서 수원연화장까지의 거리는 약 30㎞. 본지가 당시 적용됐던 '안산시 특수여객자동차요금표'를 입수해보니 안산에서 수원연화장까지 요금은 45만5000원이었다. 하지만 중간 업체가 안산교육청으로부터 받은 비용은 1회 운구당 평균 66만원이었다. 반면 유해를 운구한 현장 업체가 받은 돈은 30만원 안팎에 불과했다. 36만원이 사라진 것이다. 본지가 확인한 '장례비 집행 현황' 내역에서 '장의 리무진' 예산은 1억5673만400원이다. 절반 이상의 돈이 운구를 담당한 업체에 돌아가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온다. 실제 본지가 만난 하도급 업체 리무진 기사의 통장에는 당시 지급액이 30만원으로 찍혀 있었다. 이 관계자는 "건당 30만원을 받아 손해가 생겨 그만뒀다"고 말했다.

중간 업체 대표는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우리는 책정 요금대로 받았다"며 "하도급 업체에 지급한 돈은 30만원이 맞지만 나머지 약 30만원은 장례식장에 '발전기금' 명목으로 지급했다. 전국적으로 비슷하게 벌어지는 일"이라고 했다. 또 "안산교육청이 신용카드로 결제해 신용카드 수수료 명목으로 3만원가량 뗐다. 이런 수수료를 제하고 지급한다는 것을 현장 운구 업체에 설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장례를 담당했던 장례식장들은 "그런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대한장례지도사협회 관계자도 "운구 업체가 장례식장에 그런 명목으로 주는 돈은 없다"고 했다.

◇정신없는 상황에 주먹구구식

세월호 장례식 비용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경기 지역 장례 업체 사이에선 공공연히 퍼져 있었다. 안산교육청 측은 "한 번에 너무 많은 장례를 치르다 보니 일일이 집행 내역을 확인하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당시 안산교육청은 중간 업체가 제출한 간이 영수증을 보고 계좌이체와 신용카드로 장례 비용을 지급했다. 본지가 확인한 '장례비 집행 현황' 내역에는 희생자 이름과 업체명, 장의 리무진 비용만 적혀 있었다. 하지만 당시 54건의 리무진 운구 작업을 한 것으로 나타난 서울의 N업체 관계자는 "세월호 때 우리 업체에서는 투입하지 않았다"며 "누군가 우리 업체 이름을 도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안산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당시 별도의 확인 절차 없이 예산을 집행했기 때문에 다른 업체 이름을 써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중간 업체 대표는 "우리는 안산교육청에서 받은 돈을 정상적으로 집행했고, 이익을 본 것도 없다"고 했다. 본지가 확인한 건 '장의 리무진' 비용과 관련된 내용이다. 경기도의 한 장례 업체 관계자는 "유해 운구뿐 아니라 유족들이 타는 장의 버스 등의 비용도 업체에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장례 업계 관계자는 "그 당시 장례식장들은 지나치게 많은 음료·술 등을 제공하고 수의 등을 원래 가격보다 훨씬 높여 부르면서 상당한 돈을 벌어들였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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