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태백산 '불법 움막 철거' 동행해보니..

손광균 2017. 11. 2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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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7일) 밀착카메라는 태백산에 다녀왔습니다. 마니산과 더불어서 예로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장소가 되기도 했지요. 그런데 최근까지도 제사를 올리거나 아예 살림살이를 차린 움막들이 곳곳에 숨어있습니다. 모두 국립공원 안에서 불법인 시설물입니다. 대대적인 철거가 시작됐습니다.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삽과 망치를 들고 대형 마대까지 동여맨 대원들이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해발 1500m가 넘는 태백산에 밤사이 20cm가량의 눈이 내리면서 앞을 보고 걸어가기도 평소보다 쉽지 않습니다.

두 시간 넘게 움직여 도착한 곳은 문수봉 근처의 한 움막입니다.

지난해부터 태백산 관리를 맡은 국립공원 사무소나 해당 지자체에 신고되지 않은 불법 시설물입니다.

철거 대집행이 시작됩니다.

[도기호/국립공원관리공단 자원보전과장 : 2017년 11월 6일 자 2차 행정대집행 계고를 통해 자진 철거하도록 계고하였으나, 기한 내에 이행하지 아니하였으므로…]

낡은 가스버너를 포함한 각종 폐기물을 담아 다른 장소로 이동합니다.

돌을 쌓아 만든 받침대 위에 나무로 움막을 올렸는데, 스무명에 가까운 대원들이 붙어봐도 철거는 1시간 넘게 걸립니다.

크고 견고한 움막들은 철거도 어렵습니다.

태백산 중턱에 있는 또 다른 움막입니다. 바깥에는 이렇게 불법시설물이기 때문에 철거한다는 안내가 나와 있는데요.

원래는 기간 안에 자진 철거를 하라고 명령했지만, 집주인도 파악되지 않고 움막 주인들이 버리고 갔기 때문에 이렇게 강제 철거를 하기 위해서 바깥에 붙여놨습니다.

겉에는 문짝도 있는데요. 주변에서 보이는 나무를 잘라서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바깥쪽에는 손잡이와 자물쇠까지 달아놨고요. 안으로 한 번 들어가 볼까요. 바깥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넓은 공간이 나오는데요. 끝에는 나무를 잘라서 만든 받침대로 사용한 공간이 보이고요. 이쪽에는 거울도 걸려있습니다.

그리고 벽에는 간이로나마 창문도 만들어놨는데요. 바닥을 보면 주로 식기류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릇 같은 식기류부터 프라이팬도 있고요.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부탄가스 캔들이 굴러다니고 있기 때문에 안전상으로도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는 겁니다.

현장 점검에 나섰던 대원들은 대부분의 움막에서 불을 피운 흔적이 발견됐다고 말합니다.

[이용우/태백산국립공원사무소 주임 :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불을 피운 겁니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정도는 봤습니다.]

아예 난방 시설과 방 여러 개를 따로 갖춘 곳도 있습니다.

부엌에는 깨끗한 물이 나오고, 제사를 위해 마련된 공간도 있습니다.

[이승익/태백산국립공원사무소 대원 : 대부분이 이렇게 기도 터나 제단은 다 갖춰져 있습니다.]

움막 주변에는 이렇게 화장실까지 만들어놨습니다.

안으로 들어가 보면 가장 안쪽에 쓰고 난 쓰레기를 버리는 봉투가 하나 있고요. 그 옆으로는 휴지걸이까지 만들어놨습니다.

이 아래쪽에는 손을 씻거나 뒤처리를 하라고 물이 흐르고 있는데요. 이 물이 흐르게 만든 플라스틱 배관 파이프조차 모두 불법으로 설치된 것들입니다.

태백산 국립공원사무소가 지난해부터 파악한 이런 불법 시설물은 44개에 달합니다.

[도기호/국립공원관리공단 자원보전과장 : 불을 지피다 보니까 산불의 위험이 상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나 용변을 주위에 무분별하게 방류하기 때문에 환경오염도…]

이달 말까지 집중 철거에 나서는 공원사무소는 움막 주인이 파악될 경우 현행법에 따라 철거와 운반, 보관 비용 징수에 나설 계획입니다.

작은 움막 하나만 철거해도 이렇게 200kg이 넘는 폐기물이 나옵니다. 전체 철거는 내년 상반기에나 마무리될 예정인데요. 결국 일부의 이기심 때문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자연만 수십 년째 상처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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