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4차 산업혁명, '표준'부터 잡아라
얼마 전 국내 벤처기업 대표가 에너지 벤처와 에너지 신산업을 주제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초청 강연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해당 기업은 '13년 매출액 5억 원에서 시작해 2016년에 199억 원, 2017년에 350억 원, 2018년에 1000억 원을 목표하며 에너지 벤처 기업의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기업이었다. 제공하는 서비스는 에너지 통합 솔루션. 에너지를 데이터로 다루며 초단위로 데이터의 흐름을 정밀제어하여 사용량을 최적화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는 사업을 시작하며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이 바로 '국제표준'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국내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동일한 기술로 세계 어디로든 진출할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에너지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많은 개발도상국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에너지 산업이지만 에너지를 데이터로 다루는 ICT 사업이기 때문에, 국제표준을 기반으로 서로 다른 기술 간의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요약하자면, 과거 에너지는 공공재였을 뿐이었으나, 이제는 ICT를 이용해 서비스할 수 있게 됐으며 그 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할 수 있게 된 기반은 바로 국제표준이라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한창 이슈다. 전문가마다 4차 산업혁명을 정의하는 말은 제각기 다르지만, 핵심은 '데이터 기반의 지능화 혁명'이라 할 수 있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새로운 혁신과 서비스들은 모두 현실 세계의 데이터를 사이버 상으로 연결시키는 것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데이터를 원활히 읽고 연결시키는 것이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 할 수 있다. ICT가 접목돼 데이터를 발생시키고, 새로운 가치와 똑똑한 서비스를 창출해내는 분야는 전 산업으로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이 국가시스템, 산업, 사회, 삶의 질 전반에 혁신적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삶은 지금과 확연하게 달라진다. 자동차는 원하는 목적지까지 자율주행으로 달려갈 테고, 관리하는 이가 없어도 공장에서는 제품이, 농장에서는 신선한 농작물이 생산될 것이다. 의사나 전문가를 찾아야만 했던 헬스케어도 ICT 기기와 서비스를 이용해 손쉽게 가능해질 것이다.
데이터를 읽고 연결시키기 위한 기반으로서, 표준은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이다. 관련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와의 통신이 표준화 되어 있지 않다면 산업에 ICT를 접목하기란 어렵다. 인터넷의 경우를 떠올려보자. 전 세계 수천 명의 전문가들이 표준개발기구에서 인터넷 기능을 가능하게 하는 프로토콜 표준을 만들었다. 공통적인 연결수단을 제공하는 국제적으로 합의된 표준이 없었다면, 다시 말해 데이터 교환을 위한 공통 언어와 해당 데이터를 표시하는 형식이 없었다면, 오늘날 인터넷은 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산업과 ICT의 융합 역시 마찬가지다. 표준은 전 세계 모든 산업의 ICT 개발 및 활용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하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만 보더라도 제조업에 유통과 판매, 창고 및 폐기물 관리 등의 다양한 기술들이 통합된다. 이 과정에서 별도의 통합 노력 없이도 연결성과 상호운용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바로 표준이다. 이는 자동차 및 운송 시스템, 지능형 교통 시스템 연결, 가전 및 헬스케어, 자동 차량, 스마트 주택 및 도시, 첨단 제조업과 같이 ICT를 활용해 혁신을 창출하려는 영역 모두에 해당된다.
주요 표준화기구들은 이러한 기술변혁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변혁의 중심에 있는 융복합 기술 및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 적기의 표준 개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표준화의 패러다임도 개별 표준(Stand-alone) 방식에서 기술과 산업 간 융합을 위한 시스템 및 인터페이스 중심(connected-system)으로 변화하고 있다.
표준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고, 세계시장의 우위 확보를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표준 선점이 기업의 생존 문제가 된 지는 오래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시장이 인정하고 사용하는 국제표준 기술로 채택돼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2016년 9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39차 ISO 총회에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표준이야말로 만국 공통어"라고 언급했으며, 향후 2020년까지 전 세계 표준의 50%를 중국이 선점하겠다는 국가적 어젠더를 제시한 바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이러한 표준화 전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은 수요자 중심의 변화이고, 표준은 수요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합의로서 시장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4차 산업혁명 실현의 기반으로 ICT 표준의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장으로서, 오는 11월 28일·29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글로벌 ICT 표준 컨퍼런스 2017'(GISC 2017)이 개최된다. '글로벌 ICT 표준, 4차 산업혁명의 성공 인프라!'라는 주제로 백 여명의 국내 표준 전문가의 강연과 토론이 이어지는 국내 최대 규모의 표준 행사다. 표준과 기술의 만남, 국민생활편익표준, 국제표준화기구 및 국제표준전문가와의 만남, 표준과 비즈니스, 표준 특허 및 오픈소스 등 표준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산·학·연·관 각계의 전문가들이 모이는 만큼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지고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것이다.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각 산업계에서는 생태계가 파편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ICT를 융합하는 방법도, 사용할 수 있는 규격도 너무나 많아, 개발자와 제조사 모두에게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표준화의 승자는 개발자, 이용자, 수용자들이 얼마나 편리하게 ICT 융합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많은 관계자들과의 충분한 협업과 논의가 표준화 과정에 꼭 필요한 이유다. GISC 2017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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