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란의 어쩌다 투자] [단독] 비트코인골드 잭 리아오 대표.."탈중앙화를 믿어라"

고란 2017. 11. 2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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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빗썸 상장 후 한 시간에 400%↑
"비트코인은 소수 채굴업자가 독점
GPU 채굴 BTG가 사토시 정신 복원
BCH는 사기..우지한 곤경 처할 수도"

26일 비트코인 가격이 1000만원을 돌파했다. 이날 글로벌 시세 역시 9000달러를 넘어섰다. 연초만 해도 허황된 숫자로 보이던 1000만원은 이미 달성했고, 1만 달러 고지도 눈앞이다. 암호화폐(일명 가상화폐) 정보업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27일 오전 11시 현재 비트코인은 9665달러에서 거래 중이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서는 1084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그런데 1000만원 돌파에 앞선 이틀 전인 24일, 시장을 달궜던 뉴스는 비트코인골드(BTG)의 빗썸 상장이다. 국내 거래소에서는 코인네스트ㆍ업비트 등에서만 거래되던 비트코인골드가회원 수와 거래량의 가장 많은 빗썸에 상장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이날 오후 1시 즈음 상장해 28만270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내 가격은 폭등했다. 글로벌 1위 거래소에 상장된다니 다들 급등 기대감을 품었다. 여기에 가격 폭등세를 보고 불나방처럼 투자자들이 또 뛰어들었다. 한 시간쯤 지나 151만원까지 치솟았다. 434% 폭등이다. 투자가 몰리면서 이날 빗썸 모바일 접속이 차질을 빚는 일이 벌어졌다.

같은 시각, 다른 거래소에서는 50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비트코인골드가 거래됐다. 거래소 간 가격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내려는 투자자들이 몰렸다. 가격이 싼 코인네스트ㆍ업비트 등에서 비트코인골드를 사서 빗썸에 보내 팔면 아무런 위험 없이 50만원이 넘는 차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전송이 지연되면서 차익을 크게 올린 이들은 많지 않다). 이용자 폭주로 이날 업비트 역시 서버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며 거래에 차질을 빚었다.

이상 가격은 이내 제자리를 찾았다. 이날 오후 5시경에는 50만원선까지 밀리더니 이후엔 40~50만원에서 가격이 안착했다. 현재 빗썸에서비트코인골드는 41만5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비트코인골드가 뭐길래 이런 소동이 빚어진 걸까. 24일 코인네스트가 주체한 캠업(camup) 행사에 초청돼 방한한 잭 리아오 비트코인골드 대표를 만났다. 코인네스트는 세계 최대 채굴업체인 비트메인이 500억 가치를 인정하고 투자한 곳이다. 이 회사 김익환 대표는 우지한 비트메인 대표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등 중국 쪽 업계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뷰는 행사가 열렸던 서울 강남 청담CGV에서 이뤄졌다. 리아오 대표는 인터뷰 내내 “탈중앙화(decentralized)”를 강조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네스트가 24일 서울 강남 청담CGV에서 주최한 캠업(camup) 행사에서, 잭 리아오 비트코인골드 대표가 비트코인골드의 미래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 코인네스트]

Q : 비트코인골드의 정신은 ‘비트코인을 다시 탈중앙화 시켜라(Make Bitcoin Decentralized Again)’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다시 설명해달라. A : “비트코인의 가치는 탈중앙화에서 온다. 현재 중국 내 ASCI채굴기로 채굴하는 비중이 전체의 90%에 달한다. 특히 60%가 앤트풀ㆍBTC닷컴ㆍBTC닷톱ㆍ비아BTC 등 비트메인과 관련된 마이닝풀(채굴업자 연합)에서 나온다. 이건 사토시(비트코인 창시자 나카모토 사토시) 정신에 위배된다. 탈중앙화된 채굴은 비트코인을 다시 원래 모습으로 되돌려 줄 것이다.”

