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두배 됐지만..반쪽짜리 위례신도시

김리영 인턴기자 2017. 11. 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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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지하철 8호선 복정역을 빠져나와 21번 버스를 타고 5분 정도 북쪽으로 이동하자, 대규모 아파트촌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 송파구 동남쪽에 붙은 위례신도시였다. 위례신도시는 군부대와 골프장, 그린벨트로 둘러싸여 녹지가 많고 서울 강남과 가장 가까운 신도시라는 점에서 개발 초기부터 관심이 집중됐던 곳이다. 실제로 정부는 강남 주택 수요 분산을 목적으로 위례신도시를 개발했다. 그런 만큼 부지면적도 678만㎡로 크고 주택 4만3000가구, 인구 10만8000명을 수용하는 대형 신도시로 설계됐다.

2011년 첫 아파트 분양에 들어가 2013년 말 위례22단지(비발디)와 24단지(꿈에그린)가 처음 입주했다. 올 연말이면 입주 만 4년을 맞는다.

개발 당시 이른바 ‘강남 대체 신도시’가 목표였던 위례신도시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땅집고 취재팀이 현장을 직접 돌아본 결과, 집값은 크게 올랐지만 인프라가 부족해 아직까지 반쪽짜리 신도시라고 평가된다.

서울 송파구 남동쪽 끝자락에 붙어있는 위례신도시. /김리영 인턴기자

강남 생활권인데다 녹지 공간이 풍부해 조용하고 넓은 집을 찾는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지만 행정구역이 3곳으로 쪼개지면서 입주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교통 인프라가 크게 부족하고, 행정·편의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행정구역 쪼개져 교통난 악화

당장 위례신도시의 교통난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우선 위례신도시에서 서울 강남이나 시청 등 업무지구까지 한번에 가는 대중교통 노선이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신도시 아파트 단지에서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면 잠실까지는 평균 35분, 강남까지는 평균 45분쯤 각각 걸린다. 분당신도시 정자동까지는 50분 안팎이 소요된다. 신도시의 핵심 교통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경전철 위례신사선은 아직 첫삽도 뜨지 못했다.

위례신도시에서 버스를 타고 온 주민들이 복정역에서 지하철로 갈아타고 있다. /김리영 인턴기자

신도시의 행정구역이 서울 송파구, 경기도 성남시, 경기도 하남시 등 3개 지방자치단체로 분리되는 바람에 교통난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지자체끼리 광역교통시설 협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아 주민 동선에 맞는 버스 노선을 신설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위례신도시로 들어가려면 잠실역에서 버스를 타거나 8호선 복정역에서 3012번, 362번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행정구역이 서로 다른 탓에 서울에서 출발해 신도시 내 하남시 관할지역과 성남시 관할지역을 순환하는 버스는 아예 다니지도 않는다. 하남시 관할지역에서는 서울 잠실로 바로 이어지는 버스 노선이 전혀 없다. 가락시장에서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택시도 사정이 심각하다. 사업구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승차 거부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로 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신도시 내에서도 행정구역이 다른 곳으로 가려면 택시를 이용하기 힘든 상황이다. 성남 위례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위례신도시 내에서는 작년 말부터 행정구역에 관계없이 택시가 합법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는데도 택시기사나 주민들이 잘 몰라서 민원이 아직도 많이 들어온다”고 했다.

복정역 버스정류장에서 위례신도시 창곡동 방면으로 가는 21번 버스가 들어오고 있다. /김리영 인턴기자

행정·편의시설 이용에도 불편이 많다. 특히 하남시 학암동의 경우 동주민센터만 있고, 아직 파출소와 우체국조차 없다. 하남위례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등기우편물을 보내거나 받기 위해 하남시내 우체국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져 주민 불만이 많다”며 “파출소도 현재 송파구와 성남시 파출소를 통해 초동수사까지 마무리한 뒤 다시 하남시 관내 경찰서로 인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도로 하나를 두고 하남시와 성남시로 행정구역이 나뉜다. /김리영 인턴기자

서울시와 경기도 등 5개 지자체는 지난 2일 위례신도시 주민들이 공공 시설을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협조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통근, 의료, 교육의 경우 행정구역을 초월해 지자체끼리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 합의만으로 실질적인 변화가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분양가 2배된 집값…입주 마무리에 전세 급등

각종 인프라가 크게 부족한 가운데도 위례신도시 집값은 큰 폭으로 올랐다. 최초 분양가와 비교하면 대부분 단지가 2배 이상 올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3년말 입주한 장지동 ‘위례22단지 비발디’(1139가구) 전용 59.96㎡는 지난달 7억원(20층)에 실거래 신고됐다. 최초 분양가(3억원)와 비교하면 입주 3년만에 4억원 정도 뛴 것이다.

입주 초기 미분양이 났던 성남시 ‘사랑으로부영’(1380가구) 전용 85.75㎡는 지난 9월 8억6500만원(10층)에 팔렸다. 최초 분양가보다 3억1100만원 상승했다. 하남시 학암동 ‘위례롯데캐슬(1673가구)’ 전용 84㎡는 지난달 말 8억3000만원(8층)에 거래된 것이 최고가였다. 분양가격(4억4000만원)과 비교하면 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새서울부동산 관계자는 “전세로 들어와 살다가 종잣돈을 모아 집을 사려고 했던 세입자들이 지금은 집값이 너무 올라 발을 동동 구른다”고 했다.

위례신도시 주요 아파트의 분양가격과 현재까지 최고 실거래가 비교. /김리영 인턴기자

입주 초기 낮게 형성됐던 전셋값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위례22단지 아파트 전용 59.96㎡는 지난 9월 말 전셋값이 4억5000만원(18층)으로 작년 3월과 비교하면 1년6개월새 1억5000만원 상승했다.

위례아이파크 아파트 전용 100.85㎡는 입주 초기였던 2015년 5월 5억3000만원 안팎이던 전셋값이 지난달엔 6억5000만원까지 뛰었다. 위례24단지 꿈에그린 아파트 전용 84.93㎡는 지난 9월 5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2013년 5월 입주 당시와 비교하면 2억원 이상 오른 금액이다.

수도권 신도시 11월 첫주 매매가격 변동률(단위:%). /자료: 부동산114

8·2대책 발표 이후 집값이 한동안 주춤했지만 이달 들어 다시 움직이고 있다. 부동산리서치회사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 전국 신도시 아파트 중 위례신도시 매매가 상승률은 평균 0.11%로 가장 높았다. 위례신도시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신도시 프리미엄이 아직 살아있는데다 북위례 개발과 교통망 확충이 이뤄진다면 다시 한번 가격이 뛸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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