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미래세대에 떠넘긴 연금 빚 1,856兆

임웅재 선임기자 2017. 11. 27. 17: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임웅재 보건의료선임기자
곪을 대로 곪은 4대 공적연금
연금 정책만으로 해결은 무리
고용노동 정책·연금제 개선하고
미적립금·공적연금 격차 줄여야

[서울경제] 공무원·군인연금 수급자와 가입자가 받을 총 연금(충당부채)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753조원에 이른다. 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수치다. 문제는 67%나 되는 507조원을 보험료가 아닌 국민의 혈세로 지급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민에게 떠넘긴 빚인 미적립금(지급부족분)이 엄청나다.

정부가 한 번도 발표한 적이 없는 국민연금과 사립학교교직원연금의 충당부채와 미적립금은 얼마나 될까. 한국연금학회와 한국정부회계학회가 공동 개최한 ‘공적연금의 장기재정평가’ 세미나에서 이를 발표한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에 따르면 두 연금의 충당부채는 1,750조원, 173조원쯤 된다. 여기에서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의 적립기금을 뺀 1,193조원, 156조원이 미래 세대에 떠넘긴 미적립금, 즉 빚이다. 공무원·군인연금 추계 방식을 적용해 계산한 결과다. 세계 빅3에 든다고 자랑하는 국민연금의 빚이 적립기금 558조원의 2.14배나 된다.

국민·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 4대 공적연금의 미적립금은 1,856조원.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 때문에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 자녀·손주 세대와 국민에게 떠넘긴 빚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1,637조원보다 219조원이 많다. 수급자와 가입자 1인당 받을 총 연금은 군인연금 5억5,200만원, 사학연금 4억6,100만원, 공무원연금 3억8,600만원으로 국민연금(6,700만원)의 8.3~5.8배나 된다. 기본 구조가 같은 공무원·군인·사학연금 수급자와 가입자는 221만명. 4대 공적연금 전체 2,840만명의 8%에 불과하지만 받을 총 연금(926조원)의 비중은 35%로 4.4배나 된다. 연금판 부의 집중이 그만큼 심하다.

곪을 대로 곪은 4대 공적연금을 치료하려면 정부가 같은 잣대로 미적립금 규모를 추계해 발표하고 줄일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국민·사학연금은 정부의 지급보장 책임이 법에 명시돼 있지 않다는 핑계만 댈 게 아니다. 캐나다·일본 등은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유용하다며 충당부채 등을 함께 계산해 발표하고 있다.

역대 정부와 정치권, 적잖은 전문가들은 보험료율 인상, 연금급여 삭감이라는 인기 없는 정책을 꺼려왔다. 자신들이 국민연금보다 훨씬 후한 공무원·사학연금 가입자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첫 연금액이 가입기간 월평균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 인상 등을 통해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국민연금에 40년간 가입한 평균 소득자의 소득대체율은 오는 2028년 40%로 낮아지게 돼 있는데 내년에 45%에서 멈추거나 2028년까지 50%로 높이는 방안이다. 이미 더불어민주당 권미혁·정춘숙 의원이 관련 법안을 제출했다. 현행 제도에서 가입기간 월평균 소득 200만원인 근로자가 내년부터 20년, 30년간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면 65세에 월 43만원, 64만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소득대체율이 50%로 올라가면 51만원, 77만원으로 20% 늘어난다. 기금 지출액도 2060년까지 현행(6,661조원)보다 각각 540조원, 1,558조원 증가해 기금 소진 시기가 정부에서 예상했던 2060년보다 2~3년 앞당겨질 것이라는 게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이다.

국민연금이 ‘용돈연금’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은 가입기간이 짧고 소득의 일부에만 보험료를 부과하는데다 연금 재분배 요소가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입기간과 경제활동 기간을 늘려주는 고용노동 정책과 연금 제도 개선으로 풀어가는 게 합리적이다. 연금 정책만으로 해결하려 하면 미래 세대의 부담만 커진다.

현행 공적연금 제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정부 여당은 국민과 미래 세대에 떠넘겨진 미적립금과 공적연금 간 보험료·연금액 격차를 줄이는 방안을 공론에 붙여야 한다.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과 퇴직연금 활용, 공적연금 보험료율·지급률을 중장기적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이 그 예다. 우리로 치면 공무원·사학연금과 국민연금을 일원화한 일본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jaelim@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