(※비트코인 초기에는 개인 컴퓨터만으로도 채굴이 가능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연산식)가 어려워지면서 전문 채굴업자들이 등장했다. 단순히 컴퓨터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채굴만을 위한 컴퓨터인 전용 채굴기(ASIC)를 돌려야 채산성을 맞출 수 있는 수준이 됐다. 개인 컴퓨터를 이용할 경우 현재는 채굴을 통해 얻는 비트코인보다 전기료가 더 나오는 일이 벌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탈중앙화를 모토로 내건 비트코인이지만 채굴하는 방식은 철저히 중앙화된 상태다. 지난 8월 채굴업자 주도로 비트코인에서 비트코인캐시(BCH)가하드포크된 것도 채굴업자 세력이 너무 커진 탓이다.)

Q : 일종의 ‘채굴의 민주화’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비트코인캐시처럼우지한 등 거대 채굴세력의 뒷받침이 없고서는 안착이 어려울 것 같다. 소규모 채굴업자만으로 비트코인골드 네트워크가 유지될 수 있을까. A : “유지될 수 있다. 지금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비트코인골드를 그래픽카드(GPU)로 채굴하는 이들은 전세계에 흩어져 있다. 한국에도 꽤 있는 것으로 안다. 전세계에 걸쳐 대략 5만~10만 채굴업자가 있는 것으로 본다. 우리는 채굴의 민주화를 이뤄냈다.”
비트코인이나 비트코인캐시와는 다른 비트코인골드. 출처: bitcoingold.org
(※비트코인골드는비트메인 등 채굴업체가 주도하는 ASIC 채굴기로는 채굴할 수 없는 암호화폐다.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 가능한 GPU로 채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비트코인골드는 채굴업자들의 희망”이라고까지 말한다. 국내에서는 주로 GPU로 시가총액 2위 암호화폐인 이더리움을 채굴하고 있다.)

Q : 비트코인골드를 채굴하는 게 채굴업자들에게 이익일까. 비트코인골드가 다른 암호화폐에 비해 채산성이 있을까. A : “채굴은 가격을 따라간다. 가격이 채굴을 따라가는 게 아니다. 비트코인골드는 GPU로 채굴이 가능하다. GPU로는 다른 코인(암호화폐)도 채굴할 수 있다. 비트코인골드 가격이 오르면 당연히 채굴업자는 GPU로 비트코인골드를 채굴할 거다. 물론 가격이 내려가면 다른 채산성 높은 코인을 쫓겠지만. 하지만 비트코인캐시채굴기로는비트코인캐시만 채굴할 수 있다. 비트코인캐시 가격이 내려가면 손실이다. 여기 비트코인골드 채굴과 관련된 좋은 비디오(Bitcoin Gold Mining Profitability! vs Zcash vs Ethereum (BTG vs ETH vs ZEC)가 있다.”

Q : 비트코인골드 출범 때 개발자들이 전체 발행량의 3~5%를 사전 채굴해 자신들의 배를 불렸다는 비난 의견이 있다. A : “왜 개발팀이 무료로 일하길 바라느냐. 사전 채굴은 개발팀에게 일할 동기를 부여하는 거다. 괜찮은 개발자는 시간당 250달러를 지불해야 할 만큼 인건비가 비싸다. 현재 개발팀이 10명 정도인데, 비트코인골드 네트워크를 잘 유지하려면 좋은 개발진은 필수다. 이들에겐 월급을 줘야 하는 거고. (시장에 물량이 한꺼번에 풀려 가격이 내려갈까 우려하는데) 사전 채굴 물량을 한꺼번에 팔 수도 없다. 모든 코인에 타임락(시간별로 차차 매도가 가능한)이 걸려 있다. 또, 개발팀의 과반수 이상 찬성해야 코인을 사용할 수 있는 구조다.”

