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첫 운전기사 없는 버스.. 보행자 지나가자 스르르 멈춰

김강한 특파원 2017. 11. 27.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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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율주행 버스 타보니.. 김강한 특파원 르포]
도로 위 돌발상황 우려 적은 인구 6000명 온천마을에 배치
시속 15km로 도심 3곳 왔다갔다.. 급정거·차선이탈 등 없어

24일(현지 시각) 오후 독일 남부 뮌헨에서 동쪽으로 약 120㎞ 떨어진 소도시 바트 비른바흐(Bad Birnbach). 도심 신시장 버스 정류장에 7015번이라는 번호를 단 회색 미니버스가 정차돼 있었다. 케이블카에 바퀴를 달아놓은 것처럼 생긴 이 작은 버스엔 운전석도, 버스 기사도 없었다. 승객이 승차해 자리에 앉자 출입문이 닫히고 버스가 스스로 움직였다. 주민 아이그나 프란츠(48)씨는 "우리 마을에 처음 생긴 대중교통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 마을에선 지난달 25일부터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자율주행 버스가 승객을 실어 나르고 있다. 독일 국영 철도회사 도이체반이 프랑스 자율주행차 업체 이지 마일(Easy Mile)이 제작한 버스를 도입해 이 마을에서 자율주행 서비스 시범 운영을 시작한 것이다. 독일에서 자율주행 버스가 대중교통 노선에 투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버스는 관광 명소인 온천 리조트 앞 광장과 신시장, 관광안내소 등 도심 3개 정류장 사이 약 700m 거리를 오간다. GPS(위성항법장치)를 기반으로 만든 노선을 따라 시속 15㎞ 속도로 정속 주행한다. 최고 시속 40㎞까지 속도를 낼 수 있지만 사고 방지를 위해 속도를 제한했다. 버스에 달린 센서가 실시간으로 주변 교통 상황을 파악해 길을 건너는 보행자가 있을 경우 정차하게 돼 있다. 급정거·급출발·차선 이탈 등은 전혀 없다. 좌석은 앞뒤에 각각 3개씩 마주 보는 형태로 배치돼 있어 최대 6명이 탈 수 있다. 이용 요금은 무료다.

독일 바트 비른바흐의 버스 정류장에서 주민과 관광객들이 자율주행 버스에 오르고 있다. 이 버스는 독일 최초의 자율주행 대중교통 수단으로 지난달 하순부터 시범 운행 중이다. /김강한 특파원

그동안 이 도시 주민 6000여명은 도심 안에서 시장에 가는 등 일을 볼 때 걸어 다니거나 차를 직접 몰아야 했다.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아 버스 노선이 따로 없었다. 로즈마리 베쉴링거 관광안내소 직원은 "주민들의 삶의 질이 크게 높아졌다"고 했다.

온천 휴양지인 이 마을엔 연간 85만명이 찾는다. 그러나 리조트에서 1.15㎞ 떨어진 기차역을 연결해주는 대중교통이 없어서 관광객들은 구불구불한 산길을 직접 운전해서 오는 경우가 많다. 도이체반은 내년에 노선을 기차역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관광객 브루노 시너(64)씨는 "다음엔 기차를 타고 와 자율주행 버스를 이용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버스는 주민·관광객 등 하루 평균 50여명이 이용하고 있다.

버스는 아직 기술적으로 완전하지 않다. 노선 내에 불법 주정차한 차량이 있으면 이 차량을 피해 가지 못해 직원이 전용 조종기로 조종을 해줘야 한다. 독일 정부는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자율주행 버스에는 항상 직원이 탑승하도록 하고 있다.

도이체반은 시범 운행 정보를 토대로 단점을 하나씩 보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내년엔 스마트폰과 자율주행 버스를 연결해 주민들이 콜 택시처럼 자율주행 버스를 집 앞으로 부를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너차이퉁은 "인구가 적은 시골 소도시는 도로 위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 자율주행 차량을 테스트하기에 최적"이라고 보도했다. 티나 조머 도이체반 자율주행 버스 담당 직원은 "내년에는 함부르크를 포함한 크고 작은 여러 도시에서도 자율주행 버스를 시범 운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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