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뱅 돌풍' 꺾은 '카뱅 태풍'

최규민 기자 2017. 11. 2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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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 성장의 원동력과 한계는]
- 435만명 끌어들인 매력
인지도 높고, 서비스 단순·편리.. 후한 금리·싼 수수료로 적극 어필
- 케이뱅크 앞지른 저력은
확실한 대주주 있어 증자 수월.. 케뱅은 銀産분리 규제에 묶여
- 절반의 성공에 그칠 수도
현재 금리로는 오래가기 힘들어.. 서비스·보안 문제도 해결 과제

59만명 대 435만명. 올해 순차적으로 출범한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가입자 숫자다. 지난 4월 출범한 케이뱅크가 '돌풍'이었다면 7월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태풍'을 일으키며 금융계에 혁신의 바람을 몰고 왔다. 후발 주자인 카카오뱅크가 '맏형'인 케이뱅크를 따라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카톡'과 '가격'으로 435만명 끌어들인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는 가졌지만 케이뱅크는 갖지 못한 가장 큰 차이점은 '인지도'다. 가입자 4200만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 메신저 서비스인 카카오톡에 친숙한 소비자들이 새로 출범한 은행에 생소함이나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 카카오톡을 통한 마케팅과 프로모션도 활발했다. 특히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활용한 체크카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시중은행들 사이에 캐릭터 마케팅 경쟁을 촉발했다.

카카오톡이라는 대규모 플랫폼에 '뱅크월렛카카오'와 '카카오페이' 등 지급 결제 서비스를 운영한 경험을 은행 서비스에 결합한 것도 성공 요인이다. 공인인증서나 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 없이도 가능한 계좌 개설, 카카오뱅크 이용자끼리 계좌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돈을 주고받을 수 있게 만든 송금 서비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조건에 따라 복잡한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시중은행이나 케이뱅크와 달리 카카오뱅크는 예·적금 상품도 단순화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UI(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정기적금 이자가 불어나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만든 '지금까지 쌓인 이자' 서비스 등은 기존 은행의 틀을 벗어나 직관성을 극대화한 사례다.

시중은행보다 크게 유리한 예금·대출 금리와 싼 수수료라는 공격적인 마케팅도 카카오뱅크 돌풍에 일조했다. 시중은행이 1% 중반대 정기 예금금리를 줄 때 카카오뱅크는 2%짜리 정기예금을 내놨고, 직장인 신용대출은 시중은행보다 0.5%포인트 이상 저렴한 2.5%대로 선보였다. 또 송금 수수료를 확 낮춘 해외송금, 연말까지 전국 은행과 CU편의점 ATM(자동입출금기)에서 입출금 수수료 면제 등 파격적인 혜택으로 금융계를 흔들었다.

반면 카카오톡 같은 우군 없이 시작한 케이뱅크는 '저렴한 대출이자' 외엔 영업용 무기가 많지 않았다. 특히 초기 돌풍을 일으키던 지난 6월, 자본금에 비해 대출 신청이 너무 많이 몰리는 바람에 직장인 신용대출을 중단한 것이 성장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 바람에 후발 주자인 카카오뱅크에 대해 갖고 있던 선점 효과마저 사라지고 말았다.

이는 주주 구성의 차이가 큰 원인이다. 카카오뱅크는 증자가 필요하던 지난 9월, 자본금을 30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쉽게 늘렸는데, 지분 58%를 보유한 확실한 대주주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케이뱅크는 확실한 대주주가 없는 데다 KT가 은산분리 규제를 받아 덩치를 키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케이뱅크는 출범 초기 돌풍으로 자본금이 부족해지자 지난 9월 1000억원 규모로 1차 증자에 나섰으나 주주사 중 3분의 1이 불참했고, 연말로 계획했던 2차 증자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중은행 닮아가는 카카오뱅크… 아직은 '절반의 성공'

카카오뱅크가 단기적으로 급성장했지만, '절반의 성공'이라는 지적도 있다.

우선 카카오뱅크의 사업 모델이 지속 가능한지가 의문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 임원은 "카카오뱅크 같은 예금·대출 이자로는 오래 버티기 힘들다"고 말했다. ATM 이용 수수료 면제 같은 차별적인 혜택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대출 금리도 슬금슬금 올라 저렴한 가격 경쟁력도 희석되고 있다. 출범 초기인 8월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 금리는 3.92%(3~4등급 기준)로 다른 시중은행보다 1~2%포인트 저렴했으나, 11월에는 4.06%로 다른 시중은행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아졌다.

급격히 늘어난 고객을 제대로 서비스하지 못하고, 보안에 취약하다는 점도 해결 과제다. "대출 심사에 며칠씩 걸리고, 고객센터 전화 연결도 쉽지 않다"는 고객 불만이 적지 않다. 최근에는 카카오뱅크 계좌에서 98차례나 무단으로 돈이 인출되는 사고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뱅크가 내년 초 전·월세 대출 등 부동산 대출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대출 심사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싼 수수료와 낮은 이자 등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이어가지 못한다면 '반짝 돌풍'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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