Q : 비트코인골드 탄생 때 하드포크(업그레이드 과정의 체인 분리)를 틈탄 알트코인 발행에 불과하다는 식의 비난이 많았다. 또 비트코인골드가 나오면서 ‘이러다간 비트코인실버, 비트코인다이아몬드가 나오는 거 아니냐’며 비트코인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실제로 이미 지난 24일 비트코인다이아몬드가하드포크됐고, 다음 달엔 비트코인실버가 비트코인에서 분리ㆍ탄생할 예정이다). A : “블록체인 세계에서는 어떤 누구라도 어떤 체인에서 (하드)포크를 선택할 수 있다. 누구도 그걸 막을 수는 없다. 개발팀이 해야 할 것은 포크가 성공적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관계자가 한 말이 있다. 하드포크된암호화폐는 비트코인이 변이된 것이라고. 일종의 자연생태계의 돌연변이로 봐야 한다고. 하드포크는 암호화폐 생태계의 자연스로운 현상이다. 건강한 암호화폐는 살아남을 거고, 그렇지 않은 건 사라질 거다. 그건 전적으로 시장 참여자들이 결정할 문제다.”

Q : 비트코인골드의 경쟁자는 누구인가. 같이 비트코인에서 하드포크된비트코인캐시인가? A : “유일한 경쟁자는 비트코인골드 그 자체다. 우리의 꿈은 체인을 탈중앙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비트코인골드를 가치저장, 결제, 가치측정(화폐의 3가지 기능)의 수단으로 사용하게 하는 것이다.”

Q : 비트코인캐시 가격이 최근 급등락했다. 그 과정서 우지한비트메인 대표가 의도적으로 비트코인캐시 가격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있다. A : “(※이 질문과 관련해 라이오 대표는 비트코인캐시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비트코인캐시는 사기(스캠)다. 이건 내가 아니라 기사에 나온 거다(※그는 기자에게 중국의 비트코인 뉴스 사이트인 ‘8’에 실린 글을 하나 보여줬다. ‘비트코인캐시: 솔직히 사기’라는 제목의 글인데, 비트코인캐시가 난이도 조작을 통해 채굴업자들에게 과도한 이익을 안겨주는 사기 구조의 암호화폐라는 내용이다). 그렇게 가격을 조작해서 이익을 취하다간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볼 거고, 그러면 중국 정부 당국에 비트메인과우지한 대표를 처벌해 달라고 거세게 항의할 거다. 문제가 커지면 중국 당국이 조사에 나설 거고, 우지한 대표는 큰 곤경에 처할 수 있다.”

Q : 비트코인골드를아직까지 상장하지 않는 거래소가 많다. 향후 상장 계획은 어떻게 되나. 언제쯤이면 메이저 거래소에서 볼 수 있을까. A : “더 많은 거래소가 곧 상장할 것이다.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릴 뿐이다. 오늘(24일) 빗썸 관계자 미팅을 했는데, 우리 미팅 끝나고 20분도 안돼 상장됐더라. 빗썸ㆍ비트렉스ㆍ비트파이넥스 등 이미 낳은 메이저 거래소가 비트코인골드를 상장했다. 아직 상장하지 않은 곳이 있다면 그곳은 상장 준비에 시간이 걸릴 뿐이다.”

Q : 비트코인골드의 정적 가격은 얼마라고 보나. 비트코인의 몇 % 정도가 적정 가격일까. A : “비트코인골드 팀은 절대 가격을 말하지 않는다. 우지한 대표가 비트코인캐시 가격을 말하는 건 가격 조작 행위와 다름없다(※앞서 8월 비트코인캐시 탄생 전, 우지한 대표는 코인네스트와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비트코인캐시가 비트코인보다 더 가치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오직 탈중앙화에만 신경쓴다.”

Q : 한국 투자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A : “탈중앙화를 믿어라. 비트코인골드는 큰 잠재력이 있다. 투자에는 항상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이다. 각자의 포지션을 컨트롤 하면서 기다려라. 시간이 지나면 결국 이길 것이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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